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3일 오늘의 책
나쓰메 소세키 | 현암사 | 2013.09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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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천년의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그들과 우리 사이의 100년은 어디로 갔을까 귀뚜라미 소리에 젖어드는 가을, 소세키를 읽는다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 정본 국내 최초 장편소설 전집 1차분 출간 “그 우울한 청춘의 시대, 옆에서 늘 속삭이듯 말을 걸어준 것은 나쓰메 소세키였습니다” 자유를 구가하고 독립을 주장하며 자아를 내세우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
흰 나비, 흰 꽃에
조그만 나비, 조그만 꽃에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기나긴 근심은, 긴 머리카락에
어두운 근심은, 검은 머리카락에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부질없이, 부는 태풍
부질없이, 사는가 속세에
흰 나비도, 검은 머리카락도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109쪽)
붙들린 채 걷는다. 터벅거리며 하루를 건너는 발걸음이 무겁다. 질질질 길게 늘어진 근심이 끌려온다, 밤까지. 먼지처럼, 털어내지 못한 생각이 남는다. 잠자리가 배기고 꿈자리가 지저분해진다. 뒤척이는 사이 아침의 문이 열린다, 다시. 밖으로 세상 안으로, 비틀. 아주 조금 방향이 틀어진다, 또. 눈치 채지 못하고 가던 길을 간다. 그렇게 꽤 오래, 돈, 안정된 생활, 원만한 인간관계, 타인의 인정, 이해 그리고 진심, 그 밖의 욕심나고 욕심내온 것들에 번번이 구애되며 살아, 왔다. 비틀거리며 삐뚤게 걸어, 지금이다.
(…)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도 알고 있다. 살을 에는 듯이 불어대는 바람의 예리함도 알고 있다. 날아가는 기러기의 숫자도 알고 있다. 아름다운 여자도 알고 있다. 황금의 소중함도 알고 있다. 톱밥처럼 취급되는 자기 육신의 헛됨, 덧없는 세상의 고통이 뼈에 사무치는 저녁들을 알고 있다. 하숙집 반찬이 애석하게도 감자뿐이라는 사실은 원래부터 알고 있다. 너무 많이 아는 것이 그에게는 버릇 같은 것이지만, 그런 버릇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점이 그의 병이다. (…) 그는 외톨이가 되었다. 자신에게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한가한 외톨이가 아니다. 동정심을 간절하게 바라고 인간을 갈구하는, 마음 달랠 길 없는 외톨이다. (125-126쪽)
《태풍》 속에서 나비처럼 위태롭게, 대학을 갓 졸업한 ‘다카야나기’ 군이 흔들리며 걷고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무엇에도 구애됨 없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꼿꼿이 가고 있는 ‘시라이 도야’ 선생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무탈하고 온화하게 자라온 대학 동창 ‘나카노 슌타이’ 사이에서, 스스로의 길 찾는 젊음의 방황이 한창이다. “움직이는 사회를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을 소명으로, “높고, 위대하고, 사심이 없는 방향으로, 한 발짝만이라도 움직이게 하는 것”의 사명 외에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하는 도야 선생에게 영혼이 이끌리지만, 그와 같이는 되지 않는 자신만의 갈 길이 어디인지, 다카야나기 군은 톡톡히 아프며 질문하는 중이다.
그런 다카야나기 군을 안다. 그가 알고 것들을 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언제고 태풍은 불고 그 안에서 나비는 언제나처럼 위태로울 것을 안다. 방황은 이제껏 어디로 갈지를 모르는 그 발길을 멈춘 적이 없고, 방향은 비틀거리고 흔들리는 그 와중에 아주 조금씩 느리게 찾아진다는 것 또한, 이제껏 살아온 삶만으로도 모른다 말할 수는 없게 돼버렸으니.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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