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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2017년 10월 23일 오늘의 책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얀 마텔,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 작가정신 | 2017.09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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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누적 판매 1000만 부 돌파 국제 공모전 ‘일러스트레이트 파이 이야기’ 수상작 포함, 올컬러 일러스트 40여 점 수록! 이 시대의 빛나는 고전『파이 이야기』와 매혹적이고 강렬한 일러스트의 만남 호랑이와 소년이 함께한 227일간의 표류기 2005년, 스코틀랜드의 캐논게이트북스 출판사와 영국의 「타임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이지」, 캐나다의 「글로브앤드메일」이 공동 주관한 '일러스트레이트 파이 이야기' 국제 공모전에는 수천 명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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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


한때 “인생은 실전이야”라는 말이 떠돌았다.

 

인생에 어설픔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말이 쓰이는 맥락은 유머에 가깝지만, 말의 의미는 곱씹을수록 씁쓸하다.


삶은 현실이다. 현실이기에 가혹하며, 어설픔은 용납되지 않는다. 삶은 이데아가 아니고, 완벽할 수 없으며, 때로 춥고 고달프다. 어쩌면 우리가 열광하는 모든 이야기는 삶의 가혹성에서 탄생하는지도 모른다. 삶이 가혹하기에 우리는 포근한 품속을 꿈꾸며, 불완전하기에 우리는 완전함을 꿈꾼다. 우리가 꿈꾼 가상의 현실, 이야기는 그리하여 현실의 삶을 위로한다. 때로는 불구의 삶을 견디게 한다.


227일간의 인도 소년 표류기를 그린 『파이 이야기』는 삶과 이야기에 대한 은유로 읽혔다.


근본을 흔드는 공포, 생명의 끝에 다가서서 느끼는 진짜 공포는 욕창처럼 기억에 둥지를 튼다. 그것은 모든 것을 썩게 한다. 그것에 대한 말까지도 썩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한다. 거기에 말의 빛이 비추도록 열심히 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피하려하고 심지어는 잊으려 하는 고요한 어둠으로 다가오면 우리는 더 심한 공포의 공격에 노출된다. 우리를 패배시킨 적과 진정으로 싸우지 않았으므로. (248쪽)


인도 소년 파이는 배를 타고 캐나다로 향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조난당한다. 파이는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탑승하지만 가족은 물론이고 다른 생존자조차 찾지 못한다. 


구명보트에 탑승한 것은 상처 입은 얼룩말과 바나나를 타고 온 오랑우탄, 탐욕스러운 하이에나 그리고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였다. 태평양 한가운데를 떠도는 사이 동물들은 죽고, 배 위에는 리처드 파커와 파이 단둘만이 남는다.


지나가는 배에 구조되리라는 희망을 너무 많이 갖는 것도 그만둬야 했다. 외부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었다. 생존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내 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게으른 희망을 품는 것은 저만치에 있는 삶을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258쪽)


희망이 없는 긴 싸움에서 파이에게 살아갈 의미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였다. 리처드 파커는 파이에게 ‘행동’하게 했다. 파이는 리처드 파커를 먹이기 위해 부지런히 낚시를 익혀 물고기를 잡고, 리처드 파커에게 영역을 가르치며 하루 또 하루를 살아낸다.


내 가장 큰 바람은-구조보다도 큰 바람은- 책을 한 권 갖는 것이었다. 절대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 긴 책. 읽고 또 읽어도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모르던 것을 얻을 수 있는 책. 아쉽게도 구명보트에는 성서가 없었다. (315쪽)


파이는 수백 일간 이어지는 긴 표류에서 ‘절대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무엇보다 소망한다. 구조보다도 더. 그에게 이야기는 “근본을 흔드는 공포, 그것에 관한 말까지도 썩게 하는 공포”와 싸우는 방법,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말의 빛이 비추도록 싸우는 방법인 까닭이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이 선명해지는 순간, 독자는 이 소설이 곧 신, 인간, 삶, 이야기에 관한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임을 실감한다. 그리고 그것이 삶에 던져진 우리의 이야기임을.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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