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7일 오늘의 책
전혜진 | 구픽 | 2022.07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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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낳지 말라는 건 아니야. 애들 때문에 산다, 그런 순간도 있긴 있지.” 그런 민 팀장을 보며, 재희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괜찮을까. “하지만 말이야, 여기 앉아 있다 보면 그런 게 보인다? 시간 지나면 자기랑 비슷한 때 데뷔한 작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잖아. 그치? 힘들고 지쳐서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능력이 부족해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지. 그런데 여자 작가들은 그게, 자기가 못나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능력 되는 사...
“나는 결혼은 하고 싶지만, 출산은 당장 생각이 없어요.”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또 어떤 내 친구는 ‘내가 내 남편을 위해 목숨까지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 쯤 아이를 가져볼까 한 번 생각이나 해볼 것 같아. 아니고선 절대 아이를 갖지 않을걸?’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당연한 인생의 과정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결혼도 선택이 되었듯 출산 역시 선택이 되어 버렸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내 엄마뻘 되는 어른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아니, 요즘 애들은 결혼이 선택이고 출산이 선택이라는 그런 사고 과정이 어떻게 생기지? 우리 때는 그런 생각조차도 못하고 그냥 결혼하고 그냥 출산했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과거에는 당연한 것들이 왜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게 되었을까? 과거에 물 사 먹는다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듯 출산이 당연하다는 것 역시 콧방귀를 뀌어야 할 노릇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전혜진의 장편소설 『280일』은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라는 부제로 임신한 여성으로서 대한민국을 살아가야 하는 현실, 그리고 그 앞에 가로막힌 커다란 장벽에 대한 자세하고 섬세한 묘사를 보여준다. 사실 나도 이미 출산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막연히 아이를 낳긴 낳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조금 더 적나라하게 임신과 출산의 현실에 대해 직면하고 싶어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마냥 나보다 어린 것 같던 동생이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여행을 가고 집안일을 하고 종일 아이를 보면서 또 아이에게는 세상 제일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싶어 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고민하는 것을 볼 때,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고 또 많이 아는 만큼 더 무서워지는 게 결혼이자 출산, 임신의 과정인 것 같다.
저출산 시대이니 뭐니 출산을 장려하지만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고 취업조차 잘 안되는 요즘 같은 시대의 청춘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면 그게 가당키나 한가. 사진 한 컷에 몇억씩 버는 유명 연예인을 데려다 놓고 ‘엄마가 되는 기쁨’에 대해 광고를 하는 것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을 잘 표현해낸 소설의 도입 부분이 생각이 난다. 이 책은 대놓고 임신에 대해 비난을 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임산부로 살아가는 것, 엄마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30여 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하고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동안 이루었던 것을 손에서 놓아야 하는 여성들의 삶.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배척당하는 삶. 너무나도 슬프다. 나는 내 나름 전문직을 가졌지만 그래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신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같은 직업의 남성들과 다른 대우를 받을 때 참 넘을 수 없는 큰 벽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비출산을 결심하기 전에, 내 남편 될 사람과 충분히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고, 또 정말 막연하지만 앞으로는 임산부에게, 여성에게 그리고 엄마들이 조금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이니 여성부니 그런 이야기 말고 여성, 엄마,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만 봐준다면 지금보다는 한 뼘 정도 나아진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김콘'님은?
‘7월의 리뷰어’ 이벤트에서 ‘참 좋은 리뷰’에 선정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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