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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2018년 11월 23일 오늘의 책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김효은, 강인경 | 청림출판 | 2018.1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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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이다 <삼우실> 인생 호신술! 사회생활 하이퍼리얼리즘 짠내 블록버스터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오늘 무슨 일을 할지, 점심 메뉴는 뭐가 좋을지, 언제 퇴근할지 이 세 가지 고민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출근과 동시에 부당한 지시, 불합리한 언행, 성차별적 발언 등이 만연한 공간이 되어 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자주 펼쳐진다. 그럼에도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못 해요” “안 해요”라고 직접 표현하는 순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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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의 인생 호신술

 

현재 고등학생인 제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 이야기인데요, 분당에 있는 회사에 다녔었습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에다 주 5일 근무제가 없었던 때라 토요일도 종일 근무였죠. 그러다가 사장님께서 이젠 우리 사무실도 슬슬 토요일은 반일 근무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완전 반일은 무리지만, 월요일마다 있는 행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토요일에는 점심을 일찍 먹고 2시까지만 일하는 걸로 하자고 하시더군요. 회사 시스템상 매주 수요일은 9시가 넘어서 퇴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마저도 전임자는 일이 자꾸만 밀려서 밤 12시 넘어서 퇴근하기 일쑤였다고 하더군요. 전임자에게 길든 판매 사원과 팀장님들께서 마감 협조를 안 해주셔서 저에게도 그러려고 하시더군요. 입사 초기에 이러다간 계속 끌려다니겠다 싶어서 매몰차게 잘라내고 8시에 마감, 9시에 퇴근했습니다. 그랬더니 저보고 독하다며 뒤에서 흉을 보더군요. 왜죠? 6시에 퇴근하는 게 원칙인데 9시까지 기다려줬는데.

 

6시 퇴근이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을 리 없었습니다. 희한하게 5시 30분만 되면 갑자기 새로운 일을 시켜요. 토요일 반일 근무는 무슨. 2시에 새로운 일을 시키는 바람에 4시나 4시 반에 퇴근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근무 외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월화 연속으로 6시 반에 퇴근하고, 수요일은 9시, 그리고 목요일에 또 6시 반에 퇴근하려는데 사장님이 부르시더군요. 요새 왜 그렇게 일찍 퇴근하냐며 정색하시던데요. 그래서 말했죠.저는 입사할 때 6시 퇴근이라고 들었습니다, 근무 시간에 모든 일을 다 해놓았고, 지금은 퇴근 시간을 30분이나 넘긴 6시 반인데 일찍 퇴근한다고 말씀하시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말이 나와서 말씀인데, 토요일에 2시까지 근무하는 걸로 하자고 하시고선 왜 4시 넘어 5시까지 퇴근을 못 하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토요일에도 정시 퇴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요.  사장님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함께 근무하는 언니는 좋아했어요. 덕분에 일찍- 일찍이 아니죠.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요. 전 그때 미혼이었지만, 언니는 아이들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퇴근 시간을 넘겨서 퇴근하는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 직장생활은 20세기에 끝났어야 하는데,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요.

 

여자라고, 막내라고, 지방 출신이라고 등등 갖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가며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속 시원하게 말을 하자니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고, 계약직이면 재계약 안 될 것 같고, 인사고과에 반영될 것 같고. 이런 것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걸 무기인 양 휘두르는 사람들. 더 나쁜 건 자기들이 하는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소위 꼰대들-에겐 어쩌면 좋을까요? 누가 속 시원하게 사이다 한 병 들이부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SNS를 통해서 삼우실이라는 아이디로 연재를 하는 웹툰이 있더군요. 직장 내에서 참 말도 안 되는 소소하거나 소소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조용히’라는 사원이 시원하게 대응해요. 꼰대에게 당하면 반드시 갚아주는 성격이거든요. 매번 시원하게 갚아주는 건 아니고요. 네 컷 만화 아래에 글로 표현하기도 해요. 그래도 도시락을 싸 온 여자 직원에게 자기 것도 싸다 달라며 난처한 부탁인지 명령인지를 하는 선배에겐 고수를 잔뜩 올린 즉석밥을 건네준다거나, 과일은 여자가 깎아야 한다는 말에 울퉁불퉁 엉망으로 깎은 사과를 내밀었을 땐 빵 터졌어요. 사진까지 있더라니까요. 정말 이렇게 내주면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저도 과일은 정말 못 깎거든요. 우리 집엔 과도가 아예 없어요. 역시 과일은 껍질째 먹는 거 아니겠어요?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은 삼우실의 웹툰과 글을 모아 편집한 책인데요. 이 책을 읽다 보니 참 사무실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내가 본 건 일부일 뿐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러면서 어떻게 회사에 다니는 걸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당한 누군가가 또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방법으로 황당한 짓을 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중간에 그런 말이 있었어요. 손경이 성교육 강사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었는데요.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다.’라는 글이 참 와 닿더라고요. 이런 상사나 선배 때문에 어이없어하고 힘들어하고 자신도 어디선가 참신한 행동을 한다면,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책은 사무실에서의 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공간을 확대해서 생각하면 어느 곳에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에요. 어쩌면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짓을 하고 있겠죠.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예민을 떤다거나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지른다거나 하면서요.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은 재미있게 읽고서 자아 성찰도 할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현재 사무실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회사원이라면, 자신의 회사에서도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기분이 나빴다가 좋아졌다가 할 수 있을 거예요. 아아, 정말로 대놓고 조용히 사원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아니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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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책 읽기 좋아하는 나름 책 블로거입니다. 제주에서 서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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