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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2012년 1월 25일 오늘의 책

에브리맨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09.10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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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에는 결코 해본 적이 없는 말을 이 책을 위해 써야겠다. 이 소설은 걸작이다!” - 애틀랜틱 먼슬리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는 현대문학의 거장. 미국 언론으로부터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소설가”()라는 평을 듣는 작가. 미국 문학의 고전들을 엄선해 출간하고 있는 비영리 출판사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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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 삶을 메우는 소리가 촘촘하다. 1초, 2초, 3초, 4초, 5초 ……, 소리를 셈하는 숫자가 빼곡하다. 지금이 방금이 되고, 방금이 아까가 되고, 아까가 어제가 되는 사이, 24시간이 흐른다. 기억한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한다. 흘러간 시간을 숫자로 붙잡아두고, 기억과 짝을 지워준다. 2011년 00월 00일. 일기를 뒤적이다 알게 된다. 기억하는 것보다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많고, 그마저도 없는 날이 많다는 걸. 딱히 기억할 게 없는,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낸 것이다. 그렇게 망연히 시간을 보내다 문득, 흘려보낸 시간의 유일함과 흘려보낼 시간의 유한함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 ‘죽음’의 순간을 상상한다. 막연하다. 그게 당연하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법이다.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내심 그렇게 확신”도 하게 마련이다. 타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또한 그 죽음을 나의 것으로 체험하게 하진 않는다. 죽은 이에 대한 애도는 삶에 있지 죽음 이후에 있지 않으며, 삶 속에 침투한 상실을 견뎌야 하는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인생에서 죽음은 언제나 먼 미래에만 머물러 있다.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없이, 오늘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자각 없이 매일을 사는 것이다. 무심코 흘려보낸 하루만큼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에브리맨 Everyman》는 그 망각을 일깨운다. 우리는 모두, 언제가 죽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누구나 그렇듯이 늙고 병들어 죽는 평범한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그 남자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해 노년 시절의 ‘그’가 지나온 과거의 삶을 반추해가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그 시간 안에는 가족과의 추억과 안정된 삶, 그리고 무엇보다 젊음과 건강한 육체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이제 죽음을 피하는 것이 그의 삶에서 중심적인 일이 되었고 육체의 쇠퇴가 그의 이야기의 전부가 된” (76쪽) 이의 입장에서 복귀되는 기억이다. 따라서 그것이 말해짐과 동시에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가장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마저도 그 삶 곳곳에 있어 죽음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었음이 보여진다. 

 

“황폐한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 주위에는 전에 뉴욕에서 함께 광고일을 하던 동료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의 활력과 독창성을 회고하며, 딸 낸시에게 그와 함께 일했던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해주었다. (…) 그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들이 모두 하고 싶은 말을 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또 물론 그렇기도 했다. 그날 이 주의 북부와 남부에서 이런 장례식, 일상적이고 평범함 장례식이 오백 건은 있었을 것이다. (…)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벼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種)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버렸다.” (9, 22-23쪽)

 

한 남자의 죽음을 마주하고 이를 애도하는 이들에게서 시작해, 죽은 이가 겪은 수많은 시간들을 함께 지나온다. 그리고 그 삶의 끝자락에 그와 함께 자리한다.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독자를 그곳으로 인도한다. 특별한 것 없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누구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머지않아 나에게도 찾아올 그 순간을 목도한다. 오늘은 단 한 번밖에 없는, 서서히 끝을 보이고 있는 내일 중 하루가  미리 주어진 것임을 생각한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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