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2일 오늘의 책
야마사키 도요코 | 신원문화사 | 2010.02
분류 : 소설
- 정가
- $24.00
- 판매가
- $13.20 (45%↓)
- 적립금
- $0.26 (2%P)
《하얀 거탑》 《불모지대》의 야마사키 도요코가 10년 만에 내놓은 대망의 걸작! 2007년에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던 〈하얀거탑〉의 원작자인 야마사키 도요코山崎豊子가 취재와 집필에 8년의 시간을 들여 전작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대망의 걸작, 《운명의 인간》! 오키나와 반환을 둘러싼 외교 기밀문서의 누출에 관여해 신문기자와 취재원이었던 외무성 여직원이 체포.기소된 후 유죄 판결을 받은 ‘니시야마 사건’을 모델로 한 소...
‘사람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존재’라는 말이 맞다. 잘 나가던 <마이아사> 신문의 정치부 기자 유미나리 료타가 그랬다. 정치부 기자로 특종도 여러 차례 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유미나리는 편집국장이 된 뒤 사장자리까지 오르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그는 정치부 기자답게 유력한 정치인과 줄이 닿아 있기도 하거니와 직접 발로 뛰면서 기사를 쓰는 노력도 아끼지 않는 유능한 기자였다. 하지만 인생에는 늘 변수가 뒤따르는 법.
시대적인 배경은 1971년. 미군에게 점령된 오키나와 섬의 반환문제로 일본은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은 오키나와를 반환하면서 단 한 푼의 배상금도 내지 않으려고 배짱을 부리고 있었고, 일본은 국내의 여론 때문에 오키나와를 돌려받고 배상금도 받아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었다. 결국 일본 정계는 고육지책을 짜냈다. 돈은 일본이 전액 부담하면서 마치 미국이 4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만들면서 미국과 밀약(密約)을 맺은 것.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던가. 유미나리는 이런 사실을 외무성 내부에서 비밀문서를 빼돌려 알아내지만 정보제공자를 보호하려다 보니 폭로하는 기사를 쓰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기사를 쓴다. 그 기사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오키나와 반환문제가 그대로 묻히게 되자 다급해진 유미나리는 야당의 한 의원에게 문제의 문서를 넘겨 국회에서 폭로하도록 한다. 한데 문제는 거기서 일어났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문제의 비밀문서를 흔들며 총리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으면서 문서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 것. 유미나리가 그토록 감추려고 노력했던 정보제공자의 존재가 드러나는 빌미가 제공된 것이다. 오키나와 반환과 관련해서 미국과 밀약을 맺고, 사실관계를 국민에게 숨겨온 정부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정보제공자를 색출한 뒤 정치보복에 나선다. 불똥은 당연히 야당의원에게 비밀문서를 건네준 유미나리에게 튈 수밖에.
"정치부 기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자신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48시간 동안 경시청 수사 2과의 조사를 받았고, 어제부터는 지검의 취조를 받느라 경시청 구치소에서 도쿄 지검으로 출퇴근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뒤바뀐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목구멍 안쪽에서 신음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2권 36쪽)
"구속된 직후에는 변호사가 곧바로 만나러 올 것이고, 하루만 참으면 풀려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증거 인멸, 공모의 우려가 있다면서 계속 붙잡고 있으니, 이 부당함을 누군가에게 호소하거나 이해를 구할 수도 없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태로 계속 감방에 있으려니까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신문기자로서 권력자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다 보니, 국가권력을 얕잡아 보고 있었던 자신의 불찰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던 것이다." (42쪽)
참고인 진술을 하려고 경시청에 출두한 유미나리는 미리 준비된 각본대로 구속•수감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유미나리에게 국가기밀문서를 복사해서 건네준 외무성 심의관실의 여비서 또한 유미나리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더욱이 사건은 간단하지 않았다. 국가의 기밀을 파헤쳐 정권을 위태롭게 만든 자에게 확실하게 응징을 가하는 것은 정권의 특권이 아니던가.
검찰이 유미나리가 외무성 심의관실의 여비서와 정을 통한 뒤 기밀문서를 빼냈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한 것이다. 유미나리가 여비서와 관계를 가진 뒤,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뒤 기밀문서를 빼냈다는 주장이다. 검찰이 기소를 하면서 굳이 두 사람이 정을 통한 사실을 적시한 것은 오키나와 반환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사건을 섹스스캔들로 몰고 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밀문서를 빼냈다는 주장을 거듭하던 유미나리는 졸지에 파렴치한이 되고, 정부의 의도대로 오키나와 문제는 묻히고 사람들은 ‘섹스스캔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뿐이 아니다. 정부는 신문사를 상대로 회유에 나서기도 한다. 기자 한 명 때문에 신문사 문을 닫을 수야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경우 신문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정권에 밉보여서 회사의 존립이 위협을 받는다면 끝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 문제의 본질이 특종에서 섹스스캔들이 되어 버린 상황이라면 더더욱.
<운명의 인간>은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했다. 그래서 더 무게감이 느껴진다. <마이니치> 신문의 니시야마 타키라 기자가 바로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이 사건은 소설 속의 내용처럼 섹스스캔들로 비화되었고, <마이니치> 신문은 여론의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면서 오키나와 반환을 둘러싼 밀약보도를 단념하게 된다. 정부의 의도대로 사건이 풀려버린 것. 정부는 끝까지 밀약은 없었다고 부인을 하고 진실은 영원히 묻혀 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진실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기 마련. 37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일본과 미국의 밀약은 사실로 밝혀지고, 섹스스캔들로 변질되었던 특종은 뒤늦게 확인이 되었다. 정부와 관료 그리고 경찰과 검찰까지 한통속이 되어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을 휘둘러 기자에게 정치보복을 가한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 사건 때문에 <마이니치>는 경영난에 직면해 1977년에 도산하는 등 경영이 악화되기도 했고, 니시야마 기자는 기자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인간>은 단순히 그 사건을 재현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일본 정계의 구조, 정치인과 관료, 기자들의 관계를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기자들의 생리와 특종경쟁은 아주 실감나면서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인 아마사키 도요코는 김명민의 신들린 연기로 화제가 되었던 TV 드라마 <하얀 거탑>과 대기업을 소재로 한 <불모지대>, 일본 황족을 소재로 한 소설 <화려한 일족>로도 유명한데, <운명의 인간> 또한 ‘역시 야마사키 도요코’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책이다.
"문제는 신문기자의 취재방법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 그러니까 유미나리 기자의 취재방법에 정통성이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160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올리브님'은?
도보여행을 즐기는 걷기 마니아이자 추리소설 마니아이기도 합니다. 중증의 활자중독증이라 눈으로 활자를 쫓지 않으면 불안 증세가 드러나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도보여행을 할 땐 그런 증세가 사라지지요. 배낭을 꾸려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일상을 채워나가는 중입니다. 오마이뉴스 블로그 <올리브의 뜨락>에 그런 일상의 흔적이 들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