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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쿠스 크레페 라비올리

2015년 4월 28일 오늘의 책

쿠스쿠스 크레페 라비올리

개브리엘 해밀턴 | 돋을새김 | 2014.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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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한 귀퉁이에는 깔끔한 자둣빛 간판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군침 도는 음식 냄새로 발길을 멈춰 세우게 하는 프룬(Prune) 레스토랑이 있다. 프룬은 셰프들의 전쟁터라 불리는 뉴욕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맛집’일 뿐만 아니라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들르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곳의 음식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하고 정감 있는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에는 음식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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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받은 요리사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탈리아를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다는 것, ‘나만의 요리를 인정받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것이었다. 영어를 배울 때 만났던 시칠리 출신의 친구가 자기 고향에 오라고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직접 짠 올리브나 토마토를 맛보았다면 마피아라는 단어와 무관하게 그 땅을 마음껏 사랑했을 것이다. 요리사인 저자가 말년을 보내고 싶은 곳이라니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인 양 가슴이 뛰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날것 그대로 인정받는다는 사실 역시 열정을 쏟을 수밖에 없는 부분 아닐까? 누구도 만족해서 먹는 빵을 구울 수 있다면, 그런 공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일생에 한 번이라도 모두에게 인정받고 최고라는 찬사를 듣는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뉴욕이 음식의 천국이라는 말은 익히 들었다. 수많은 음식점이 가득한 도시에서 맛집이라고 인정받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요리사에게 그런 찬사나 평가는 어떤 말보다 용기를 줄 것이다. 빵집에서 몇 달 일 해 본 경험을 늘 자랑처럼 꺼내지만 레스토랑은 그보다 몇 배 어렵고 힘들 것이다. 새벽부터 반복되는 일들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근원은 무엇일까? 너무 뻔하지만 좋아서, 열정이 있어서? 저자는 < prune >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 식당은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에도 선정됐다. 거창한 훈장이 붙지 않아도 마냥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더욱더 즐겁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즐겁게 책장이 넘어간다. 이 책은 요리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생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원서 제목을 그대로 옮겨 『피, 뼈, 버터』라는 책으로 몇 년 전 처음 출판되었다. 개정판은 『쿠스쿠스, 크레페, 라비올리』라는 제목을 달게 되었다. ‘아름다움 없는 곳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방법, 가진 것보다 더 많이 베푸는 방법, 몇몇 친구들을 위해 그저 조촐한 저녁 식사를 차리는 것으로도 세상의 작은 구석을 변화시키는 방법들을 배운 것은 아버지에게였다.’ 나에게 늘 부족한 식탁을 위해 없는 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차려내는 것을 가르쳐 준 분은 어머니였다. 얼떨결에 생긴 시어머니에게는 평등한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제철 재료로 맛깔 나는 음식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것들을 암시하는 제목은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자기가 무엇을 잘하게 되는지 주의하세요. 그 일을 평생 하게 될 테니까" 라는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요약한 부분이다. 어릴 적의 경험과 독립을 위한 방식으로 택했던 익숙했던 작업이 어쩌다 직업이 되어 자신의 삶을 이끌게 된다. 첫 식당을 열기 위해 남들에게 필수였을지도 모를 유명 요리 학교의 졸업장이나 경영 관련 수료증은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배낭여행으로는 적합하지 못한 계절인 겨울을 유럽에서 보낸 시간과 세계를 여행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먹거리 경험을 입히는 작업이 전부였다. 하지만 유랑 시절과 그때의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이 지닌 감동은 다른 어떤 것보다 최고의 준비였다. 소위 말하는 실질적인 부분에서는 아무런 도움은 못되었을지라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아마도 앙드레 솔트너라는 70대 요리 학장과의 만남이었다. 재료를 남김없이 사용하기 위해 속껍질에 붙은 흰자를 긁어내는 알뜰함이 요리에 대한 기본자세를 일러준다. 저자가 20년 동안 안 만나던 엄마를 만나 멀어지려고 할수록 닮은 채 살아갔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세월의 흔적을 느낀 부분에서도 마음이 짠해졌다. 요리를 잘하는 여성 셰프들 틈에서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고, 아이를 임신하고 숨을 몰아 쉬며 요리하는 경험을 나누고 싶어하던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 저자가 1년마다 방문하는 시댁에서 미국인 방문자가 아닌 이탈리아 며느리로 진정한 가족이 되고 싶어하던 모습에서 나는 그녀에게 유능하고 모성적인 모습을 보았다. 처음 식당을 차리면서, 여행을 하면서 평생의 경험을 요리에 그대로 투영하고 싶어했던 모습도 솔직해 보였다. 그냥 자기가 잘해서 했고, 그래서 잘되었다는 뻔한 얘기를 이 책에서는 너무도 재미있게 그려낸 그녀의 글 솜씨 또한 부러웠다.

나는 어릴 적에 글쓰기를 포기하고 이과를 택하면서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퍽퍽하고 무미건조한 글을 쓰고 있지만, 그쪽으로 길을 택했다면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래도 빵을 만들고 있을까? 다양한 선택 속에서 좋아하는 책을 만나고 읽어가는 과정 역시 또 다른 열정과 꿈을 심게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책방주인'님은?

베스트셀러보다 숨어있는 책을 읽기 좋아합니다. 언젠가는 책과 빵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예비 책방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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