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4일 오늘의 책
김홍중 | 문학동네 | 2016.11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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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파상의 시대, 해답은 있는가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 일대는 사람들의 거대한 물결과 함성으로 가득 차올랐다. 촛불이 밝혀졌다. 세종로 사거리, 서울시청 앞을 지나 종로와 을지로 일대, 그리고 숭례문까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어떤 것이 부서져내리고 있고, 새로운 무언가가 그 ...
사회이론서인 『사회학적 파상력』의 저자는 사회학자이자 교수다. 그렇다보니 글의 형식을 비롯해 수많은 각주와 인용은 마치 소논문을 읽고 있는 느낌을 준다.
왜 파상력인가
파상력(破像力)이란 단어가 낯설었다. '파상력'을 네어버 사전에 검색해 보니 나오지 않아, 민중서림 국어사전으로 찾아보았으나 역시 없었다. 파상력은 저자가 만들어낸 말로, 상상력(想像力)의 반대말이다.
파상력은 구성이 아니라 파괴의 방향으로 , 질서가 아니라 카오스의 방향으로 활동한다. 상상력의 최고치가 꿈이라면, 파상력은 깨어남, 즉 각성의 순간에 발휘된다. 꿈에서 깨어날 때, (...)우리는 다른 세계(현실)가 열리는 충격을 경험한다. (10쪽)
저자가 명명하는 파상의 시대는 과거 한국 사회가 꿈꾸었던 꿈들이 깨진 시대다.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라는 비전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왔지만, 그 꿈들은 불평등 심화, 세월호 참사, 삶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재난 사건들을 낳았다. 저자는 이 과거의 꿈들이 부서진 잔해에 집중한다.
파상의 시대는 문명사적 변동기이며, 대안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꿈들이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며 문제화되는 시기다. 또한, 파상의 장소는 과거의 몽상이 파괴되는 곳일 뿐 아니라 아직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미래의 꿈이 태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10쪽)
저자는 파상력을 '가위눌림'에 비유하기도 한다. 깨어남과 꿈 사이에 있는 회색지대인 가위눌림. 가위눌림은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이다. 이 회색지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치열한 몸부림, 마비적 몽환의 장을 벗어나기 위한 힘의 총체를 가리켜 저자는 파상력이라고 부른다.
저자가 파상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꿈이 깨어진 자리에서 자라나는 희망의 씨앗을 보기 때문이다. 그것을 일반화 할 수 없지만 각각 여러 개의 점들로, 파편들처럼 희망이 생성되고 있다. 550쪽에 달하는 이 책은 한국사회가 꾸었던 꿈, 깨져버린 꿈, 그리고 그 틈에서 자라난 희망의 씨앗들에 대한 그의 연구 결과물이다.
부서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이 책을 꽤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개념이 어려워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신경숙의 소설부터 한나 아렌트, 뒤르겜, 들뢰즈의 이론을 넘나든다. 끙끙거리며 읽었지만 이 책이 요즘 시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특히, 1장에 있는 <마음의 부서짐;세월호 참사와 주권적 우울>에서 말하는 주권적 우울의 개념은 비단 세월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시스템의 부재는 세월호 참사 때 느꼈던 크기의 비탄,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탄식이 또 한 번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들의 무력감은 커져만 가고 마음은 다시 한번 부서졌다. 이 '부서진 마음'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읽으며 의외로 위로를 받았다. 이 연구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시도하고 광범위하게 지배하고 있는 집단의 우울을 이론화한다. 마치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체와 의미를 몰랐던 감정에 대해 조목조목 해석해주고 있다.
저자는 마음의 부서짐을 치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과 정의라고 말한다. 지금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이 부디 제대로 진행되어 개인의 부서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저자 김홍중님의 글을 처음 읽었습니다. 『눈먼 자들의 국가』에 썼던 저자의 글이 『사회학적 파상력』으로 확장된 느낌을 줍니다. 두 번째 추천할 책은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입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트라우마와 그 치유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회학적 파상력』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부서짐’ 혹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진상 규명과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텅빈거리, 새벽, 서늘한 바람, 책이 있는 풍경을 좋아합니다. 읽고 쓰기를 할 때 가장 ‘나다움’을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