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1일 오늘의 책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 2016.08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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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소설을 쓸 거냐고 물으면 전 항상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이라고 대답했습니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2px; FONT-FAMILY: "Malgun Gothic", UnDotum, sans-serif; WHITE-SPACE: normal; WORD-SPACING: 0
열렬하고 낭만적인 연애 후 결혼에 골인한 라비와 커스틴의 이야기가 책 속에 펼쳐진다. 달콤한 연애부터 시작하여, 청혼에 이어 곧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결혼 후 그들의 관계는 낭만적 요소가 배제되고 현실주의에 물든다. 무미건조한 삶이 이어진다. 물론 그 속에서 결혼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색을 통해 그들은 결혼생활을 견고히 지켜나간다.
책을 읽으며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대부분의 커플들이 이처럼 조금은 평범하게, 약간은 특별하게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낭만’은 연애의 개념이고 ‘현실’은 결혼의 개념이라는 것. 이 명제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의 생각을 따라가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진짜 러브 스토리 - 소설과 에세이가 절묘하게 만난 이 소설에서 알랭 드 보통은 이제 낭만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라고 일러준다. 결혼은 사랑을 완성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덕스런 삶에서 사랑을 지속시켜 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주인공 라비의 사랑과 결혼은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이행을 보여준다. (295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30쪽)
소설 속 인물 라비의 사랑은 약점을 보완해주는 강점들과 자신이 열망하는 자질을 발견한 것에 대한 논리적 반응이며 그의 사랑은 불완전하다는 느낌과 완전해지고 싶은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은 우리의 혼란스럽고 창피하고 당황스러운 부분을 우리의 연인이 다른 누구보다,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 최고조에 달한다. (35-36쪽)
사랑하는 이들은 상대를 간파하고, 신뢰하고 마음을 나눠 준다. 책에서 이르길 사랑이란, 사랑에 빠진 누군가의 당황스럽고 난처한 영혼을 꿰뚫어보는 연인의 통찰력에 바치는 감사의 배당금이다.
라비에게 결혼은 완벽한 친밀감에 이르려는 대담한 행로의 정점에 있다. 청혼에는 상대방이 받아주기를 바라고 믿으면서 깎아지른 낭떠러지에서 눈을 감고 뛰어내리는 격한 매력이 그윽하다. (58쪽)
라비가 커스틴에게 청혼한 것은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존하고 ‘동결’시키기 위해서이다. 결혼이라는 행위를 통해 황홀한 기분이 영원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63쪽)
결혼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충실한 동반자로 남겠다는 약속이 아니던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것.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65쪽)
결혼해서 함께 살면, 결혼하기 전에 알았던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놀랄 때가 많다. 결혼이 도박이라는 비유가 흥미롭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116쪽)
라비는 자신도 아내도 완벽할 필요는 없으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 가끔 꽤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이론이 있다.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끌리는 사람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가장 사랑한 사람들과 뚜렷한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유의 유머 감각이나 표현 방법일 수도 있고, 기질이나 정서적 성향일 수도 있다. (182쪽)
어릴 적 사랑했던 사람과 성인이 되었을 때 끌리는 사람 간에 유사성이 있다고 알랭 드 보통은 책에서 이야기한다.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236쪽)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한 사람의 넓고 깊은 우주를 탐험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사랑이다. 이는 또한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이다.
결혼: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237쪽)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절실히 와 닿는 문장이다. 이제 낭만적인 핑크빛 꿈은 사라지고, 결혼에는 현실만이 버젓이 들어서 있다.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주는 것뿐이다. (270쪽)
이제 결혼생활이 성숙하게 여물어간다. 결혼생활에 필요한 것은 냉소와 공격보다는 소통과 이해다.
이제 라비는 낭만주의 개념들이 재난을 낳는다는 것을 안다. 그의 준비된 마음은 완전히 다른 기준들에 기초한 결과다. 그가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무엇보다 완벽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278쪽)
연인이 완벽하다는 것은 사랑하는 그 혹은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어떤 이가 당신을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당신은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결혼 생활에 머무른 것은 기이하고도 신기한 업적이며 두 사람은 그들만의 전투로 단련된 상흔 입은 사랑에 충성심을 느낀다. (290쪽)
라비와 커스틴은 여러 굴곡을 거치며 결혼생활을 유지해간다. 그들이 힘든 전투를 겪으면서 지켜낸 결혼생활을 거치며 어느새 서로에게 충성심마저 느낀다.
그는 이제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처럼 완전히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293쪽)
이 부분에서 정말 마음이 후련해진다. 완벽함을 버릴 때 비로소 완전한 삶을 살 수 있다.
결혼하기 전 누구나 낭만적인 연애를 하며, 완벽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서로의 사랑을 지속하고 유지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책에서 언급한 이야기처럼 어쩌면 도박일 수도 있는 결혼을 한다.
물론 결혼과 낭만주의는 어느 정도 이어질 수 있다.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을 하나, 둘 알게 되고 실망하거나 놀라기도 하며 상대방을 알아간다. 책에서는 상대방의 결점을 알아가는 것이 진정 그 혹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결혼생활을 지속하며 낭만주의는 서서히 퇴색해 간다. 그럴 즈음에 이런 생각이 든다. 배우자는 나의 가장 절친한 인생 친구라는 사실을. 나의 가장 든든한 동지임을. 그리고 서로에게 충실하자고 다짐한다. 그렇게 결혼생활은 견고해진다.
책에 나타난 라비와 커스틴의 결혼생활을 들여다보며, ‘아, 사는게 다 똑같구나’ ‘누구라고 굉장히 특별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감을 느꼈다. 때로는 왜 결혼생활에 완벽한 느낌이 들지 않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늘 해결해야 할 문젯거리와 다툼이 있다. 계획대로 자로 잰 듯한, 반듯반듯한 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처럼 인생에서 불완전함을 수용할 때 비로소 삶은 완전해질 터다.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는 없다. 우리가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으니 마음이 한없이 편해지는, 9월 초순의 어느 새벽녘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뽀로롱anna’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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