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2일 오늘의 책
다니엘 글라타우어 | 문학동네 | 2009.09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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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들이 다시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그 두번째 이야기 『일곱번째 파도』는 이메일을 매개로 한 도시 남녀의 사랑을 세밀하게 그려낸 독일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그 후속 이야기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감정의 파노라마를 아름답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보이는 이 소설은 전작을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기다려온 바로 그 이야기, ‘그후로 에미와 레오, 그들의...
“그 이탈리아 식당은 특별히 우리를 위해 문을 연 것 같았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곳 테이블을 우리의 다리가 닿을 수 있도록 만든 것 같았고, 이십 년 전 선견지명이 있는 누군가가, 이십 년 뒤 우리가 그 앞에서 키스하고 포옹할 때 꽃을 피우라고 오로지 우리를 위해 건물 현관 앞에 노란 가시금작화를 심은 것 같았어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일곱 번째 파도』 , 문학동네, 2009)
‘랜선 연애’를 아시나요? 랜선 연애란 사이버 공간에서의 연애를 뜻합니다. 『일곱 번째 파도』는 에미와 레오가 인터넷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접속>을 비롯해 랜선 연애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흔한 소재라고 할 수 있지만, 소설 『일곱 번째 파도』만의 특색은 책의 서술이 그들 사이에 오간 이메일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에미와 언어연구가 레오.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은 우연히 잘못 보낸 이메일 한 통을 계기로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연락을 주고받던 그들은 친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탁구를 치듯 애정표현을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레오가 와인에 취해 농밀한 메시지로 첫 번째 서브를 보내자, 에미가 바쁜 일정으로 연락이 뜸해진 레오에게 “요즘 연애하냐”며 질투 섞인 말을 던지는 것으로 스매시합니다.
전작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에서 에미의 남편 베른하르트가 탁구 게임의 방해자였다면, 『일곱 번째 파도』에서는 레오의 여자친구 파멜라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일곱 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일곱 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뒤에는 모든 게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
그들에게 서로에 대한 사랑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마치 ‘일곱 번째 파도’처럼요. 일상에 격변을 가져올 ‘일곱 번째 파도’ 앞에 망설이던 레오는, 결국 파멜라에게 에미와의 관계를 밝히며 파도를 대면하려 합니다. 극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었습니다. 과연 두 사람은 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진짜 사랑’일까요? 전작에서 에미의 남편 베른하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에미를 만나 주세요.” 그는 에미가 레오를 만나면 환상이 사라져 사랑이 식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베른하르트의 주장처럼 랜선 연애는 ‘진짜 사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입냄새나 삐져나온 코털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가상의 인물이었기에, 어쩌면 마주앉는 순간 환상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남 이후 더욱 가까워집니다. 그 아이러니한 사랑의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 김현태 <첫사랑>
눈을 다 감고도, 두 발 없이도, 길이 없이도 갈 수 있는 것. 사랑하기에 어떤 제약이든 극복하려 하는 마음. 그런 마음 앞에서 코털이나 입냄새 같은 사소한 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럽에는 소매치기가 많다고 합니다.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노린 범죄라는데요. 유럽에 소매치기가 많다고 해서 유럽인들이 모두 소매치기는 아닙니다. 랜선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랜선 연애에 부정적인 사례가 많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온라인에서 가벼운 사랑을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에미와 레오는 서로에게 진심이었습니다.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진심어린 사랑을 이어가는 그들은 ‘진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몸의 만남이 아닌 영혼의 만남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사랑. 『일곱 번째 파도』는 그런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 펜벗 인터뷰
1. 블로그나 SNS 등 인터넷 상의 소셜네트워크를 얼마나 즐겨 사용하고 계신가요? 이들의 등장이 Springmusic01님의 삶을 가장 크게 변화시켰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요?
잠자리에 누워서 시를 읽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종이책이 아니라 SNS 시인들의 시를 읽어요. 한 뼘도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때로는 위로를, 나아가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이정현 시인의 ‘종이’라는 시는 잔뜩 구겨진 제 마음을 예쁘게 펴 주었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시어들과 다정한 말투에서,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은 느낌이 듭니다.
2. Springmusic01 님께도 ‘랜선 연애’와 같이 얼굴을 모르는 상대와 사랑 또는 우정 등의 친분을 쌓은 경험이 있나요?
글 친구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의 대학 입시 카페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한 달 남짓 메일을 주고받았어요. 서로의 습작을 비평하는 동안 점점 정이 쌓여 갔어요. 어느새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을 걱정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랜선으로 인연을 맺는 건 분명 위험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와의 연락은 일상의 소소한 모험 같았어요.
3.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김현태, <첫사랑>
사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진심’입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상대방의 진심은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긴장으로 떨리는 목소리와 어색한 몸짓,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행동. 진심이 느껴질 때 저는 그 사람이 제일 사랑스럽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springmusic01'님은?
치즈케이크만큼이나 독서를 좋아하는 여대생입니다. 학교생활과 과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지만, 언제나 책 읽을 틈을 찾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노년을 꿈꾸고, 바다 소리가 들리는 서재를 꿈꿉니다.
| [springmusic01 님의 테마북 – 몸, 없어도 사랑할 수 있나요?]
| 펜벗 큐레이션 Vol.22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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