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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사회학

2013년 7월 24일 오늘의 책

스무 살의 사회학

랠프 페브르, 앵거스 밴크로프트 | 민음사 | 2013.06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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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에 빠지면 왜 바보 같은 짓을 할까? 외모 가꾸기는 누구를 위해 하는 걸까? 범죄는 개인 탓일까, 사회 탓일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질문들에 베버, 뒤르켐, 마르크스 등 사회학 거장들이 답하다 사회학의 창시자 콩트부터 뒤르켐ㆍ베버ㆍ마르크스ㆍ푸코까지, 근대성ㆍ상호 작용론ㆍ자본주의에서 페미니즘ㆍ탈식민주의에 이르기까지, 사회학의 모든 것을 한 편의 소설로 만나는 『스무 살의 사회학-콩트에서 푸코까지, 정말 알고 싶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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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공부

 

공부해라!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게다. 이후의 공부는 보통 갓 스물 먹은 본인의 재량이다. 입시 때문에 감수했던 천편일률적인 공부를 끝내고 나를 위한 공부를 마음대로 시도할 수 있다. 여기까지,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지나가던 스무 살이라면 냉소적인 어투로 받아칠지도 모른다. 나를 위한 공부? 마음대로? 글쎄요. 달라진 건 없어요. 공부가 입시스러운 건 여전하죠. 대입이었던 목표가 취업으로 바뀌었을 뿐. 학교만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보기에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 데에는 모두가 한몫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교수 모두 아무한테도 득 될 게 없는 제도 속에 갇혀 있는 듯합니다. 가르치는 사람도 없고 정말로 뭔가를 배우는 사람도 없죠.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을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16쪽)라고 말이다. 여기부터, 나는 말문이 딱 막힐 것이다. “제도 속”에 머문 사람으로서 다른 가능성을 운운할 확신이 없는 탓이다.

 

그런데 “제도 속”에 있었기에 다른 가능성을 본 사람이 있다. 공부의 무대를 강의실에서 타인의 삶으로 옮겨온 ‘이마’다. 《스무 살의 사회학》은 ‘이마’가 한 교수에게 쓴 메일 한 통으로 첫 장을 연다. 사회학 강의를 수강하는 3학년 학생인 그는 “사람들이 정말 어려워하고 (…)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사이에 가장 큰 간극이 존재하는”(27쪽) 이 학문이 사실은 누구나 드나들기 쉬운 영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마’에게 사회학은 현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개개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를 느끼게 하기 위한 시도로 《스무 살의 사회학》은 ‘밀라’의 삶을 통해 주요한 사회학 이론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렇다. 이 책은 소설이다. ‘밀라’를 그려낸 ‘이마’ 또한 저자가 상상해낸 인물로 현실과 닮은 면면이 있는 이들 삶은 사회학을 보다 가까이에서 접하게 한다. 예컨대, 사회학은 사랑이라는 익숙한 관계를 통해서도 이야기된다.

 

   “누군가 너를 사랑하더라도 네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한 그 사람은 너에게 아무 영향도 못 줘. 이게 바로 비밀을 갖는다는 것의 요점이야.”
   “그럼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많더라도 내가 상상하지 못하면 영향을 못 미친다는 거야?”
   투니가 말했다. 밀라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야. 우리가 상상 속에서만 서로 관계를 맺는 한 사회는 마음속에 있어. 그게 모두가 기억하는 쿨리의 말이야. 재스민, 마지막 쪽지 밑에 있는 다음 두 인용구도 읽어 줄래?”
   “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모여야 한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하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만 한데 모인다. 다른 곳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하는 상상은 곧 사회의 확고한 사실이다.” 재스민이 무시하듯 덧붙였다. “그럼 사회학의 주요 개념을 탐구하려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해야 한다는 거야? 사회학은 인간이 삶을 ‘사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밀라는 재스민이 이 모임 안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밀라의 상상 속에서 모두가 다시 만나고 있었다.
   “사회학은 둘 다에 관한 거라고 생각해. 쿨리의 이론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고.” (174쪽)

 

이렇듯 사랑의 관계에 투영하는 질문부터 “우리가 정말 우리와 아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들의 입장이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진짜로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431쪽)와 같은 고민에 이르기까지 ‘밀라’는 콩트, 쿨리, 푸코, 부르디외, 마르크스 등 사상가의 여러 사회학 이론을 삶에 적용하여 이해한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 이전에 처한 문제의 양상이 하나둘 달라져 있음을 깨닫는다. 사회학이라는 공부가 자신을, 사회를 마주한 제가 자신을 바꿔 놓은 셈이다. 실제의 삶에서 얼마나 가능한 일일지는 모른다. 이 소설은 다만 가능성일 것이므로. 그러나 현실을 바꾸자면 외면하기보단 먼저 말을 걸어 볼 일이다. 사회에 내 삶의 고민을 비추어 볼 일이다. 이것이 냉소의 대안일 수는 없을까. 스무 살이 되고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한 ‘밀라’가 그랬듯.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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