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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2019년 10월 22일 오늘의 책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장대익 | 휴머니스트 | 2019.08

분류 : 자연과학/공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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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외로운 과학자’ 장대익이 건네는 쿨한 위로 과학자와 사회성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지만, 실제 과학자를 만나본다면 미국 드라마 의 셸던 쿠퍼 박사 같은 까칠한 과학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학자 중에서도 사회성만큼은 꽤 좋은 편이라고 자부해왔던 장대익 교수는 왜 ‘외로운 과학자’를 자청하고 나섰을까? 그는 인간의 강력한 사회성, 즉 ‘초사회성’을 다룬 전작 《울트라 소셜》을 통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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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과학자 장대익 교수의 사회성 고민 상담소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가 미디어와 기술의 발달로 더 복잡해진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인 사회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1장 관계에 대하여, 2장 외로움에 대하여, 3장 평판에 대하여, 4장 경쟁에 대하여, 5장 영향에 대하여, 6장 공감에 대하여’라는 6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의 연구를 이야기한다.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인 150을 ‘던바의 수’라고 부른다. 저자는 던바 등이 제시하는 사회적 뇌 가설에 따르면 아무리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하더라도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의 수는 150명 안팎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친구’ 수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문명의 발달로 우리 사회의 네트워크가 더욱 다양해지고 커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사회적 능력에는 대략적인 최대치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다양한 사회적 채널을 통해 수많은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힘든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뇌용량을 초과하는 일이니까요.
현재 우리 모두는 관계 과잉을 요구받는 사회에 살면서 지쳐 있습니다. 침팬지나 보노보라면 겪지 않아도 되는 관계 때문에 시달림을 경험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갖고 태어난 사회적 도토리가 170개 정도라면 그 이상은 욕심내지 마세요. 도토리가 130개인 분들도 실망하지 마세요. 현대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도토리 결핍입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조언하고 싶어요.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합시다. 반면 스쳐가는 사람들,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나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애쓰지 말아요. 다른 소중한 관계까지 망칠 수 있으니까요."

 

저자는 인간의 뇌는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비슷하게 처리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원래 있었던 물리적 고통 시스템을 사회적 입력에 대해서도 작동시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지만 만성적인 외로움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탈출하여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배제되는 느낌이나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일종의 고통입니다. 물리적 고통은 아니지만, 때로는 물리적 고통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배제감이나 소외감을 ‘사회적 고통’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뇌는 몸에서 피가 날 때와 투명인간이 된 느낌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인간이 평판이라는 남의 시선에 민감하게 된 진화적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평판에 신경 쓰는 것은 진화적으로 적응된 형질이다. 저자는 집단생활에서 평판에 둔감한 사람은 생존하기 어렵고 낙인찍히거나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기에 그와 협력하고자 그에게 접근했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는 자율성에 있다고 말한다.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면, 심지어 잘못된 결정이라 하더라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인생극장에서 주인공은 관객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임을 잊지 마십시오."

 

저자는 찰스 다윈과 토머스 맬서스의 ‘생존 투쟁’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원이 차고 넘치지 않는 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생명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말하면 경쟁은 진화의 동력이지만 생명은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도 필요하다. 저자는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 즉 과거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졌기에 만족하는 것은 승자와 패자를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성숙한 경쟁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지구상의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문명을 이룩한 종이라는 사실은 사피엔스에게는 경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더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누른 승리자가 모든 것을 차지했었다면, 즉 타인이나 타 집단에 대한 배려와 협력이 없었다면, 문명이 설령 탄생했을지라도 바로 파괴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합니다.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 우쭐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에요. 학교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경쟁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가르치죠. 스스로 선택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자 성숙임을 강조하는 게 바로 그들의 교육철학이었습니다. (…)
경쟁 트랙에 빨리 올라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보았듯이, 경쟁에 대한 인식입니다. 남과 비교하고 서열을 정하기 위한 경쟁을 경험하고 가르치는 사회일수록 행복은 모두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패자는 사회적 낙오자가 돼 승자를 원망하며, 결국 남의 자원을 빼앗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성숙한 사회에서 패자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승자는 타인을 이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기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저자는 자신이 뱉은 목소리가 반사되어 중첩되고 증폭되는 효과인 ‘에코 챔버 효과’와 에코 챔버 효과를 증폭시키는 ‘필터 버블’에 관해 이야기한다. 요즘은 에코 챔버 효과의 의미가 확대되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결국 한목소리만 남는 현상을 지칭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필터 버블’ 현상은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만을 필터링해줌으로써 원래 있었던 편향을 더욱 증폭시키는 현상을 뜻한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편향의 배후에 있는 인간의 오래된 심리입니다. ‘동조 심리’가 그것입니다.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본능은 줏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생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집단의 다른 구성원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보다 자신의 신념을 숨기고 비굴하더라도 타인에게 동조하여 받아들려지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지식과 견해가 짧을 때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세를 따르는 행위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동조 심리 자체는 인류의 진화사에서 오랫동안 진화하여 장착된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금의 소셜 미디어가 그 동조 심리를 활용하고 증폭시키며 심지어 갈취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저자는 냅스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초대 사장이었던 숀 카커가 2017년 페이스북을 박차고 나오면서 말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는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어 에너지 낭비를 부추긴다는 자기 반성적 비판이다.

 

"소셜네트워킹은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착취한다. SNS 사용자는 사진이나 포스트를 올리고 ‘좋아요’나 댓글이 달리는 것을 확인한다. 이런 행위는 일종의 뇌 신경 물질인 ‘도파민’이 분출되게 만든다. (…) 페이스북 사용자가 10억 명에서 20억 명으로 늘어났을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됐다. 소셜미디어는 사회 및 타인과 당신의 관계를 말 그대로 완전히 바꿔버렸다. (…) 소셜미디어는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인간의 생산성에 해를 끼친다."

 

저자는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도 하나의 노드(연결점)이라고 말한다. 주변의 여러 노드에서 입력을 받아 매일 수천 번의 의사결정을 하는 또 하나의 노드일 뿐이다. 따라서 너무 닫혀 있거나 열려 있다면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적절한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그 적절함이 어느 선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고 인생의 단계마다도 다릅니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의 ‘휘둘리지 않음’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새로운 정보, 의견,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저자는 공감이란 타 개체의 입장에서 상상해볼 수 있는 인지 능력 또는 타 개체가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정서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 둘을 적확하게 표현한 단어가 추론을 통한 공감인 역지사지와 감정을 통한 공감인 감정이입이다. 저자는 기계에 미치는 공감은 역지사지보다는 감정이입에 더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로봇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그것이 우리 일자리를 대체할지에 대해 묻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질문의 방향을 우리 자신에게 돌려야 합니다. ‘우리는 왜 기계에까지 공감하는가? 어떻게 공감하는가? 얼마나 공감하는가?’ 우리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결국 이것은 인간의 독특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죠. 저는 여기서 그 독특함이 동물과 기계에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독특한 사회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자는 알파고는 인간 정체성 중 ‘합리성’과 ‘정교함’을 빼앗아갔지만, 만일 또 다른 AI가 등장해 인간의 ‘창의성’이나 ‘도덕성’ 같은 특성까지 이겨버리면 과연 우리 정체성 중 무엇이 남게 될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격적 존재의 다양성이 생겨날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맺을 관계에 대한 진화에 관한 물음에 대한 답은 역시 인간 본성이라는 과거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기술의 계속되는 진보로 인간 정체성을 구성한다고 여긴 모든 요소에 대해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AI가 등장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인류에게는 남아 있는 정체성 요소가 없게 되고 인류의 자존감은 갑자기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자기 반에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좌절한 학생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AI는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정말로 모든 단면에서 역전이 일어난다면, AI는 더 이상 우리를 자신의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을 겁니다. (…)
어쩌면 그동안 전혀 인간 정체성의 핵심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특성이 새롭게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가령, ‘실수를 잘함’과 같은 부끄러운 특성이 그때 가면 인간만의 자랑스러운 특성으로 탈바꿈할지도 모르죠. 인간이 AI 앞에서 마냥 쭈그러져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는 관계, 외로움, 평판, 경쟁, 영향, 공감이라는 인간의 사회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글들이 흥미롭다. 이 책은 인문학과 과학의 접점을 통해 인간이 타인과 삶을 살아가며 고민하는 사회성에 대한 이해와 철학적 사유를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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