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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과 작가들

2020년 5월 26일 오늘의 책

알코올과 작가들

그렉 클라크, 몬티 보챔프 | 을유문화사 | 2020.04

분류 : 역사/신화/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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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들을 울고 웃게 만든 그 이름 ‘술’ 술과 문학에 관한 가장 경쾌하고 지적인 탐험 술과 문학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과 다양한 일화를 경쾌하게 전하는 책이다.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세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여덟 가지 술을 소개하면서 알코올의 역사와 술독에 빠진 대문호들의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각각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인 두 저자가 페이지마다 심어 놓은 정겨운 삽화들은 다채로운 이야기에 멋스러운 상상력을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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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독서를 권하다

 

술을 찾아서 마실 정도로 좋아하진 않지만 기념일에 맛있는 음식과 함께 가벼운 와인 한 잔, 여름날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 정도는 즐기는 편이다. 으레 술은 친구들과 시끌벅적한 술자리에서, 때로는 혼자 영화를 보며 조용히 홀짝이는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우연히 책을 읽으며 와인을 마셔보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곤 생각이 바뀌었다.

 

책과 술은 전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거라 여겨왔다. 그러나 오히려 적당한 알코올이 온몸을 돌자 집중력도 높아지고 상상력도 더 잘 발휘되어 어느 때보다 더 재미있게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읽었던 책이 문유석 박사의 쾌락독서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술과 글은 최고의 짝꿍이었으나 독서가 마음의 양식을 쌓는 고귀한 지적 행위로 인식되면서부터 거리가 점차 멀어져 왔던 건 아닐까.

 

을유문화사의 신간 『알코올과 작가들』은 이런 추론에 좋은 근거가 되어준다. 오래전부터 술과 운명을 함께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8가지 종류의 술을 통해 소개된다. 두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한 책답게 감각적이고 섬세한 일러스트가 페이지를 빼곡히 장식하고 있다.

 

첫 장은 가장 친숙한 와인으로 시작한다. 와인의 발생지는 고대 그루지야, 지금의 조지아로 알려져 있다. 그 역사가 8천 년이나 될 정도로 와인은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내가 애정 해 마지않는 작가 로얼드 달은 와인을 주제로 한 단편작을 선보이기도 할 정도로 열렬한 와인 수집가였다고 한다. 천진한 동화 작가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취미이지만,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낼 정도의 상상력이라면 술의 힘을 빌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술에 관한 이야기에서 가장 상징적인 문인이다. 그는 ‘잡주가’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시며 즐겼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숙취 해소법이 해장술을 마시는 것이라니, 말 다 했다.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물건 중 하나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나타난 가장 자연스러운 물건 중 하나다. 순수하고 감각적인 것은 이외에도 많지만, 그 어떤 것도 와인만큼 폭넓은 즐거움과 찬사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후의 죽음」
제1장 와인 中

 

와인보다 더 쉽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었던 맥주는 가장 대중적인 술로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일상에 함께 해왔다. 수도원이이나 수녀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직접 양조하기도 했는데, 책에서는 작가 제인 오스틴이 집에서 만들었던 전나무 맥주 양조법을 소개하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 속에 등장했고 현존하는 선술집들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도 나와 있다. 이런 디테일들은 마치 작가들이 살았던 그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맥주 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존 스타인벡의 소설 『통조림 공장 거리』의 등장인물 닥이 주문한 ‘맥주 밀크셰이크’였다. 우유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 제조법은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지만 70년 뒤 실제 식당 메뉴에 등장했다고 한다. 호기심에 찾아보니 ‘Beer milk shake’ 제조법에 대한 영상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

 

고흐를 통해 이름만 알고 있던 술 압생트는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장이었다. 예술이 성행했던 시절, 향락과 유흥의 중심에 있었던 이 초록빛 술에 오스카 와일드, 헤밍웨이, 고흐와 고갱, 아르튀르 랭보 등 많은 작가들이 매료되어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 전시회가 열려 더 유명해진 작가 톨루즈 로트레크는 직접 주문 제작한 지팡이에 압생트를 담은 유리병을 넣어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영향으로 고흐도 압생트를 마시게 되었고 나중에는 이 술이 고흐의 정신병을 악화시켜 스스로 귀를 자르게 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압생트는 매력적인 초록색을 띠지. 압생트가 담긴 잔은 다른 모든 것처럼 시적이라고.
압생트를 따른 잔과 저녁노을이 진 하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어?
- 오스카 와일드, 「파리발, 파리행 당일치기 여행들」
제6장 압생트 中

 

약 200년 동안 가장 널리 금지된 술이었던 압생트. 그래서인지 더 신비롭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술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비난받았던, 하지만 동시에 가장 사랑받았던 압생트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2005년 압생트의 발생지 스위스를 시작으로 2007년 마지막 미국까지 금지 조치가 해제되었고 현재는 다시금 활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여행을 가게 되면 오스카 와일드와 고흐를 떠올리며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

 

물론 과유불급이라고, 역사 속에서 술은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에선 1920년대에 금주령이 내려지기도 했고 러시아는 만취에 의한 통탄스러운 역사를 가졌기에 도스토옙스키 작품에서는 음주에 대해 부정적으로 서술한 내용이 흔했다. 톨스토이 또한 보드카를 독으로 생각하여 금주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신은 이미 싸구려 보드카에 타도되었다. 농부들도, 어머니들도, 아이들도 모두 술에 취했다. 성당은 텅텅 비었다.
- 표토르 도스토옙스키, 『악령』
제4장 보드카 中

 

“대마, 아편, 술, 담배가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이유는 맛이 있어서도, 즐거워서도, 기분전환이 되어서도 아니다. 그저 양심의 요구를 외면해야 해서 그런 것이다.”
- 레프 톨스토이, 「왜 사람은 스스로 얼빠진 상태가 되는가?」
제4장 보드카 中

 

하지만 술은 작가들에게 고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도피처이자 창작의 고통을 무디게 해주는 치료제였다. 그들이 술을 사랑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술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술을 통해 위로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즐거움을 나눌 때에도, 아픔을 나눌 때에도 술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노래 가사나 책에서도 술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 비평가인 헨리 루이는 체코 필스너를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그 원형이 ‘필스너 우르켈’이다. 아는 브랜드가 나와 반가운 마음에 곧장 편의점에서 사 들고 와선 마시며 책을 읽어보았다. 또 하루는 프랑스산 로제 와인을 마시며 책장을 넘겨보기도 했다. 마치 영화관에서 4D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감각이 확장된 느낌이 들었다. ‘음주 독서법’은 낭독, 필사 등을 이을 혁신적인 독서 방법이라고 가히 말해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꼭 그 시대 그 작가들처럼 음주 독서를 해보길 추천한다.

 

이 책에 나오는 여덟 종의 술 중 익숙하지 않거나 처음 접하는 것은 하나라도 꼭 시도해 보세요. 그 자체로 일상에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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