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7일 오늘의 책
고규홍 | 휴머니스트 | 2012.1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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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사람들과 고락을 함께해온 나무들의 특별한 이야기 잘나가던 기자생활을 접고 숲 속으로 숨어든 사람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다른 세상, 즉 나무 세상을 발견한다. 이후 그?는 나무를 직접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무의 안부를 물으며 나무의 속살 깊은 곳에 스며든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년 동안 찾아다니며 만난 나무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칼럼, 강연, 방송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
며칠 전,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내가 가입한 모 환경단체에서 나무를 분양한다는 소식이었다. 마음이 동했지만 곧 단념해야 했다. 화분이 아니라 너른 땅에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니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고,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8쪽)다는 풍속은 다 옛말이 되었다. 나무 심을 땅은커녕 제 몸 쉴 자리 한 평 건사하기도 버거운 이들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스스로 땅이 되어 숱한 나무들을 품었다. 이 책을 쓴 고규홍의 이야기다.

살아 있는 동안 특별히 나대지 않고 평범하고 조용히 살고 싶어요. 감나무처럼요. 조용조용 저에게 맡겨진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싶은 거죠. 나무를 찾아다니고 나무가 제게 속살거린 숱한 이야기를 조용히 풀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또 하나의 소망을 보태고 싶어요. 그렇게 조용히 살다가 죽었을 때, 누군가 저를 기억해주는 분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아, 옛날에 나무에 미쳐 내내 나무만 찾아다니고, 나무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써내던 사람이 있었지'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살아 있을 때보다는 이 세상을 떠난 뒤에 누군가가 뒤늦은 존재감으로 기억해준다면 참 좋겠어요. 그게 감나무와 똑같은 거 아닌가 싶어 든 생각이에요. (312쪽)
"감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이 사람, 나무에 푹 빠져 나무와 만나려고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더니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으로 나무와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주로 소개되는 것은 몇 백 살은 족히 먹은 노거수(老巨樹)다. 천 년 넘는 수령으로 유명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부터 개발의 광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전주 삼촌동 곰솔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사람과 견줄 수 없는 세월을 지나온 만큼, 이들 나무는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책은 흥미롭다. 허나 그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나무(자연)를 귀히 여긴 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저자의 시선이 있다. 그들에 이어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이 모든 나무들을 제 안에 심은 사람의 시선. 이것은 흥미 이상의 감응을 가져다준다.
에리직톤의 신화나 이무기의 전설이나 모두 같은 뜻에서 만들어졌을 겁니다. 이야기를 지어낸 조상들은 무엇보다 나무를 아끼고 싶었을 겁니다. 나무가 잘사는 곳이라야 사람도 잘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던 분이지요. (…) 아, 참 그런데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처럼 귀한 전설이 차츰 잊혀진다는 겁니다. (…) 그러니까 그런 전설을 떠올리지 않아도 나무는 잘살아 있을 것이고, 또 그깟 전설, 혹은 자연의 순환 진리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증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우리가 자연과 다시 하나되어 살아야 할 때입니다. (201쪽)
저자는 이전부터 여러 책과 강연을 통해 나무의 전설과 역사, 생태와 죽음, 그 이후의 구구한 사연을 풀어내며 "우리가 자연과 다시 하나되어 살아야 할 때"임을 거듭 이야기해왔다. 하나 됨을 행하자면 예컨대 나무를 심을 수 있겠다. 제 집 빈 뜰에, 앞산 뒷산에, 학교나 회사 공터에, 여기저기에.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을 읽은 나는 이보다 쉬운 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바라보는 사람"(379쪽)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일 지나다니는 길 위의 저 가로수를, 옆집 담장 너머로 보이는 그 나무를, 책에서 만난 이 노거수(老巨樹)들을, 방금 당신이 떠올린 한 그루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379쪽)닌 존재에게 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머잖아 알게 된다. 마음속에 심은 나무들도 내가 그러했듯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음을.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