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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페미니즘

2016년 5월 25일 오늘의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 | 민음사 | 2014.10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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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미국 명문 여대 바너드 대학교의 여성학 커리큘럼대로 읽는 페미니즘 고전 26 넘쳐 나는 빨래 바구니, 끊임없이 칭얼대는 아이들, 무관심한 남편…… 전쟁 같은 여자의 삶 속에서 페미니즘을 다시 읽?는다! “누군가 내게 ‘내 생애 첫 번째 페미니즘’ 책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테퍼니 스탈의 경험을 권하겠다.”?정희진(여성학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함께 ‘반드시 읽어야 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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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다른 생각들


대학생 시절, 장애를 가진 학우의 수업 필기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었다. 그 학우가 수강했던 수업은 여성학개론이었다. 내가 신청한 과목은 아니었지만, 필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꽤 열심히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업 내용은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여학생 중 다리 제모를 하는 사람들, 손들어보라'고 하는 교수의 질문에 대다수 여학생이 손을 들었던 장면이다. 다리털과 제모에는 전혀 관심 없었던 내게는 꽤나 충격이었다. 겨드랑이 제모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다리털도 제모해야 했던 것인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질문이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자는 다리 제모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신경 쓸 것들(혹은 본인이 신경 쓰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여성학개론 수업 이후 미국문화학을 복수전공하면서 다루었던 상당한 텍스트들도 타자의 시선에 의해 제단 당하는 여성에 대해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교수의 학문적 관심사도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 수 있겠으나, 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 혹은 처해있는 위치에 대한 학문적인 탐구가 흥미로웠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이십 대 중반을 넘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결혼을 하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알콩달콩 신혼부부처럼 평생을 살 수 있을까? (물론 절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느낌일까? 나를 닮은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그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반짝반짝 빛나던 대학 시절을 지나 한 남자와 가정을 꾸리고 딸을 낳아 가정주부의 삶을 산다. 삶은 급격하게 변해버린다. ‘그때 나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때 나는 현재 나의 이런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는데’ 하면서도 아이가 칭얼대면 얼른 뛰어들어가서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를 달래는 저자의 모습이 곧 내 미래의 모습 같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나 자신을 갈고닦았던 바로 그 캠퍼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으로 가득한 세상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 차가운 가을 공기 속에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구가 훌륭한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욕구와 서로 충돌했다. 그 둘을 조화시킬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114쪽)

저자는 대학 때를 떠올리며 모교인 바너드여대에서 개설되는 '페미니즘 고전 연구'수업을 청강하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이 또한 남편의 암묵적인 당혹감과 친구의 격려가 수반되어야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수업을 듣는다고 하는 거지?'라는 남편의 표정을 보고 어차피 별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은 이미 예상했다고 한다.

저자가 수업에서 읽었던 텍스트 중 나 또한 학부 때 접했던 글들이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동안 완전히 잊고 지내다 이 책을 통해 다시 떠올리게 된 작품도 있었는데 바로 『노란 벽지(The Yellow Paper)』다.

그 밖에도 여성을 다룬 다양한 에세이 및 문학작품에 대한 상세한 서술과, 수업 때 나왔던 토론장면이 생생하게 소개돼 있었다. 더불어 그런 글을 남긴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도 재미있게 나와있어서 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에 대한 이야기와 『노란 벽지』를 쓴 길먼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 어떠한 글이 남게 되기까지 작가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에피소드는 글을 이해하는 데에 분명히 도움을 주었다.

실비아의 작은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던 도중 갑작스레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왔다. '출산과 육아가 나를 완전히 변화시켰다.'라는 말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출산과 육아가 끊임없이 나를 시험하고 변화시킨다.'라는 말이 훨씬 더 정확하다. 소설가 레이철 커스크(Rachel Cusk)는 『생명의 작업』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어머니가 된 후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는 결코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는 '나' 또한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어머니로서 우리는 이렇듯 분열된 상태로 사는 법을 배운다. (226~227쪽)

저자의 딸 실비아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임과 동시에 시한폭탄이다. 저자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실비아 유치원은 어떻게 하지?' 등의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분열된 상태로 사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 과감히 진술한다. 자식이 있는 여성에게는 모성애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모성과 분열이 썩 어울리는 단어는 아닐 것이다. 물론 자식이 있으면 그 무엇을 줘도 절대 바꿀 수 없는 충만함, 행복감, 사랑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내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나 달려가고 싶은 꿈을 포기해야 한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남자들도 자녀양육 및 가정 그리고 직장 혹은 삶의 목표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겠다는 고민을 할까?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말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성을 불문하고 모두 페미니스트다.’ 이 말이 내가 속한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일단 내 사고방식부터 변할 수 있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땡땡이우산'님은?

방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맥주 마시면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방콕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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