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1일 오늘의 책
쯔진천 | 한스미디어 | 2018.11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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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쓰였다면 결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10여 년간 진실을 밝히려 권력과 맞서 싸운 검찰관, 사건 공론화를 위해 목숨을 걸다! 중국 3대 추리소설가, 대신大神 쯔진천 최고의 작품 영화 <도가니>, 드라마 <시그널>이 연상된다… 만오천 개의 별 다섯 독자평! 『13.67』이 홍콩을 배경으로 한 시대적 비극을 노래한 작품이라면, 『동트지 않는 긴 밤』은 오늘날의 중국을 ...
2013년 3월, 지하철. 지하철을 타고 시체를 유기하려던 용의자가 체포되고, 공공장소에서 공개된 나체의 시체는 수많은 목격자와 SNS를 통해 퍼지며, 지하철 시체 유기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사건의 용의자 장차오는 순순히 죄를 시인하고, 살인 동기와 과정을 적극적으로 진술하며, 피해자와의 금전 문제인 우발적 살인으로 사건은 명료하게 마무리 되는 듯했다. 그로부터 3달 뒤인 1심 재판이 열리는 날, 수많은 방청자 앞에서 장차오는 돌연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결백의 증거를 내놓는다. 범행의 증거와 범행을 뒤집는 증거가 나오며 완벽한 사건에 다시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특별조사팀이 생긴다. 특별조사팀의 검찰관 자오톄민과 前 공안청 수사 전문가 옌량은 피해자 장양의 유품으로 허우구이핑이라는 인물을 접하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시간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허우구이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허우구이핑은 용의자 장차오의 제자이자, 피해자 장양과는 동기로 같은 장화대학교의 법학과라는 공통점만을 가지고 실타래을 한올 한올 풀어간다. 허우구이핑은 교육지원을 나간 곳에서 14살 여학생이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고발하려 하지만 의문의 세력에 의해 번번이 저지당한다. 수차례의 고발이 무시되는 현실과 대학생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 통탄하며 본교로 복귀하기로 한다.
시간은 다시 2013년으로 돌아와 자오톄민과 옌량이 허우구이핑을 조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14살 여학생의 성폭행 사건에 분노하던 허우구이핑은 어린 소녀와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처벌이 두려워 투신자살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2013년에 발생한 장양 살인 사건과 2001년에 일어난 허우구이핑의 성폭행 사건을 동시에 출발시킨다. 장양살인사건의 용의자, 장차오가 일으킨 범행의 동기가 허우구이핑의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자오톄민과 옌량은 장차오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허우구이핑의 사건을 조사한다. 2001년의 성폭행 사건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 허우구이핑의 여자 친구가 빠른 승진으로 검찰관이 된 장양에게 도움을 청하고 장양이 사건에 개입하며 인물들 간의 접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옌량이 ‘추리의 왕’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추리의 왕’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인 『동트기 힘든 긴 밤』에도 등장한다. 등장할 때 주요한 인물처럼 신비스럽게 등장했지만 장차오가 준비한 무대를 도와주는 조연처럼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느낌이 드는 인물이었다. 옮긴이의 말이 없었다면 주인공은 당연 장양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만큼 장양이 이 책에서 보여준 매력은 어마어마했다. 계획적인 삶으로 탄탄대로의 성공가도를 달릴 것 같던 장양 앞에 허우구이핑의 문제가 놓이는데 처음에는 동기의 정으로, 여자 친구의 압박으로 사건을 조사하지만 석연찮은 부분을 팔수록 가로막는 장벽에 좌절하고 만다. 그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며 장양의 분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장차오의 사건을 통해 알게 된 장양과 2001년의 장양은 심히 다른 인물임에 집중하게 된다. 도박과 성매매로 돈을 탕진해 장차오와 금제문제로 싸웠다는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정의감 가득한 모습에 의문이 들고, 집중하며 푹 빠져들었다. 2013년의 시선으로 단서를 찾으러 가기보다는 2001년에서 일어난 사건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장양의 고뇌에 수긍하고, 상부의 방해에 같이 화내게 된다. 용의자를 찾았다 싶으면 시체가 되어 돌아오고, 증거를 찾았다 싶으면 사라져버린다. 부정부패를 처단하는 검찰임에도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같이 울분을 터트리고, 사건의 석연찮음을 알고 있음에도 캐내지 않는 권력자들의 방관에 가슴을 치게 된다.
장양일행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무력함이라는 절망만 남긴 채 비밀을 유지한다. 단지 암울하기만 했다면 『동트기 힘든 긴 밤』이 주는 여운이 이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장양의 일행이 겪는 상황은 암울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포기하라는 말밖에 안 들린다. 너는 무력하다고 비웃기만 한다. 그런데도 주고받는 대화는 유쾌하다. 읽는 것만으로도 절로 터지는 웃음에 상처받은 감정을 위로받았다. 그 웃음이 아직 달릴 수 있다는 희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쾌하고, 이렇게 정의로운 사람들이 되려 고통받는 세상이라는 게 억울해지며 눈물이 고였다. 울고 웃고 화내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결말이라는 사실에 궁금과 걱정이 뒤섞여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 ‘긴 밤’이라는 말밖에 안 떠오르는 글이었다. 뻔한 말이지만 밤은 언젠가는 끝난다. ‘동트기 힘든 밤’일 뿐이다. 조금 ‘긴 밤’일 뿐이다. 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난다. 완전한 권선징악에 선이 모두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통쾌한 소설은 아니다. 장차오가 명예를 내던지면서까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이 미친 사건의 전말에 장양이라는 인물과 그 일행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남이라 해도 무방한 사람들을 위해 본인들의 삶을 내던지는 모습에 숙연해지고 타인에게 각박해지기만 한 요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띵소'님은?
반디앤루니스 월간 서평 이벤트 “11월의 리뷰어”에서 ‘참 좋은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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