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4일 오늘의 책
찰스 스펜스 | 어크로스 | 2018.04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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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식계를 강타한 음식판 괴짜경제학! “왜 미슐랭 셰프들과 글로벌 식품기업은 이 남자에 주목하는가?” 기발하고 놀라운 연구로 세계 미식계를 강타한 음식판 괴짜경제학, 《왜 맛있을까》가 드디어 한국에 출간됐다. 미슐랭 셰프들의 ‘구루’, 글로벌 요식업계의 ‘멘토’로 불리는 옥스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는 이 책에서 우리가 음식을 먹고 마시는 동안에 일어나는 과학적, 심리학적 발견들을 유쾌하게 밝혀낸다. 책에는 음악으로 맛을 바꿀 수...
2008년 소리가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닉 칩 연구로 영양학 부문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옥스퍼드대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 ‘과자 포장재는 왜 바스락거리며 시끄러울까, 기내식은 왜 맛이 없을까, 파란 고기와 생선은 왜 혐오스러운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먼저 주문해야 할까, 나중에 주문해야할까’ 등 어처구니 없는 연구들이 많아 보이지만 음식에 정통한 감각심리학자의 연구는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식품 기업과 셰프들은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총망라한 책 『왜 맛있을까』. 원제 “Gastrophysics(가스트로피직스)”는 미식학과 물리학의 합성어로 인지과학, 뇌과학, 심리학, 디자인, 마케팅 등을 융합해 창안한 새로운 지식 분야를 의미한다. 가스트로피직스를 연구하는 가스트로피지스트들은 음식 감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음식의 반응은 혀와 코보다 뇌와 장기의 대화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보는 것!
저자 찰스 스펜스도 깜짝 놀란 우리나라의 ‘먹방’. 지금까지 접한 가장 이상하고 핫한 트렌드로 소개하고 있다. 먹방은 혼밥 시대에 그저 위안 요소가 되는 것을 넘어 시청자의 정신적 소모가 꽤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상의 유혹에 저항하기 위한 정신 소모, 체질량 지수 증가, 허기 증대 등 장기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라는 점을 짚어준다.
혼밥과 관련해서 식사는 사회적 행위라는 의미를 끌어내기도 한다. 요즘은 혼자 밖에서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식사를 사회적 행위로 바라본다면, 에어비앤비 숙박 개념처럼 현지인과 식사하는 식사 공유 앱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
먹방 사례처럼 음식은 혀로 맛보는 미각과 냄새를 맡는 후각 외에도 시각, 청각의 영향을 받는다. SNS에서 음식 사진을 공유하면서 음식의 색깔과 모양, 플레이팅의 미학 등 시각적 매력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소리가 맛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바삭’ 소리가 큰 감자칩이 더 맛있고, 프랑스 아코디언 음악을 틀면 프랑스 와인 판매량이 높아지듯, 배경 음악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만큼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촉각도 맛에 영향을 준다. 핑거푸드는 손으로 먹어야 더욱 맛있게 느껴지고, 식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그 맛이 안 나는 것처럼. 식기의 무게가 음식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이렇듯 음식의 맛은 식사하는 환경에 따라 식사 경험에 영향을 준다. 음악, 조명, 향기, 의자, 느낌 등 주변 환경 모든 것이 말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디에서 누구와 먹는지, 기분 상태에 따라 먹는 즐거움이 달라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메커니즘을 이토록 세세하게 짚어준 책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스트로피직스를 이용해 미식의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은근슬쩍 개입하면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가 음식에 이용되는 것이다. 맛 경험을 조절하고 강화해줄 다양한 요인들을 이용해 기억에 남을 만큼 자극적이지만 지나치게 압도적이지는 않은 경험을 선사하는 가스트로피직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다중 감각 요소를 이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었다. 1930년대 정신 나간 아이디어를 많이 실천한 이탈리아 미래파가 선구자였다. 그들은 꽤나 앞서 나갔지만, 수중 레스토랑이나 음식극장 등 이제는 다중 감각 요소를 통제해 가장 맛있는 식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미래의 식탁은 어떤 분위기일까. 소리라는 양념으로 더 맛있게 느끼도록 하고, VR과 AR 기술을 적용한 식사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저자가 언급한 혼밥 사례보다도 더욱 사회적 교류를 방해할지 모른다.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토록 복잡하다니. 이 책으로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먹고 살기 힘들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처럼 우리 삶에서 결코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먹는’ 행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인지, 식사의 사회적 행위에 관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었다.
요리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식사 경험이 좋아야 맛있다는 것. 맛에 대한 기억은 실제 맛과 같지 않을뿐더러 맛과 향의 구별조차 지각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결국 감정을 바꿈으로써 맛을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려준 셈이다. 입안과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언제나 성공적인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lsj125'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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