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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꽃 1

2009년 10월 26일 오늘의 책

소리꽃 1

유익서 | 민음사 | 2009.09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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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리는 결국 운명이 되고……” 한국 문학이 마침내 도달한 ‘예술가 소설’의 높은 봉우리! 장인 유익서, 10년의 집필 끝에 꽃피운 ‘우리 소리 3부작’의 대단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노래가 꽃피는 순간. 그 숙명적인 찰나를 소설에 담아내고자 평생 한 길만을 천착해 온 작가가 있다.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예술가 소설’을 발표하며 우리의 예술혼을 탐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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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전체를 끌어안는 뜨거운 노래


‘소리’로 이름 지어진 우리의 노래는, 한 나라의 전통음악이 그렇듯,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역사를 흐르는 노래, 춤, 미술 등 전통의 그것이 가지는 다른 점을 ‘한’이라는 한 글자로 설명하곤 한다. 전통문화에는 반드시 그 민족의 고유성을 관통하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공감대가 존재한다. 슬픔, 애잔함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말로는 절대 표현하고 규정지을 수 없을 것 같은 한 글자, ‘한’. 그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를 흐르는 전통의 힘이기도 하다.

<소리꽃>은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기를 끝없이 원했던 한 소녀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래를 중얼거리는 솔이는  언제나 자유롭게 노래 부르기를 꿈꾸는, 그저 작은 꿈을 가진 소녀이다. 그런데 그녀의 어미는 자신이 노래를 원해 일생을 그늘지게 만들었기에, 자신의 딸에게는 그 운명의 그늘이 내려오지 않기를 바라기에 솔이가 노래하는 것을 금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솔이는 꿈인지 환상인지조차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되 다른 이에게는 들리지 않게 하는 신기한 항아리를 얻는다.

항아리는 솔이의 노래를 담고, 솔이는 소리를 내지 않고 방해를 받지도 않은 채 원 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대가 없는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솔이에게 노래 부르는 자유를 준 항아리는 말한다. 자신은 까다로울 뿐 아니라, 자신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겪어야 하며 소중한 것들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여전히 어린 소녀는 그저 노래를 원할 뿐이다. 그리고 소녀의 일생은 이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항아리의 의지에 의해 조금씩 변해간다. 

판타지와 현실 그 중간 사이

<소리꽃>에는 동화나 전설쯤에나 등장할 법한 노래하는 항아리가 나온다. 항아리는 솔이의 노래를 담고 후에 그 노래를 풀어놓는다. 처음에는 솔이의 노래를 담고 풀기만 하던 항아리는 어느 순간부터 솔이에게 사람의 노래, 살아가는 삶의 노래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솔이는 항아리의 파업(?)선언이 던지는 압박을 이기지 못해 주어진 안락함을 뒤로 한 채 자의반 타의반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떠도는 인생의 길목에서 스님의 염불소리에 마음의 고요가 있음을, 풍요로운 이야기 속에 많은 사람들의 인생 또한 담겨 있음을 경험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한다.

총 2권으로 만들어진 <소리꽃>의 첫 번째 이야기는 솔이가 세 번째 거처를 향해 가고, 그곳에서 고매한 성품으로 그림을 깨달음의 경지로 이끈 고강이라는 인물을 만나는 것으로 한숨을 쉬어간다. 솔이의 인생은 이제 반절을 지나온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맞닥Em리게 될지 아직 알 수는 없으나, 그녀는 여전히 노래를 찾아 떠나는 떠도는 인생 가운데 있다. 그 길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수없이 많은 고뇌와 번민, 그리고 육체적 고통과 힘겨움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제 ‘한’에 함축된 한국의 정서를 노래 속에 녹여내기 위해 일생을 바치게 될 솔이의 여정은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진다.

쉼이 오래갈 수 없듯 솔이는 다시 길을 떠난다. 그 가운데 솔이는 대우를 만나 몸을 의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대우와의 만남은 잠시, 솔이는 대우의 곁을 떠나 그의 벗 고강에게로 향한다. 그렇지만 솔이는 고강을 만나지 못한다. 다만 고강의 남겨진 그림과 짧은 일화 속에서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에 대한 희미한 깨달음을 얻는다. 갈 곳을 잃은 솔이는 대우를 만나기 위해 발길을 돌리나 길이 엇갈리고, 대우의 아버지인 만후와 사당패의 도일 등을 만난다. 그리고 솔이는 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새로움에 대한 눈뜸을 경험하게 된다. 

피를 토해낼 듯한 고난과, 피를 토한 목소리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여인의 생은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솔이 역시 거리의 거지들에게 수치를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이 일로 그녀는 무당 선이네와 인연을 맺는다. 학식으로는 내세울 것이 없는 그녀였으나, 사당패의 풍류와 무녀의 한을 풀어내는 굿을 모두 경험한 소리꾼이다. 선이네의 이야기를 통해 얻는 경험과 지혜를 모두 알게 된 솔이는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짜 노래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물론 솔이의 여정은 여전히 고되고, 또 고되다.  

솔이는 마지막 거처로 고강의 집을 선택한다. 노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끝내며, 항아리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의 노래를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지만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던 사람의 노래. 그 노래를 온 몸에 담은 솔이는 고강의 집에서 다시 노래를 만들어낸다. 피를 쏟아내는 것이 득음의 과정이라고 했던가. 솔이는 끝내 피를 쏟아내고 거칠어진 목소리로 한나절이 다가도록 끝나지 않는 한 사람의 일생을 노래한다. 그리고 고강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노래와 함께 소진한다.

사람의 노래를 얻기 위해 일생을 고통으로 살아야했던 솔이만이 피를 쏟는 고통을 겪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인생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피를 쏟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인생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솔이가 평생을 바치고 피를 쏟는 고생을 해야 했던 것은, 어쩌면 인간의 일생이 그토록 매 순간이 피를 쏟는 고통과 힘겨운 여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지막 순간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가 얻어낸 사람의 노래에 웃을 수 있었던 솔이처럼 사람들도 그 일생을 바쳐 스스로를 위안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생을 살아가기 위해 그 힘겨운 순간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린넷'님은?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책 읽기를 시작해서 이제는 책이 없으면 남는 시간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활자중독증이 되어버린 31세 여성입니다. 소설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개인의 감정이나 변화들을 섬세하게 다루는 문체의 글들을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경험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신기하고 흥분되는 아직도 철이 안든 속 편한 사람이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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