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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밥 한 그릇의 시원

2010년 11월 23일 오늘의 책

논 밥 한 그릇의 시원

최수연 | 마고북스 | 2008.10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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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논은 밥 한 그릇이 비롯되는 곳이며, 밥 한 그릇은 우리의 일상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비롯되는, 그러나 이미 우리 삶에서 실물감이 엷어진 논을 아름다운 사진과 정감 어린 글로? 되살려낸 책이다. 또한 몇몇 어린이책을 제외하면 논을 서정적이며 문화적인 눈으로 풀어낸 첫 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논농사를 중심으로 엮인 농경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논두렁을 태우고 쥐불을 놓고 망월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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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해지는 글과 사진들


대학교 2학년 봄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5월 중순쯤 되었을 때다. 그냥 무턱대고 집을 나선 적이 있다. 목적지를 정한 것도 아니니 버스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몸을 향했다. 그렇게 해서 지나간 곳이 경북 풍기의 어느 논길이었나 보다. 소백산이나 갈까 해서 터벅터벅 걷는데 누군가 말을 붙인다. 모내기 중간에 잠깐 새참을 먹고 있던 젊은 농부들이었다. 막걸리나 한 잔 먹고 가라서 얼떨결에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막걸리잔이 몇 순배 돌아가고, 금새 형님 아우가 되어버리니 이내 형님들의 모내기 작업을 모른 체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급할 것도 없으니 바지를 걷어붙이고 차가운 논 바닥에 발을 빠뜨렸다. 이 초라한 기억이 서울촌놈인 내가 논과 접해봤던 유일한 기회였다.

만약 나에게 꼭 읽어야할 책 한 권을 권해 달라면 무슨 책을 고를까? 어렵다. 그렇게 좋고 많은 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마치 호텔 부페 식당의 군침 도는 요리 중 단 하나만 먹으라는 것 만큼이나 잔인한 일이다. 그런데 나 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섭렵한 서평 전문 기자가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다는 단 한 권의 책 있다. 바로 위의 책 <논, 밥 한 그릇의 시원 始原>이다.

저자 최수연씨는 월간지 <전원생활>의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농촌의 풍경이 눈에 자주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지방길에서 본 모내기 풍경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손에 모 한 춤을 쥔 채 아픈 허리를 펴던 농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수많은 농부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지 않은 사진이 기록으로 남겨졌다. 이렇게 쌓인 것들이 결국 이 아름다운 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멋진 일이다. '논'이라는 단어 한 마디에 아름다운 사진이 펼쳐지고 뭉클한 이야기들이 가슴을 저민다. 우리 나라 구석구석 발품을 팔면서 저자는 논으로부터 보여지는 무수한 변화에 감탄하였을 것이다. 쟁기질하는 소와 농부의 수고로움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저자는 밥 한 그릇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밥 한 그릇의 始原. 내 입으로 들어가는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이야기들.

 

     



책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 시작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하동읍 평사리의 들녘을 배경으로 논에 대한 작가의 감상이다. 그리고 한 배기 논에 대한 기나긴 역사를 조명한다. 이어서 겨울 쥐불놀이부터 가을걷이까지 이어지는 논의 한 해 살이를 살풋하게 늘어놓는다. 다음은 논에서 나는 작물들. 쌀이나 보리처럼 알만한 이름에서 자운영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꽃이름까지 재미있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남해 가천마을이나 구례 중대마을처럼 조금은 색다른 우리 나라의 논을 들먹이며 아름다운 광경을 직접 가서 보라고 등을 밀어댄다.

"무딤이들판에도, 다랑논에도 벼들이 고개를 숙였다. 다랑논들의 벼 이삭 사이로 메뚜기들이 뛴다. 아직은 따가운 햇볕, 스쳐가는 바람 한 줄기에 벼들이 몸을 비비며 수런거린다. 이삭이 너무 실한 논배미에서는 벼들이 비스듬히 누웠다. 모내기에서부터 타작마당까지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은 날들이었다. 길어야 5개월 남짓이다. 그 다섯 달 동안 하늘과 땅과 비와 바람이, 해와 달과 별이 논배미에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있었다."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는 이 책을 보면서 아마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풋풋한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사진 한 장 마다 배어있는 포근한 아름다움과 거친 땀방울을 동시에 들이키며 그 감동을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기에 감히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을 이 한 권으로 선택하지 않았겠는가. 경험많은 기자에게 기대지 않더라도 참 편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나도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duck’ 님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나를 인정하며 스스로 만족해 살아가는 삶을 꿈꾸는 책 읽는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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