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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너

2017년 8월 22일 오늘의 책

베를리너

용선미 | 제철소 | 2017.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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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 빈 아인 베를리너Ich bin ein Berliner! 독일 베를린은 요즘 유럽에서 가장 핫한 도시 중 하나다. 저렴한 물가와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 도시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전 세계 힙스터들을 베를린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용선미 역시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던 중 일상의 쉼표를 찍기 위해 무작정 베를린으로 떠났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도시 구석구석을 여행하던 그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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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시간의 중요성


자신이 원하는 길을 묵묵히 걷도 있다는 점만 빼면 사실 뭐 하나 특별한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청춘들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 모두가 자기만의 특별한 '지금 여기'를 살고 있다는 것.
(9쪽) 프롤로그 중에서

나와 동일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베를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과연 자신있게 그들은 '지금 여기'를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이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 20명중 17명은 사실 베를린 출생자가 아니다. 그중 15명은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을 '베를리너'라고 칭한다면, 그들은 진정한 베를리너들이었고,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너무나 부러울 만큼. 거기엔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힘이 컸던 것 같다.

그들에게 배운 베를린이라는 곳은
베를린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이상 그것을 못 할 이유가 없어. … 베를린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거지.
(펠릭스 알브렉트의 인터뷰 중에서)

베를린은 방황하기 쉬운 도시라서 위험해. 또 반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하지. … 당장의 방향을 잃었다 해도 네가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베를린은 정말 괜찮은 곳일 거야.
(그레고리오 가스페리의 인터뷰 중에서)

베를린은 내게 아이를 키우고 가족과 함께하면서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할 만큼의 충분한 그리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줘.
(파니 페브리의 인터뷰 중에서)

베를린은 마치 하나의 커다란 실험실 같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미치야스 후루타미 인터뷰 중에서)

베를린은 커리어가 이미 갖춰진 이들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야. 준비만 되어 있다면,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본인만의 '성공'의 기준에 다른 대도시에 비해 쉽게 닿을 수 있는 것 같아.
(김영삼의 인터뷰 중에서)

스무 명의 인터뷰이를 통해 바라본 베를린은 관용과 용서, 이해와 포용의 도시였고, 무엇보다도 기회의 도시였다. 방황하는 순간조차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고 그 방황이 허락될 수 있도록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곳이었다. 독일 시민권자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든 "베를리너"가 될 수 있었다.
인터뷰어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자 노력한 듯 하지만, 인터뷰이의 대부분이 예술 계통 사람들에 한정됐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베를린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그들의 방황과 그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이 책의 인터뷰이들과는 조금은 다를 것 같다.

각자의 인터뷰가 끝나면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어울리는 베를린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부분도 있다. 별책부록 여행가이드처럼 말이다.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소개하는 장소들이라 더욱 가보고 싶어지고, 비건 아이스크림 가게(Der Eisbarliner)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보고 싶다. 그렇지만 그보다, 펠릭스 알브렉트, 아니 그와 같은 베를리너를 더 만나보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모르던 독일에 대해서, 그리고 베를린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더 궁금해졌다. 베를린을 여행할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흔하디 흔한 장소, 음식, 교통 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베를린에 가서 만날지도 모르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이들과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방황해도 괜찮다’고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오늘날 한국 사회지만, 이 책 『베를리너』에서는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방황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언젠가는 서울에 사는 우리도 다양한 의미에서 자유를 갈망하고 그것이 허락되는 "서울러(Seouler)"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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