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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글

2017년 1월 23일 오늘의 책

불과 글

조르조 아감벤 | 책세상 | 2016.11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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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의 ‘글’은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우리 시대의 ‘불’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문학, 철학, 신학을 가로지르는 독창적인 사유와 첨예한 언어로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 읽고 쓰기에 관한 거장의 무르익은 사유를 열 편의 보석 같은 에세이로 만난다! 우리 시대 가장 도전적이며 영향력 있는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의 최신작 ≪불과 글Il fuoco e il racconto≫이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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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한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미학자, 비평가인 조르조 아감벤(1942~ )의 신간이 나왔다. 『불과 글』, 부제는 ‘우리의 글쓰기가 가야 할 길’이다. 조르조 아감벤의 글쓰기 관련 글을 모은 것인데, 읽기가 쉽지는 않다.

여기서 내가 다루려는 주제는 독서나 독서가 수반하는 위험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위험, 즉 읽는다는 것 자체의 어려움, 또는 불가능성이다. 독서가 아닌 독서의 불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누구든 책을 읽고 싶지만 잘 읽히지 않는 순간들, 책을 펼쳐 들고 집요하게 책장을 넘겨보지만 책이 그야말로 우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129쪽) 「글 읽기의 어려움에 관하여」

내게는 이 책이 그랬는데, 자꾸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옮긴이의 말’에서 “문체도 훨씬 편안해졌고 논리적 전개에 치중하기보다는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일어난 변화라고나 할까.”라고 나오는데, 예전에는 대체 어떤 글이었을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조르조 아감벤 스스로도 인지하는 부분이기에 그의 글쓰기에 변화가 일어났으리라.
그러나 읽기가 어렵다고 조르조 아감벤의 글을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 시대의 가장 도전적인 사상가’의 통찰력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숄렘, 단테, 헨리 제임스, 도스토옙스키, 니체, 횔덜린, 아리스토텔레스 등을 통해 ‘신비’에 대해 파고드는데, 이 신비는 종교, 철학, 예술을 관통한다.

소설 속에서 신비주의에 접근하는 과정은 어떤 식으로든, 그것이 비록 보잘것없거나 삶 자체 또는 삶의 향유에 접근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더라도, 항상 주어지기 마련이다. 신비로움의 상실인 동시에 그것의 기념이며, 불의 공식과 공간의 소실이자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이 소설의 본질 중 하나다. 오늘날 더욱더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소설이 신비로움과의 관계에 대한 기억을 모호하다는 이유로 떨쳐버리고 계속해서 신비주의적 구원의 열악함과 불안함의 모든 흔적을 지워버리면서 더 이상 주문 따위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최악의 경우 사적인 사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 속에 신비로움을 묻어버린다면, 언젠가는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도 불의 기억과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다.
(14쪽) 「불과 글」

김남시의 『광기, 예술, 글쓰기』가 떠오르고 ‘우리의 글쓰기가 가야 할 길’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불의 기억에 대한 집착이 때로는 광기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휠덜린의 정신 착란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르조 아감벤은 「창작 활동으로서의 연금술」에서 창작 활동을 연금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화가, 시인, 사상가는(일반적으로 예술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은) 어떤 창조 활동과 작품의 ‘저자’라는 이유로 주권을 지닌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이름 없이 살아간다. 언어가, 시선이, 몸이 만들어 내는 작품들을 매번 무위적인 것으로 만들고 이를 관조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경험을 시도하고 잠재력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시 말해 자신의 삶을 삶의 형태로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이들이다. 오로지 이 시점에서만 작품과 위대한 작품, 금속으로서의 금과 철학자들의 금이 여지없이 일치하게 될 것이다.
(218~ 219쪽) 「창작 활동으로서의 연금술」

『불과 글』은 위대한 작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그리고 독자들은 그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 준다. 그렇기에 아무리 읽기 어려워도 읽어야 하는 책이다. 어느 누구보다 작가, 혹은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어떤 자세로 작품을 창조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알 수 있다. 내용이 다소 모호하더라도 불의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을 마음깊이 새기게 될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지나고'님은?

작가를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오늘의 독서가 내일의 창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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