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책오늘의책
  • 미디어 & 기관 추천책미디어 & 기관 추천책
  • 문학상수상작문학상수상작
  • 이럴때이런책이럴때이런책

시선으로부터,

2020년 7월 23일 오늘의 책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 문학동네 | 2020.06

분류 : 소설

정가
$28.00
판매가
$15.40 (45%↓)
적립금
$0.31 (2%P)

“우린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낼 거야.” 진행자 심시선씨, 유일하게 제사 문화에 강경한 반대 발언을 하고 계신데요. 본인 사후에도 그럼 제사를 거부하실 건가요? 심시선 그럼요, 죽은 사람 위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봤자 뭐하겠습니까? 사라져야 할 관습입니다. 김행래 바깥 물 좀 드셨다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 아닙니다. 전통문화를 그리 우습게 여기고 깔보면 안 돼요. 심시선 형식만 남고 마음이 사라지면 고생일 뿐입니다. 그것도 순전 여자들만. 우...

상세보기 >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더운 바람이 불면 나무 그림자 아래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잎이 흔들거리며 가볍게 스치는 소리를 낸다. 여름은 하루가 길어지는 것으로 느낄 수 있지만 소리로 얼마든지 구별될 수 있다. 마음을 달래려고 사진첩만 뒤적이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지금 계절을 기쁘게 보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유월에 기다렸던 신간이 두 권 있었다. 하나는 강화길의 『화이트 호스』, 나머지 하나는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다. 나는 예약 구매하고 일주일 정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받을 수 있었다. 금요일 낮에 책을 펼쳐서 금요일 밤에 완독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한 권을 더 주문했다.

 

“기일 저녁 여덟 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83쪽)

 

장소는 한 사람을 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심시선에게 하와이란 환상의 섬이 아니라, 전쟁 상황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안고 이주해야 했던 생활 터전이었다. 그녀는 바로 거기서 마티아스 마우어를 만났다. 소설은 시선의 말과 가족들의 말 그리고 제사상에 바칠 것을 찾아 하와이를 여행하는 과정이 나란히 전개된다.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풍경에 나도 들뜨는 마음이 되어 한숨을 후 내쉬고 말았다.

 

잠깐 책을 덮고 표지를 쓸어내린다. 내가 독서를 하면서 기뻤던 순간은 정세랑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고, 이 책을 읽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었다. 두세 번 정독하면서 느낀 건 마냥 밝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와이는 파라다이스를 표방하면서 여행자들을 향해 달콤하게 손짓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관광 산업에 의존한 나머지 물가가 크게 오르고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난 하와이에 가 본 적 없지만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미지의 장소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되었고 또 나라면 무얼 찾아서 제사상에 바칠 것인지 궁금해졌다. 페이지를 계속 넘겨야겠다.

 

처음 해와 달과 땅을 배웠다. 그다음에 집을 배웠는데, 집을 표현할 때는 엄지끼리 닿지 않는 게 포인트였다. 절벽과 산, 비와 폭포, 바다와 파도, 바람과 야자수, 눈과 손, 미소와 부드러운 어깨, 꽃과 향기 맡기, 레이와 애정, 알로하와 끝내기 동작…… 모든 것이 근사한 쌍으로 이루어져 기억하기 좋았다. 충만한 경험이었다. 오전의 햇빛 속에, 각기 다른 동선 끝에 하와이에 다다랐을 여행자들이 같은 훌라를 배운다는 것은. (86쪽)

 

‘하와이 소설’을 오랫동안 구상한 작가는 집필하기 전 화자들이 행하는 레크레이션을 현지에서 체험했다고 팟캐스트에서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하와이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배우기 좋아하는 어른이란 역시 귀엽다. 시선의 가족은 미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아픔을 인정하거나 극복하게 되는 계기를 맞이한다. 누구 한 명의 이야기를 특별히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각자 다른 질감을 지닌다. 서핑과 프리다이빙의 세계가 다르고 미술관과 박물관이 구분된 것처럼. 가족 여행이지만 개인의 관심사를 존중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과연 『피프티 피플』에서 51명의 에피소드를 풀어낸 내공이 느껴졌다. 귀엽고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트레스가 멀리멀리 날아갔다.

 

스스로의 비틀린 부분을 수정하는 것. 그것이 좋은 예술가가 되는 길인지는 몰라도 살아 있는 예술가가 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매혹적으로 보이는 비틀림일수록 그 곁에 어린 환상들을 걷어내십시오. 직선으로 느리게 걷는 것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택해야 하는 어려운 길입니다. (30쪽)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좋았던 점은 심시선이란 여성에게서 커다란 응원을 받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말하길 멈추지 않았던 그녀는 솔직하면서도 위트 있는 언어로 정신을 맑게 깨워주었다. 더운 곳에서 강하게 자라는 히비스커스 꽃처럼.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 환상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것. 시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땅을 딛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가족을 향한 애정이 느껴질 때마다 뭉클하게 좋았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서 그런 것일까. 말하지 않아도 은근하게 서로를 챙기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배어들었다.

 

훌라 선생님이 하와이를 ‘하와이이’라고 제대로 발음하는 것이 멋졌다. 명혜는 선생님의 훌라를 따라 하는 것처럼 발음을 따라 하고 생각을 따라 했다. 제대로 따라 하기엔 짧은 기간이었고, 영원히 그 정수에 가닿을 수 없을 것 같아 슬퍼졌지만 그 슬픔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연결되지는 못할 거라는 깨달음 말이다. (212쪽)

 

이 소설은 그냥 읽어도 좋지만 흥을 더하기 위한 몇 가지 옵션이 있다. 유치해도 어쩔 수 없다. 배경 음악으로 Hawaiian Essentials 리스트를 틀고 스팸 무스비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대표적인 하와이 음식이다. 드립 커피를 정성스럽게 내리고 팬케이크 같은 달고 폭신한 디저트를 준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구글에서 찾은 하와이 이미지를 배경으로 띄우려다 이성을 붙들었다. 현재 여름에 어울리는 책에 투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참여하고. 작은 책방에서 핑크빛 커버의 『시선으로부터,』를 발견하면 동네 서점 에디션이니 놓치지 말라고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부산으로 짧은 휴식을 다녀올 건데 숙소에 머물러 읽고 싶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boobook'님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커피를 내립니다.

오늘의 책 메일링 서비스

오늘의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기

싸이월드 공감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덧글 [ 0 ]

등록하기

오늘의 책 전체보기

이전이전

2 0 2 6 1 0

다음다음

2026년 10월 오늘의 책 입니다.

GO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8

29

30

1


일상의 유토피아

2


평생 월급을 만드는 저수지 투자법

3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4


슬픈 행성

5


은둔

6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7


루미너스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미디어&관련기관추천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문학상추천문학상추천

mor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