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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들지 않는 기자들

2019년 7월 22일 오늘의 책

손들지 않는 기자들

임철순 | 열린책들 | 2019.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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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글에 손대지 마시오 임철순의 우리말에 대한 은 인터넷 시대의 ctrl+c, ctrl+v 문화가 만들고 있는 신종 병폐로 향한다. 첫째, . 다른 사람의 글을 자기가 쓴 글인 양 올리는 사람들 얘기다. 직접 경험한바, 저자가 칼럼을 써서 온라인상에서 다중의 독자에게 배달했더니 마치 자기가 쓴 글처럼 출처 표기도 없이 블로그에 꾸며 놓았단다. 어떤 온라인 매체는 대담하게 본인을 매체에 소속된 사람인 양 라고 명패까지 붙여 놓고 글 도둑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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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하면 다 안 통한다

 

“말이 안 통하면 소도 개도 닭도 다 안 통한다. 올해는 양의 해이지만 양도 안 통한다.” (79쪽)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아…! 아재개그!’라며 탄식할 법하다. 사실 ‘아재개그’라는 단어는 ‘중년 남성들이 주로 하는 언어 유희’ 라는 인식이 내포되어, 그다지 긍정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 듯하다. 이에 자신의 이야기나 농담이 ‘아재개그’로 정의되고, 그로 인해 자리가 정리되는 경험을 몇 번 당하다보면 ‘늙은 말은 쓸모가 없다’(122쪽)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여기, “인생은 ㄻ에서 ㄺ으로 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젉은이도 있고 늚은이도 많습니다. 늙은 말을 가치 없는 존재로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124쪽)라며 ‘아재개그여, 쫄지 마시라’고 당당히 외치는 이가 있다. 한국일보 기자출신 언론인 임철순이다. 그는 에세이집 『손들지 않는 기자들』을 통해 세상을 향해 ‘늙은 말’을 쏟아낸다. 이 책은 그가 그간 각종 매체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서 펴낸 것으로, ‘어문 에세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주로 언어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은 물론 공식 문서에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언어 습관에 대한 지적, 신조어나 유행어 등에 따른 세대간 언어격차에 대한 우려는 물론 한자 교육의 필요성 등을 주장한다. ‘무릎’이라는 단어 하나를 놓고도 관련된 어휘, 속담, 한자성어, 관련 도서 등을 언급하며 5편의 글을 써내려 가기도 한다. 잘못 번역되어 알려진 알베르 카뮈의 시를 통해서는 번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한편, 표절과 sns를 통해 유포되는 가짜 글을 경계한다.

 

저자 스스로도 ‘어문 에세이 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글 전체의 성격이 애매해 꽤 어색한 기분’ (7쪽)이라 표현할 만큼 이 책은 ‘언어’라는 폭넓은 토대를 기반으로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를 하는 책이기도 하다.

 

‘물렁하고 아리송한 문장으로 심령술을 전파하는 힐러(healer)들의 책이 압도적인 판매량을 누리는 독서풍토’ (『연필로 쓰기』, 376쪽)에서 이 책은 분명 다른 위치에 있다. 말랑말랑한 표현 대신에 ‘~해야 한다’라는 단호한 맺음말로 자기 주장을 명확하고 단단하게 드러낸다. ‘손들지 않는 기자들’을 대신해, 기자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세상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어른의 말은 아재개그나 꼰대라고 여겨지는 시대에, 이 책은 그것이 가치 없는 말이나 쓸모 없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설령 그것이 현 시대의 흐름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과 사물, 삶의 진실 등에 관해 우리가 귀담아 들어볼 지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가 그토록 ‘우리 말 바로 쓰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결국 소통이라는 언어의 본질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이 안 통하면 다 안 통한다’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담겨있다. 신조어나 유행어에 비판적인 관점을 내비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기성세대 역시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고 사용에 일정 부분 동참함으로써 언어 단절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79쪽)고 말한다.

 

말을 통한 소통이 점점 어려워 지는 요즘, 이 책은 노마지지(老馬之智)가 지금도 유효한지 묻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9기 시오'님은?
책 속에서 나의 얼굴을 찾습니다. 바라는 얼굴, 숨기고 싶은 얼굴 등 수많은 얼굴 속에서 애쓰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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