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6일 오늘의 책
더필름 | RHK | 2017.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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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 어른이 되는 것] [예뻐] [함께 걷던 길]의 더필름이 전하는 혼자 담아두기엔 벅찬 사랑의 기록들 그동안 수많은 앨범으로 사랑을 받아온 더필름의 노래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불러주는 것 같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감성적인 멜로디에 전달되는 공감 가는 가사는 다정하면서 또 애잔하다. 이 책에 담긴 그의 글도 그러하다. 그의 글은 나와 그, 나와 그녀의 이야기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친숙하면서도 연인 사이에서만 느낄 수 ...
사랑을 할 땐 바람마저 무수한 말을 걸어온다
그 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써 내려간 사랑의 풍경
책을 읽는 것, 그중에서 에세이를 읽는 것은 연애를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매일 새롭게 출간되는 수십, 수백 권의 책 중에서 하필이면 내 눈에 들어온 책. 눈에 들어왔지만 손에 잡히는 책은 그중에서도 일부이고, 또 책장을 펼쳐 끝까지 읽어내는 책은 단 한 권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대’라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것 또한 비슷하다. 세상에 반이라는 수많은 여자 중에서 하필이면 내 눈에 들어왔고, 그중에서도 말을 걸고 대화를 하고 서로 알아가고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썸에서 끝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연인이라 부를 관계까지 나아가는 것은 단 한 사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필름의 『쏟아지는 밤』을 읽게 된 것은 최후의 몸부림, 최악의 발악, 또는 죽을힘을 다한 노력이다. 이런저런 청년들의 핑계가 내 핑계가 되어 ‘사랑’이란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이라 착각할 만큼의 격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던 생활 탓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어느 날 문득 이러면 안 될 것 같던 생각이 들었을 때 우연처럼 『쏟아지는 밤』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천천히, 더 필름(황경석)의 문장에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오랜 시간 속에 사라져 가던 감정들을 떠올린다.
수록된 글 ‘갑과 을의 사랑’을 보며 사랑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조금은 나이 들었음일까, 오랜 시간에 무뎌짐 일까.
사랑에는 갑과 을이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면 클수록 을이 된다.
“딱 한 번 갑도 을도 아닌 사이가 있었어. 헤어지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갑도 을도 아닌 행복했던 사이였던 것 같아.” (19쪽)
두 번의 짝사랑, 한 번의 갑, 한 번의 을. 부끄럽지만 지난날 사랑이라 착각했던 관계가 있다.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일까.
좋아함과는 분명 다른 무엇.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호감’이었을 그때, 혼자 이런 상상 저런 상상을 하며 말 한마디 건네볼 용기조차 없어 끙끙대기도 했던 그때, 그 감정은 ‘사랑’일까.
그녀의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은 미지근한 때에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 줬던 사랑은 ‘사랑’이었을까. 너무 어렸다는 핑계,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핑계를 해봐도, 그땐 분명 내가 ‘갑’이었다. 내 감정에 따라 그녀가 눈치를 봤던 기억이 이제야 떠오르는 걸 보면 어쩌면 ‘마음’이란 인질을 잡고 갑질을 하던 악당이었다. 이제 와서 미안하단 사과는 너무 늦었을까.
어느 햇살 좋은 날 도서관 로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던 그녀.
왜? 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체 무작정 내가 좋아한다 했던 그땐 ‘사랑’이었을까.
그 무엇도 감당할 수 있었던 그때, 기다림이 친숙했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기쁨과 슬픔이 왔다 갔다 했던 그땐 분명 ‘을’이었을 나.
갑도 을도 아닌 행복한 사랑을 했던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사랑’이란 감정은 다른 말로 정의할 수 없기에,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던 그 시간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지금의 난 ‘사랑’이란 감정에 너무 무뎌졌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감정이기에 ‘사랑’을 알아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감정이 사랑이라지만, 지금의 생활 속에서는 사랑이란 감정이 들어올 곳이 없다. 너무 말라버려 적은 물로는 채울 수 없는 그런 저수지처럼, 내 마음이 말랐기에.
그럼에도 언젠가는 마음을 채워줄 사랑의 장마를 기다린다.
그 작은 희망도 없다면 내가 살아가는 날들이 너무나 힘들 것 같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파란북이'님은?
책과 글이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현재는 지역도서관에서 주민들의 독서력 함양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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