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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의 역사

2012년 7월 27일 오늘의 책

나체의 역사

필립 카곰 | 학고재 | 2012.02

분류 : 역사/신화/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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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당장 옷을 벗어라! 신성하거나 외설스럽거나 ?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부터 영화 와 ‘바바리맨’까지 나체와 금기의 은밀한 기록! 종교, 정치, 대중문화라는 세 가지 분야에서 나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탐구한 신간 『나체의 역사』가 학고재에서 출간됐다. 영국에서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던 책이다. 저자 필립 카곰은 영국의 작가이자 심리학자로 1945년 런던에서 태어나 웨스트민스터 스쿨을 졸업한 뒤 유니버시티 칼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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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밖으로 나오기까지

 

“저는 배우로 30년 동안 일했으며 이제 직접 연극 기획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누드모델을 시작했습니다. (…) 옷을 벗은 것은 나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의 옷 속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42쪽)

 

2008년 12월 프랑스 파리 문화부 건물 앞에서 나체 시위가 벌어졌다. 임금 인상, 정식 계약, 직업 존중을 요구하는 누드모델들이 그곳에 모였다. ‘가디언’은 이를 보도하며 52세 모델 크리스토프 르메의 말을 인용했다. 사람들도 알고 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옷 속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하지만 그 옷을 벗어 던지지는 못한다. 나를 보는 사람들, 그 시선 때문이다. 또한 누구보다 스스로 나체이기를 꺼리는 나 자신의 시선 때문이다. 스무 살의 한 남자를 떠올려 보자. 그는 태어나자마자 강보에 싸인다. 팔다리가 길어질 때마다 옷을 바꿔 입는다. 팔다리가 거의 다 자란 스무 살이 되어도, 옷을 사 입는다. 옷을 사지 않고, 심지어 입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는 이미 그런 세계에 익숙하다. 불과 이십 몇 년의 역사가 이러한데 의복이 생긴 이래 인류사는 어떻겠는가. 나체는 오랫동안 금기였다.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현대에 들어 나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폭넓어졌기 때문. 《나체의 역사》는 그 변천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필립 카곰은 저 스무 살의 남자처럼 자랐으나 마흔아홉 살 때 나체주의자가 된 장본인이다. 그가 변모한 계기는 자연주의적인 맥락이었는데, 역사적으로 나체가 거론된 맥락은 이뿐만이 아니다. 드루이드교, 자이나교, 힌두교 등 많은 종교는 영적 수단으로서의 나체의 의식을 행했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경전도 존재론적 상징으로 나체를 언급해 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관념적인 활용에서만 그쳤을 뿐이다. 편견과 억압은 여러 시대에서 건재했다. 나체를 표현의 도구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자유를 실현하는 히피 문화의 상징으로, 폭력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의 일환으로, 대중문화 혹은 예술 분야의 주요한 재료로, 자본을 벌어들이는 상업적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그린피스 기후변화 운동에 동참하는 뜻으로 스위스 알레치 빙하에서 촬영한 스펜스 튜닉의 사진은 좋은 사례다. 이 작업에 참여한 600명 모두 자원자라는 점은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비교적 보수적인 동양 문화권뿐만 아니라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도 법적으로 나체를 금지하고 있고, 사람들도 그것을 일탈이나 전복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이 작은 움직임은 중요하다. “오늘날 세계의 주된 문제는 위선과 불안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나체라는 사실을 혹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직시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 만약 모두가 다른 누구인 척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모습에 충실하다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다.”(194쪽)라는 존 레논의 말처럼 사람들은 나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곧 옷 안에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노 요코와의 나체 사진을 통해 반전(反戰) 메시지를 몸소 전한 존 레논이 실로 평화의 상징이 되었듯이.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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