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8일 오늘의 책
강문식, 김범, 문중양 외 | 민음사 | 2014.01
분류 : 역사/신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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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온가족이 함께 읽는 한국사 한국사 수능 필수, 역사 교과서 수정을 둘러싼 논란, 한중일 공통 역사 교과서 문제 등 올 한 해 ‘역사’라는 화두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서점에 나가 보?면 여전히 믿고 읽을 만한 한국사 교양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역사가 항상 논란의 중심의 서지만 정작 시민들의 역사 교양은 늘 제자리걸음인 이유다. 여기, 민음사가 3년간의 준비 끝에 ‘민음 한국사’ 시리즈를 내놓는다. 원시시대부...
요즘은 일본 수상이 일급전범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는 발상과 행동을 뉴스를 통해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물론 한반도 침탈과 태평양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국에서도 일본의 자숙적인 분위기를 극히 상식적으로 여겨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힘을 발판으로 일본의 세계적인 입김이 거세지면서 그들의 숨겨졌던 마각이 서서히 들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도를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유리한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짙게 나타나고 있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영토분쟁 등 그야말로 역사의 추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속내를 만천하에 공표하고 나셨죠.
그러므로 우리는 한 번쯤 왜 이들이 이런 망발을 거두지 않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대내외적으로 많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듯 일본이 국제적인 언론 플레이에서도 당당하게 그들의 의도를 밀고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국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교육(비록 그 역사가 사실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해도 말이죠.)을 통해서 자국민들에게 나름의 긍지감을 심어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대한민국은 과연 자국의 역사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라는 극히 상식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말 한국사다운 한국사를 접해보지 못한 듯합니다. 학계의 파벌이나 정치적인 색채와 무관하게 말이죠. 한국사를 제대로 정립하는 시도 또한 미비했다고 볼 수 있고요. 이런 면에서 작금의 역사관련 문제는 어쩌면 예견된 사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역사문제로 어수선한 시점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역사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민음사의 한국통사 시리즈 《민음 한국사》는 여러모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우선 그동안 <세계문학전집>으로 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민음사가 한국사에 비중을 둔 논픽션을 선보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출간된 논픽션은 많았지만 한국사를 집중적으로 다룬 기획물이 없다는 점에서 여타 메이저급 출판사들을 더욱 독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도 같고요.
《민음 한국사》는 크게 두 가지 독특한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시리즈의 연대기적 분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개 상고사, 삼국시대(열국시대),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감정기, 근현대 등으로 한국사를 분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어찌 보면 당연시 받아들였던 이와 같은 연대기적 분류를 과감히 탈피하여 100년이라는 세기의 단위를 기준으로 한국사를 조명하고 있기에 뭔가 색다른 한국사를 접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20세기니 21세기이 하는 세기의 표현방식이 오히려 역사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더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역사란 모년 모월 모일에 아무개가(대개의 역사가 군주를 위주로 하지만요.) 무엇을 했다더라는 식의 사건 서술이 대부분이죠. 그러다 보니 역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외울 것 많고 어렵고 고리타분한 영역으로 비쳐지기 쉽고, 실제로 그동안의 역사교육이 이렇게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일부 소신 있는 소장파 학자들의 테마성 역사평설이 선보이면서 역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는 했지만요. 대부분의 역사서가 딱딱한 문체와 사건 중심의 나열로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민음 한국사》의 경우 일단 부담 없이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우선 정말 다양한 화보와 사진, 도표 등 시각적인 자료가 여타의 한국사보다 훨씬 많아 독자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내용도 상당히 깊이가 있고요. 여기에 해당 연대기와 연관된 세계사 부분을 같이 언급하고 있어 한국사와 세계사를 동시에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왜 그 당시 우리는 이런 결정을 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해 세계사와 연동하여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우리가 한국사에 빠져들어 독서할 때 생기는 단점이 역사를 보는 시각 자체가 한국사로 좁아진다는 것인데요. 이점에 대해서도 새롭게 보완장치를 마련해놓았다는 것입니다. 해당 세기 중에서 핵심 키워드만 몇 가지 간추려 그 세기의 흐름을 세계사적 관점과 비교할 수 있도록 언급하고 있어 한국사와 더불어 같은 시기의 세계사 흐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여타의 한국사 서술 방식과 차별화된 점이고, 이와 같은 키워드를 통해 결국 그 세기를 집중 조명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1488년(성종 19년)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했다'와 같은 작은 부분도 왕조사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서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동케 하는 배려가 눈에 띕니다.
그럼 이제 15세기 한국사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살펴볼까요? ‘조선의 때 이른 절정’이라는 부제를 통해 직감할 수 있듯이 조선은 다른 국가의 삶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혼탁한 개국 시기를 거쳐 중세에 이르러 그 꽃을 피우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라는 기본단위가 지닌 궤도라면 조선이라는 국가는 이미 개국초창기인 태종과 세종시대에 조선 500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개화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리학이라는 개념이 군주와 사대부 사이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태종이라는 강력한 왕권지향주의 군주가 출현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태조 이성계나 정종의 시기에는 여타의 신생국가가 보이는 권력누수의 현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종이라는 카리스마 강한 군주가 출현하면서 조선은 급속도록 정권의 안정화를 취하게 되었고 혼란의 시기를 최대한 절약하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태종의 후계자 선택(물론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만요)은 한국사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안목을 보여주기 때문에 세종조의 르네상스가 꽃을 피울 계기를 마련해주는 발판 역할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점에서 재조명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돋보이고 독창적인 게 바로 이점인데요. 한국사 15세기를 시작하는 도입부에 명나라 정화의 대항해를 등장시킨 집필진의 의도가 색다르게 보인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뒤에 바로 이어지는 조선의 최초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탄생 배경과 지도 속에 담겨진 신생국 조선의 국가관(사실 처음으로 이 지도에 대해서 상세한 내막과 배경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그리고 이후 세종조에 펼쳐지는 화려한 성장과 좀 더 멀리 눈을 돌려 세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조선의 실상을 보여주는 복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니얼 퍼거슨은 자신의 저서에서 동양세계가 서양세계에 헤게모니를 빼앗긴 시점을 정화의 대항해 포기(혹은 중단)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비단 명나라뿐만 아니라 신생국 조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를 시작하면서 굳이 정화의 대항해와 그동안 단순하게 언급되었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부분을 상세하게 서술한 것이 향후 조선 500년 역사의 변화를 서두에 깔아놓았다고 봐도 되겠고요.
그동안 우리는 조선의 정치사를 언급하면서 훈구파 대 사림파라는 구도를 보수와 진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등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인식해왔는데요. 이번 저서에서는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선후기 족보의 일종인 <양공양문 외예보>를 통해서 훈구파와 사림파가 적대적인 관계 내지는 권력의 헤게모니 관계라기보다는 같은 줄기에서 파생된 그들만의 리그일 확률이 오히려 더 높다는 점을 검증하게 합니다. 이러한 논거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새삼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또 다른 볼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점은 집필진들이 예종의 갑작스런 죽음을 "인위적인 사고는 아니지만"이라고 단정하면서도 예종 사후 자을산군이 보위에 오르는 과정이 마치 정해진 수순에 의거하여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는 이덕일이 주장하는 예종암살론을 오히려 더 신빙성 있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차라리 이러이러한 설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정황상 인위적인 사고로는 보여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논거를 펼쳤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러한 부분은 향후 출간 예정인 세기에서 한국사 논쟁거리와 비교해볼 수 있다는 흥미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한국사는 정치사에 그 비중이 굉장히 높게 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역사가 사실 정치사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요. 이렇다 보니 독자들은 역사하면 상당히 고리타분한 영역으로 받아들 수밖에 없기도 한 거죠. 그래서 이번 민음 한국사 시리즈가 기존의 틀을 탈피한 독특한 구조의 한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생활 문화사, 사회사, 과학사 등 그동안 군주 중심의 정치사에서 외면당했던 일반 민중의 역사가 새롭게 수면위로 부상했다는 점도 상당히 의미가 있고요. 또한 정치사와 문화사가 절묘하게 융합되어 역사서를 읽는 가독성과 이해도를 높여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여기에 다양한 시각적 자료가 가미되어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역사서를 버겁게 느꼈던 많은 독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고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서향'님은?
모든 것에 미혹(迷惑)되지 않는 불혹의 뜻만큼 진실한 독서는 40부터라고 생각하기에 요즘 부쩍 책을 더 가까이 하게 되는것 같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느낄 수 없는 소통을 책과의 만남에서 찾고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저 책을 읽어나갈 뿐이다. 행복이 동사이길 바라듯이 독서 또한 타인과의 소통행위로 인식하면서 삶의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