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5일 오늘의 책
데브라 린 데드 | 윌컴퍼니 | 2012.08
분류 : 건강/의학/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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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독성화학물질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데브라 린 데드는 20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증상들로 고통을 받게 된다. 두통이 끊이지 않고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는가 하면, 샤워만 하면 쓰러질 것처럼 어지러웠고, 하루 중 대부분을 머리가 멍한 상태로 지내는 날이 지속되었다. 설탕이 잔뜩 든 음식만 보면 무엇이든 먹으려는 강한 욕구가 통제가 안될 정도로 솟구쳤고, 감정기복이 심해져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가...
오래 전 할머니와 함께 살 때, 할머니와 나는 늘 서로 설거지를 하려고 애썼다. 나는 항상 뜨거운 물로만 헹구고 마는 할머니의 설거지 방식이 왠지 깨끗하지 않은 것 같고 찝찝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식사가 끝나면 후다닥 빈 그릇을 챙겨 세제를 듬뿍 묻혀 풍성한 거품을 내며 설거지를 했다. 저녁에 퇴근한 엄마아빠를 붙잡고 “할머니 때문에 미치겠다. 할머니는 더럽다”며 흉인지 하소연인지 구분되지 않는 말들을 조잘대곤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할머니 역시 물과 세제를 낭비하는 나의 설거지 방식이 못마땅하셔서, 먼저 설거지를 하시려고 무던히 애쓰셨다고 했다. 한참 후 나와 할머니의 이런 실랑이를 전해 들은 온 가족은 박장대소를 했다.
아아. 그리운 할머니. 현명하셨던 할머니. 결국 할머니가 옳았다. 그릇을 깨끗이 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철없던 시절의 내가 박박 우겨댔던, 각종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합성세제는 우리 몸에 결코 좋게 작용할 리 없는 것이다. 피부를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바르는 비비크림에 피부질환 성분이 과다하게 들었다며 논란이 일고, 가습기를 깨끗이 하겠다고 사용한 살균제가 오히려 심각한 폐질환을 일으키는 등 우리는 분명 우리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너무도 많은 독성물질에 노출된 채, 그 독성물질에 의존한 채 살고 있다.
《독성프리》의 지은이 ‘데브라 린 데드’는 자신이 소비자의 한 명일 뿐이라고 겸손을 떨지만, 수십 년간 독성유해물질에 관해 연구하고, 그 유해성을 알리기 위해 활동한 전문가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의 주요 목표는 가정과 환경에 존재하는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독성물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은 마치, 현재에 맞게 확장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같다.
담배와 술 같은 익숙한 물질부터 플라스틱, 각종 세정제, 의약품, 화장품까지 우리생활 곳곳에서 마주하고 무심코 사용하는 유해성분이 가득한 독성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독성물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덥고 자는 이불, 입는 옷, 씻고 바르는 위생용품과 화장품, 숨쉬는 공기, 먹고 마시는 음식 등 우리가 생활하며 접촉하는 모든 것에 독성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어떻게 일일이 그걸 다 따져가며 바꾸냐고 지레 겁먹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를 둘러싼 독성물질이 있는 유해환경을 피하고, 내 몸에 쌓인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더 이상 쌓이지 않게 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지은이는 독성화학물질을 줄이고 제어하는 것은 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가정의 중독사고와 가정 내 유해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아주 쉽고도 요긴한 방법을 알려준다.
경제와 과학이 발전하고 편리해진 생활과 비례하여 원인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질병은 더욱더 증가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각종 화학합성물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며,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인간 스스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돌려받게 된 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당장 병원을 찾고 약을 먹기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하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약은 가공하지 않은 음식과 소식 습관, 걷기나 산책 등의 꾸준한 운동이다. 마찬가지로 ‘독성 프리’가 되는 방법은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독성물질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의 유해성을 깨닫고, 앞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자주 마시는 음료와 생수병에 내분비교란물질인 비스페놀A가 들어있다고 한다. 이 비스페놀A는 우리가 너무도 자주 만지는 현금등록기의 영수증에도 사용된다. 비스페놀A는 손을 통해, 입을 통해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다양한 독성유해물질을 소개하고, 독성물질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 대안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베이킹파우더, 식초, 소금 등의 물질이다. 이 물질들을 적절히 배합해서 사용하면 청소세제로, 세탁세제로, 섬유유연제 등 다기능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사용을 권장하는 방향제, 냄새제거제보다 환기가 최고로 좋은 방법이다. 또 외과의사들이 수술 전 항균비누로 손을 닦을 때 문지르고 문지르고 또 문지르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일반 비누로 많이 문지르고 닦을수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임기의 남녀, 임신한 여성, 독성물질에 특히 더 취약한 영유아, 노년층은 독성물질을 사용하지 말고, 환경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광고에 영향을 받아서, 잘 몰라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곰팡이제거제를 사용하고, 향수를 뿌려대고, 살충제를 사용해왔다. 지은이가 제공하는 정보와 각종 대안은 환경친화적 방법의 삶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인 단순하고 검박한 삶이다. 상술로 이용되는 웰빙이 아닌 환경에 좋은 일이 내 몸에도 좋은 일이 되는 진짜 웰빙이다. 책에 나온 대로 모든 것을 다 따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내가 먹고 숨쉬고 생활하는 모든 것을 사용할 때 유의하고, 차근차근 하나씩 습관을 들여 천연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사지 않으면 기업들도 유해한 독성물질을 만들지 않을 것이고,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책에서 눈길이 갔던 부분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폐기처리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은 가정유해물폐기처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없는 것 같고,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은 공장이나 업체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처럼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적절한 방식에 따라 처리되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냥 쓰레기봉투나 하수구에 버려지면 환경을 위협함은 물론이고 식수원을 오염시켜 결국은 우리 자신에게로 그 피해가 돌아올 것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전시행정을 일삼고, 해마다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등의 관행을 바꿔야 다. 우리 동네는 수 년 간 소음을 내면서 교통을 정체시키고 환경을 파괴해가며 경전철을 짓더니, 다시 또 수 년 간 흉물스런 회색 콘크리트덩어리로 방치된 채 곳곳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4대강이든 경전철이든 무분별한 공약을 남발하고 무리하게 추진해서 국민과 시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안기는 것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짓지 않는다.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거대한 사업추진보다, 환경을 보호하고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작은 정부와 지자체가 되어야 한다.
꾸준히 환경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생협을 주기적으로 이용해왔다. 병원이나 약국을 멀리하고도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고 자부하며, 꽤 잘 관리하며 살고 있다고 오만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참 많은 부분을 몰랐고, 엄청난 유해물질에 노출된 채 살았음을 알게 됐다. 책은 400여 쪽에 달하지만, 그 중 위험관리, 제품의 독성을 확인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유용한 부록이 100여 쪽에 이른다. 독성프리를 외치는 책인 만큼 환경보호를 위한 재생종이로 만들어져 분량에 비해 가볍고, 내용과 만듦새가 참 좋은 책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파란해골13호' 님은?
이런저런 만남이 가득한 책이 좋습니다. 책은 시야를 딱 틔워주기도 하고, 다시 치열하게 살고 싶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게도 하고,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도 하면서 결국에는 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점점 더 지독하게 책을 좋아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