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7일 오늘의 책
백수린 | 작가정신 | 2020.1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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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백수린 작가에게 책과 더불어 ‘빵’은 일용할 마음의 양식과도 같다. 빵이 나오는 구절을 만나면 내용과 상관없이 그 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곤 했다는 지극한 빵 사랑은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소설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술회할 정도다. 하지만 작가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둘을 모두 가슴에 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 쓰기는 곧 빵을...
백 가지 빵을 먹은 듯한 느낌이 들어.
수 수한 맛의 팬케익과 옥수수빵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운 오페라와 웨딩케이크에 이르기까지 말야.
린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더욱 달콤하게 읽게 되는 그런 책이 바로 이 책 다정한 매일매일이야.
백수린 소설가가 쓴 첫 번째 산문집. 장르문학 말고는 좀처럼 한국 문학을 읽지 않는 탓에 내게는 낯선 작가의 이름이고 그래서 소설가라기보다는 에세이스트로 더 먼저 알게 된 작가이다. 글을 좋아하고 빵을 좋아하는 작가는 책과 빵을 결합시켜 이 글을 썼다.
마카롱이나 슈크림빵처럼 이미 알고 있는 빵의 이야기가 나오면 아는 맛이 무섭다고 그 맛을 기억해내게 된다. 오페라나 자허토르테처럼 이름도 낯선 빵의 이야기가 나오면 대체 그게 무슨 빵인지를 몰라서 더욱 안달내며 읽게 된다. 책장을 마지막으로 덮는 순간 백가지 이상의 빵을 먹은 것처럼 달콤한 포만감이 밀려온다. 코끝에서 포근한 빵 냄새가 맴돈다.
예의를 차리기 위함인지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진짜 제빵사 뺨칠 정도로 잘 만들었다고, 팔아도 될 만큼 근사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남에게 선물하기도 조금 망설여진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오로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만 만드는 빵. 정확한 계량을 필요로 하는 것이 베이킹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었기에 그렇다고 적어 놓은 글을 보면서 ‘뭐 어때, 그래도 맛있으면 그만인걸’ 하면서 작가의 그 마음을 옹호하게 된다.
케이크를 구울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븐 안의 반죽이 익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시간이다. (123쪽)
바나나 케이크는 윌리엄 트레버의 책과 연결했다. 빵이 익는 동안 책을 들고 읽는다. 생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온 집 안에 가득한 빵 구워지는 냄새. 그 속에서는 어떤 책을 읽어도 근사할 것 같다.
오페라는 커피에 적신 비스킷과 가나슈를 층층이 쌓은 후 초콜릿으로 코팅한 케이크다. (131쪽)
오페라라는 이름을 본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빵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오페라라는 이름의 빵이 있단다. 명칭의 유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하면서 이어지는 설명을 읽으니 이 오페라라는 빵이 너무 궁금하고 실제로 먹어보고 싶어졌다. 얼마나 달달할까.
학교 근처에 세련된 카페들이 많았지만 나와 친구들이 그곳을 좋아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음료수를 시키면 토스트를 무한정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155쪽)
내가 학교 다닐 때를 생각나게 만든 문장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 근처에도 저런 카페가 있었다. 작가는 다방을 갔었지만 우리가 갔던 곳은 카페였다. 음료를 주문하고 토스터기에 식빵을 구워서 쨈과 생크림을 마음껏 발라먹었었다. 왜 그때는 밥을 먹어도 그렇게 허기졌던 걸까? 우리는 강의가 끝난 후 그곳에 오래도록 앉아서 이야기하고 떠들고 웃고 지나가는 선배들이나 친구들을 불러서 또 시간을 보냈었다.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게 만든 그런 문장이다.
제목 그대로다. 다정한 매일매일. 작가는 빵을 구우며, 자신만의 빵을 만들며 매일매일을 다정하게 만들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이런 날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부디 당신에게도 다정한 매일매일이 반복되길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parkys28'님은?
11월 3주 주간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