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7일 오늘의 책
제임스 매튜 배리 | 인디고 | 2018.08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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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환상의 세계로 통하는 『피터 팬』 클래식한 패턴으로 재탄생한 리커버북 시리즈 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 고전 명작의 즐거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 최고의 선물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고전 명작의 만남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여섯 번째 책으로 『피터 팬』이 출간되었다. 고급스러운 문양의 패턴 위에 클래식한 프레임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그간 익숙했던 인디고 고전...
창문이 활짝 열리더니
소년이 방 안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잠에서 깬 소녀는 그 소년이 피터팬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책의 장점은 언제 읽어도 책 속 인물들은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어느 인물은 책 속 세상에서도 멈추어 있다. <피터팬>이 그런 책이다. 맨이라고 하지만, 키드에 가까운 소년의 이야기가 담긴 그 이야기 말이다. 어렸을 때 잠자리에서 처음 만났던 모습 그대로 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마치 내가 웬디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안겨주는 친구. 바로 피터팬이다. 처음 피터팬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피터팬이 용감해 보이지만, 동시에 미묘하게 내 마음을 걸리게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잠자리에 들기 전에 피터팬을 듣는 건 좋았다. 밤에 이 이야기를 들으면, 꿈속에서라도 피터팬을 만나 조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지금도 누군가의 잠자리에서 『피터팬』은 소년의 모습 그대로 상상을 자극하고 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나만의 네버랜드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듣고, 읽고,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만난 그 모습 그대로.
밤에 읽기 좋은 동화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피터팬』을 고를 것이다. 어두운 런던의 밤하늘을 헤치고 웬디와 동생들을 만나러 온 피터팬과 팅커벨 이야기는 햇볕이 강한 낮보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저녁에 읽기 시작해 깊은 밤에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좋은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밤’에 시작하는 밤과 잘 어울리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어두울 때도 있었고, 밝을 때도 있었다. 몹시 추울 때도 있었고, 따뜻할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정말로 배가 고팠을까? 아니면 피터가 먹을 것을 생전 처음 보는 방식으로 구해 주는 것이 신기해서 배고픈 척한 것일까?
무엇보다 밤에 읽기 좋은 이유는, 밤이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피터팬을 믿기 위해선 웬디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런 마음을 평상시에도 지니고 있기란 어렵다. 순수한 마음가짐이 들어오기 좋은 때, 깊은 밤이다. 창문 틈으로 슬며시 들어온 피터팬을 만나, 그의 검은 그림자를 붙여주는 상냥함을 보여주고, 그의 터무니없는 자랑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가짐이 들어오기 이보다 좋은 때는 없다. 깊은 밤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라도 피터팬을 믿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밤에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순수함을 잃으며 아이 어른에서 어른 아이의 과정을 걷고 있는 나에겐, 밤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웬디는 사랑하는 부모님을 많이 떠올렸을까? 이것은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이다. 네버랜드에서는 해와 달로 시간을 계산하는데, 그곳에는 해와 달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 어쨌든 웬디는 엄마 아빠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웬디는 자신이 언제든지 날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항상 창문을 열어 놓았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그 덕분에 마음이 편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문학은 당대 현실을 투영한 결과물이다. 『피터팬』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위한 이야기가 보편화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동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기 시작한 게 100년도 채 되지 않았고, 지금도 세상 어디에선 한 아이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피터팬』은 아이들이 미성숙한 존재로, 인간으로 존엄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절이 그려져 있다. 부모님도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헤아리기 바쁜 부모님의 모습은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그린다. 아마 당대 영국 사회 모습을 저자 방식으로 비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 대해, 굳게 믿는 모습을 보인다. 이 대조적인 모습은 나중에 부모님과 아이들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달라진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 부각된다. 또 이어지는 부모가 된 웬디의 모습에서 다음 세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저자가 바라는 기대를 열어두었다.
“넌 정말 이상해. 타이거 릴리도 마찬가지야. 걔는 나한테 뭔가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대. 그런데 내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대.”
순수한 아이들의 대화와 생각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성장의 지점을 보여준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을 잃고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모두가 동일한 아이들이었지만,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피터팬의 차이가 두드러질 때,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성장이 이루어지듯. 어린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조금 서글픈 사실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기에 보이는 새로운 것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일 때를 회상하고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웬디는 다시 자신의 세계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시절을 회상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곳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고, 우리는 또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한다. 피터팬은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것이 마냥 행복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 시작이 너무 지루해. 그럼 이게 시작이 아니라 끝이라고 하자.” 시작을 끝으로 이야기하는 피터팬의 말에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을 시작하기 보다 지금의 행복을 간직하는 끝을 부여잡는 건 아닐까 싶었다.
악어가 피터 옆을 지나갔다. 그 밖에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피터는 다음번 나무에서 갑자기 죽음과 맞닥뜨릴 수도 있고, 죽음이 가만히 뒤따라오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리커버 북으로 만난 피터팬은 내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어렸을 때 처음 피터팬을 만났을 때와 또 다른 생각을 알려주었다. 나에게 네버랜드로 떠나자고 말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나의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하지만, 오랜만에 피터팬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들은 어렸을 때 신기한 동화라는 생각 이상을 안겨주었다. 동화이지만, 어린이가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생각을 안겨준다. 그게 나와 같이 삶을 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에 간직했던 순수한 ‘동심’일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든 몰입할 수 있도록 글과 일러스트는 섬세하게 책장 곳곳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바라보든 그 시각에 맞추어 적절한 모습이 되어 준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으로 방 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이상한 소년 외에는, 그 소년은 다른 아이들이 결코 알 수 없는 수많은 기쁨을 경험해 왔다. 하지만 지금 그가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기쁨은, 그가 영원히 느껴 볼 수 없는 단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피터팬을 읽는 나 역시, 피터팬의 순수함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찰나였다. 그리고 나는 피터팬은 결코 알 수 없는 수많은 기쁨을 경험해봤다. 그리고 이제 피터팬이 느끼는 행복은 앞으로 내가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 조금 비슷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건 『피터팬』을 읽을 때가 아닐까 싶다. 피터팬의 순수함을 바라볼 수 있는 때니까.
“아이들이 명랑하고 순수하고 제멋대로인 한 언제까지나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TORY'님은?
반디앤루니스 월간 서평 이벤트 “8월의 리뷰어”에서 ‘참 좋은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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