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3일 오늘의 책
이적 | 웅진주니어 | 2017.11
분류 : 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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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돌아가셨대요 죽음이, 이별이 가혹한 건, 아무 것도 변한 것 없는 너무도 그대로인 일상에서 딱 그 존재만 부재한다는 낯선 현실을 겪어 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 겁니다. 목소리, 촉감, 냄새 같은 기억들이 희미해지면 존재했다는 어렴풋한 기억만 남겠지요. 할아버지가 생전에 맡기신 상아 도장을 받아 들고 할아버지 이름을 한 번, 두 번, 신문지에 꾹꾹 눌러 백 개나 찍은 아빠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잊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다가옵니다. 이별을 ...
가수 이적 님이 동화책을 내셨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르인데요. 반듯반듯하게 쓰인 제목, 우주와 별빛, 실로 이어진 손녀와 할아버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글쓴이 이적'. 표지에서 보이는 요소들을 찬찬히 음미하다 보니, 나중에 책을 읽은 시간보다 표지를 본 시간이 더 많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해주었습니다.
책의 제목 『어느 날,』에는 굳이 콤마가 끼어 들어가 있습니다. 표지를 들추면 나머지 제목이 온전히 드러납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 이 무거운 문장은 책 전체에 걸쳐 반복돼요. 늘 커다란 구두를 신으시던, 약수터에 데려가 주시던, 늘 어른들에게 인사 잘하라고 일러주시던 할아버지가 이제는 세상에 없으십니다. 돌아가셨대요.
처음 그 소식을 할머니와 아빠에게 전해 들었을 어린 손녀는 그 이별이 낯설기만 할 것입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직 할아버지의 냄새를 일상 곳곳에서 맡을 수 있는데, 돌아가셨다니요. 아무리 할머니와 아빠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고 말씀해주셔도 감이 오지 않죠. 하지만 어느 날 깜깜한 밤이 되고 나서야, 그 부재를 뒤늦게 느끼고 나서야 실감합니다. 이렇듯 이별은 뒤늦게, 홀로 남겨졌을 때 찾아와 우리를 힘겹게 합니다.
이야기의 가장 큰 힘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저 역시 고3 시절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소식을 듣고 안암고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되게 멍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음소거된 책을 조용히 읽어내려가는 동안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며 화자의 감정에 푹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랄 게 없습니다. 동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건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그저 고요히 흘러가죠. 하지만 저자 이적 님의 언어와 리듬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멜로디가 없더라도 충분히 공감하며 위로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책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적 님의 내레이션이 깔린 영상으로 이동하는 QR코드가 담겨있는데요. 먹먹함을 꾹 누르고 말하는듯한 이적 님의 목소리로 책의 정서를 한 번 더 진하게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성원'님은?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읽고 듣고 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