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2일 오늘의 책
에밀 졸라 | 시공사 | 2012.03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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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대 상업의 대성당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백화점이 탄생한 순간 여인들의 욕망도 탄생되었다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 마르셰’를 모델로, 백화점의 발전상에 따른 사회적 명암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 기념비적 소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에밀 졸라의 숨겨진 걸작 에밀 졸라 일생의 역작 ‘루공-마카르’ 총서의 열한 번째 작품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마침내 국내 초역으로 출간되었다. 그간 19세기 ...
백화점이 막 생겨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의 이야기다. 백화점은 단골을 중심으로 물건을 팔고 이윤을 남기는 형태의 전통 상점들을 뒤로하고 생겨났다. 이후 소비와 판매의 방식을 바꾸고 하나의 거대한 기계처럼 성장한다. 전통 상점들과 백화점의 대립, 판매 방식과 소비 형태가 하루 아침에 바뀌면서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속내를 세세하게 그려낸 소설이기에 읽는 내내 생동감이 넘쳤다. 우선 이 책이 19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아 매우 흥미로웠다. 백화점을 끊임없이 확장해 하나의 왕국을 만들려는 사장 '무레', 동생들과 시골에서 상경해 어렵게 살지만 마음 따뜻하고 주관이 뚜렷한 '드니즈', 그리고 백화점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 현대의 이야기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에는 무레와 드니즈의 '사랑'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좀 더 인간적이고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백화점 직원들 간에 퍼지는 스캔들도 아주 재미있는 요소다. '사장의 여자들'에 대한 소문이나 '누가 누구랑 사귄다더라' 따위의 이야기가 금세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걸 보면 고된 판매일 사이에 잠깐잠깐 나누는 가십거리가 그 당시 큰 오락거리가 아니었나 하고 짐작해 본다. 더불어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욕망'인데, 백화점이 점차 몸집을 부풀리고 커지면서 그것을 둘러싼 여러 사람의 욕망을 한꺼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장 '무레'는 죽은, 전 부인의 재산으로 백화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인들을 백화점으로 이끌기 위해 갖가지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디스플레이에 힘을 쏟는가 하면, 고객들의 동선을 늘려 백화점을 더 화려하고 방대한 공간으로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이런 전략들 뒤에는 백화점의 박리다매와 연중 세일을 이겨내지 못하고 망해가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그들은 끝까지 상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가게를 근근이 유지해 나가지만 그 끝은 참담하다. 단골은 다 백화점에 뺏겨 버리고 거래처마저 백화점에 빼앗겨, 자리를 지키던 상인들은 병들어 죽거나 자살까지 감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은 백화점의 이런 행보에 누구보다 기뻐하며 수시로 이곳을 드나든다.
여인들은 백화점 세일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백화점이 제공하는 카페나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한다. 배달 서비스는 물론 환불과 교환까지 되는 최신식 백화점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귀부인이라고 한껏 요염을 떨고 다니던 여인들도 마네킹과 화려한 장식들이 주는 환상, 그리고 물건을 뺏길 것 같다는 압박감에 도둑질을 하기에 이른다. 무레가 만든 왕국에 그리고 현란한 상품들의 유혹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이렇듯 이책에서 백화점이 주는 판타지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고 결국에는 우리가 사는 현재와도 자꾸 비교하게끔 한다.
최근 몇 년간 한 백화점 신축과 더불어 그 안에서 연거푸 발생하는 사고들이 언론 보도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목격한 것은 주말마다 그 안을 꽉꽉 채우고 있는 많은 사람이다. 세일이라도 하면 그 근처는 차를 타고 지나지 말라고 할 만큼 정체구간이 된다. 요새는 쇼핑백을 하나 가득 든 요우커들이 미친 듯이 그 근처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드니즈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현대에도 소비와 판매가 백화점 같은 공간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합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이 19세기 중반, 130여 년 전에 쓰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놀라운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에밀졸라가 그 당시 '봉 마르셰'나 '루브르'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목격한 것을 소설로 집필했다고 하니 그는 이미 백화점의 등장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대변하는 무한한 경쟁들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백화점은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처럼 지금도 똑같이 무수한 '욕망'들로 이어지고 있다. 쇼핑이라는 말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라 남과 맞춰나가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쇼핑 핫플레이스는 한 번쯤 돌아보게 되고 이런 곳들이 사람이 많다고 투덜 되지만, 결국 나 자신도 어김없이 세일 때면 그곳을 찾는다. 하지만 앞서 이 소설이 현재의 거울이라고 말한 데에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때문에 밥그릇을 빼앗긴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130년 전에도 갑자기 등장한 거대 자본 때문에 많은 상인이 가게 문을 닫고 사라졌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130년 후인 지금은 분명 그때보다 많은 사람이 생계를 꾸리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에밀졸라가 쓴 작품 중에서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유일한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현재 체감하기에는 이런 해피엔딩이 그 당시에나 가능했을 것이라 본다. 지금은 백화점으로 대변되는 경쟁이 극에 달해 권태롭기만 하다. 이제는 백화점 때문에 잊혀진 사람들을 돌아보고 조금 쉬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