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7일 오늘의 책
김신회 | 다산북스 | 2017.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 정가
- $38.00
- 판매가
- $20.90 (45%↓)
- 적립금
- $0.42 (2%P)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늘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다. 사람은 다 다르고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만나지만 다들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사는 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해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
무슨 제목이 이러냐, 싶었다. 대체로 '누구처럼 산다'라고 하면 안 좋은 뉘앙스여야 하는데 다행이라니. 그것도 ‘보노보노’라니. 궁금하다. 하도 오래전에 본 만화라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시크하고 무심하며 때때로 무식할 정도로 막무가내인 등장인물이 떠오른다. 그 만화는 대충 그린 듯 어딘가 어수룩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이지 않은 것처럼 소심하고 얻어터지기나 하는 어수룩함. 작가는 기억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추억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알려 준다.
작가는 프롤로그에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처럼."이라고 썼다. 그런가? 내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나? 그런데 보노보노와 같은 편이 된 듯해서 왠지 기분이 좋다. 우선 책을 읽고 세 가지에 놀랐다.
"이 만화가 이토록 철학적이었나?"
"등장하는 캐릭터가 이렇게 많았나?"
"포로리가 수컷이었나! 핑큰데?!"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잠시 꿈을 잊고 '일'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을 슬픔으로 여길 게 아니라 꿈이 없어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어려지고 있다.
“진정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다.”
인생에서 넘어지고 깨지고 아프고 상처받는 일은 허다하지 않을까? 그럴 때 필요한 건 위로겠지. 근데 굳이 위로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경청하면서 힘들어하면 "힘들겠다"라고, 아파하면 "아프겠다"라고 그냥 편들어 주는 게 가장 좋은 위로라고 말한다. 알면서도 그게 어디 쉽나. 듣다 보면 잔소리 혹은 설교를 하고 있는데. 또 하나 놀라운 발견은 관계의 기술이 고작 초코바 하나였다니. 도대체 그 초코바 하나에 진심을 얼마나 담았길래? 그럼에도 나는 지금 초코바를 사러 나간다.
인생이란 게 참 묘하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선택하고, 막상 여행에서는 '집이 최고다'라며 후회한다. 일상에서 활력과 재미를 찾기 위해 항상 뭔가를 궁리하고 계획을 세우며 즐거워하지만, 막상 해보고 나면 별거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이란 새로움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들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도 충분하다는 걸 깨닫는 여정이 아닐까. 가까이에 있는 걸 보지 못하고 새로움을 찾아 헤매며 감정만 소모할 뿐이다. 그런 의미로 작가는 이렇게 적는다.
"따지고 보면 재미없는 인생이 이상한 게 아니라 계속 재미있기만 한 인생이 특이한 거다. 인생이 늘 새로운 재미와 자극으로 넘친다면 그 인생이 어디 피곤해서 살겠나. 가끔은 아무 일 없고 지루해줘야 새로운 재미도 느껴지는 것을. 심지어 아무 일 없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는 것을." (97쪽)
월요병을 이겨내고자 출근길에 라디오를 무심히 듣다가 조우한 박찬욱 감독의 일화는 치료제가 된다. 그 내용인 즉 가훈을 묻는 딸에게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안되면 말고”
이 말을 듣는데 막힌 체증이 뚫리는 것 같았다. 교육을 받기 시작한 이후 뭐든 잘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고, 포기하면 안 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포기는 어려운 것이고 포기하는 자는 인생에 낙오자쯤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포기가 쉬워졌달까. 분명 노력해도 안되는 일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탈모로 고민하는 보노보노의 친구 울버의 아들 린의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다.
"머리가 벗겨지는 건 쉬워. 그걸 포기하는 게 어려운 거야."
가끔은 생각한다. 왜 내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애쓰고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사는 것일까. 그래서 너부리처럼 생각하곤 했다. 뭐 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다. 그런데 난 너부리처럼 생각은 했지만 너부리 아빠 말처럼 아버지의 생각까진 미쳐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너부리의 생각처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도무지 응원할 수 없는 연애를 시작한 친구에게 비난도 잔소리도 응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침묵하는 것. 그 사랑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에서야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
작가가 말하는 '우정의 목록' 중 하나다. 요즘 '도무지 응원해 줄 수 없는 연애'를 하고 있는 오랜 친구 한 명이 있어서 이 구절에 가슴이 저릿했다. 친구에게 비난도 잔소리도 이미 다 해버렸다. 거기다 "만나는 걸 말리지는 못하겠지만 축하는 해주기 어렵겠다"라는 쐐기까지 박았다. 친구는 내 말에 기분이 어땠을까.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로 인해 스스로의 선택에 '죄를 짓는 기분'이 들지 않기를 부디 바란다. 나라면 내 동생이라면 내 가족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게 할 수 없어!'라는 건 어차피 내 생각만 한 게 아닐까?
이 책은 보노보노에 대한 추억뿐만 아니라 보노보노의 일상에 얽힌 이야기들을 다룬다. 작가 스스로의 소심한 성격에서 비롯된 행동이나 가족, 연애, 친구 등과 같은 관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 여기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한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두목'님은?
느릿하게 읽고 후다닥 쓰는 사람을 꿈꾸는 사회복지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