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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혐오

2017년 8월 24일 오늘의 책

음악 혐오

파스칼 키냐르 | 프란츠 | 2017.06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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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공포가 있었다 키냐르는 먼저 “음악mousike과 공포pavor, 이 두 단어는 영원히 결속된 것만 같다”라고 말한다. 아득한 옛날, 카오스의 언저리에 있었던 인간들을 지배한 정념은 공포였을 것이다. 죽음은 언제나 발밑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고, 자연은 맹수처럼 거칠고 끔찍하게 울부짖었으며, 심연 같은 어둠은 절대적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했을 것이다. 그 공포 속에서 인간들은 도망치느라 쉴 새 없이 대지를 쿵쿵거렸으리라. 목표지도 없이 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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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설렘으로 읽는 음악에 대한 애증


두려움과 설렘으로 책을 맞았다. 고급스럽게 덮여 있던 포장지를 벗겨내자 짙은 녹색의 양장본 서적이 드러났다. 파스칼 키냐르라는 저자의 이름에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다.

학창시절 겉돌며 읽었던 그의 저서 『떠도는 그림자들』과, 현재 관심을 가지며 틈틈이 독학하는 음악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품었던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다시 더듬고 있는 요즘인데다가, 문학청년 시절 접했던 파스칼 키냐르의 서적이니 관심이 가는 게 당연했다. 물론, 여전히 어렵다. 의식의 흐름 기법에 가까운 그의 서술은 내게 썩 맞지 않는다. 중간중간 와 닿거나 이해되는 문장들이 있어 읽을 수 있었다.

첫 장의 글은 특히 신앙이 없었다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성 베드로의 눈물이 와 닿을 수 있던 것은 신앙과 더불어 좋지 않은 나의 주변 상황도 그에 한 몫 했으리라.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를 읽으며 음악에 대한 벽을 생각했다. 나에게도 음악은 일상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다가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누나의 연주를 무의식적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소리를 자연스레 접하며 좋고 싫음의 구분을 하기 시작했다. 생활 속에 묻어나는 음악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깊어가는 밤에 글을 쓰고 있다. 짙은 고요 덕에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소리들이 크게 들린다. 이것이 '소리와 밤의 유대'인가보다. 다시금 다가오는 '세이렌의 노래'에서 음악보다는 역시 소리임을 생각한다. 7장에 가서야 왜 저자가 책의 제목을 '음악 혐오'라 붙였는지 알 수 있었다. '혐오'라기 보다는 '애증'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여전히 낯선 라틴어와 불어 등의 어원, 다양한 고대 신화에 대해 만날 수 있다. 동서양의 고전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뒤섞이기도 한다. 또한 책의 앞부분보다 뒤로 갈수록 읽기가 수월하다. 즉 책의 전반부에서 흐름을 잘 타면 뒤로 이어 나가는 것이 편해지는 것이다.

여전히 파스칼 키냐르의 글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읽은 만큼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파스칼 키냐르가 죽을 뻔 했던 시기에 쓴 책이기에 당시 저자의 심정과 절실함이 담겨있는 덕일지도 모른다. 파스칼 키냐르의 글을 좋아하거나 그가 전하는 음악의 시원과 본질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급하게 읽으면 더더욱 방황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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