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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2020년 6월 24일 오늘의 책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우치다 햣켄 | 봄날의책 | 2020.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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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치다 ?켄의 나이 예순여섯에 예기치 못한 작은 손님 하나가 헛간 지붕에서 바지랑대를 타고 내려와 그의 집 물독에, 아니 그의 삶 속에 퐁당 뛰어들었다. 바로 고양이 노라였다. 노작가의 ‘작은 운명’이었던 노라가 훌쩍 집을 떠난 뒤, 눈물로 낮밤을 지새우며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를 되뇌던 우치다에게 어느 날 문득 고양이 쿠루가 찾아와, 곁에 스르르 머문다. 그리고 5여 년 후,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이 책은 그 아름답고 슬프고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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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의 노라를 만났기를

 

어쩌면 곧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고양이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는 집에 물으면 다들 입을 모아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하기 때문인데, 나도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_『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43쪽

 

반려동물을 한 번도 키워보지 않았지만, 애묘인들의 감정을 십분 이해하게 된 에세이다. 어느 늙은 작가 우치다 핫켄의 집에 스며든 고양이 노라와, 노라를 잃어버린 후 헛헛한 외로움을 달래준 고양이 쿠루와의 생활이 담겨있다. 새끼 때부터 집 앞에서 놀던 길고양이 주제에 입맛은 고급인지 음식을 가리던 노라. 작가는 그를 귀찮아하는 듯하면서도 비싼 우유와 새끼 전갱이를 꼭 챙겨주고, 그의 아내는 노라가 행여 다른 고양이와 싸움이라도 날라치면 곧장 뛰어나가 노라의 편에 선다. 그렇게 일 년 반의 짧다면 짧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노라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노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잠시 놀러 나갔다가 밤중의 폭우에 길을 잃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매일매일 기다리느라 눈물이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늙은 작가의 진득한 감정이 꾹꾹 책 속에 새겨져 있었다.

 

이제 그만하자고 생각하면서도 또 부르고 싶어져서 이마를 방석에 대고 노라야, 노라야, 부른다. 멈춰야 함을 알지만, 거기 없는 노라가 사랑스러워 멈출 수가 없다._『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49쪽

 

노라가 사라진 후 매일매일 울며 쓴 그의 일기가 마음이 아프다. 신문사 광고를 통해 노라의 전단을 내보기도 하고, 경찰에 수색 신고도 하고, 미신을 따라 물을 떠다 놓고 500여 일간 빌어보기도 했지만 노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난 것은 아닐까. 전단지 광고를 보고 연락이라도 오면 무슨 일이든 제쳐두고 확인부터 하러 나선다. 설사 고양이 무덤을 파헤치는 일이더라도.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난 후 적적했던 그의 집에서 고양이 노라는, 흡사 재롱둥이 막내아들과도 같았을 것이다.

 

쿠루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 노라의 말을 전하러 온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었다. 어디 풀숲이나 담 그늘에서 노라가 쿠루에게 우리 집에 가서 이렇게 좀 전해줘, 하고 말한 게 틀림없다. 쿠루는 꼬리가 짧지만 그 외 털이며 얼굴 생김새가 노라와 판박이다._『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232쪽

 

하지만 슬픔에 젖은 노부부를 위로라도 하듯, 노라와 닮은 고양이 쿠루가 찾아온다. 정말 노라의 안부를 전해주러 온 것일까. 쿠루를 노라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 작은 고양이가 스며드는 하루하루는 노라를 잃어 우울한 그를 위로한다. 그랬던 쿠루가 작가의 품 안에서 편히 숨을 거두기까지 5년여, 다시금 부부는 노라를 그리워하지만…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쿠루가 조용히 떠나간 날, 노라도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에세이의 제목을 지었을 것 같다.

 

문득 인터넷에서 보던 잃어버린 동물들을 찾는 소개 전단이 떠올랐다. 내가 그나마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링크를 공유해 주는 것이었고, 그들의 심정을 공감하지 못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었다. 간단한 소개 전단 뒤에 깔려있는 주인들의 절절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인들이 많아 공감해 주는 척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해서 작가가 노라를 잃어버리고 난 뒤 단조롭게 되풀이되는 눈물이 난다는 일기도 왜 그렇게 반복이 되는지, 그것도 몇 개월 이상을 찾아 헤매야 했는지도 새삼스럽게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짙은 슬픔에 공감이라도 되었던 걸까. 어느 순간 나도 노라가 돌아오길 바랐고, 그래서 작가 부부와 두 고양이가 행복한 일상을 그려나가길 ─이 책이 소설이었다면 당연히 그런 식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바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길거리에 다니는 고양이들 중 하나가 노라일지, SNS에서 주인이 애타게 찾는 강아지가 누군가의 노라일지 나는 한 번 더 관심 있게 주변을 둘러보게 될 것 같다. 글의 힘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책을 덮고 난 뒤, 고양이 세 마리와 일상을 즐기는 지인에게 이 책을 소개했다. 언니, 이거 읽어봐요. 애묘인들은 눈물이 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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