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1일 오늘의 책
다니엘 페나크 | 문학과지성사 | 2015.07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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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래, 리종, 이건 오로지 내 몸에 관한 일기란다.! 배설, 성장통, 성(性), 질병, 노화, 죽음 가식도 금기도 없는 한 남자의 내밀한 기록 『소설처럼』의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차린 ‘삶’의 성찬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에게 남긴 선물. 그 선물은 바로 “평생 동안 몰래 써온 일기장”이다. 3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선생님,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 ? 『소설처럼』 『학교의 눈...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하고, 남의 일기장을 훔쳐본다는 느낌으로 산 책인데 이렇게나 뭉클하고 흥미진진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몸의 일기』는 어떤 남자가 12살 때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무려 70년 동안 자신의 몸에 관해 관찰한 기록서다. 주인공은 죽음에 이르러 이 많은 양의 일기장을 자신의 딸, ‘리종’에게 남겨 주었다. 일기에는 고통, 쾌감, 방귀, 배변, 식욕 등 몸이 일생에 걸쳐 겪는 모든 일이 기록되어 있다. 12살의 어느 날 남자는 몸의 부자유에서 오는 극진한 두려움에 휩싸여 마침내 배변을 가릴 수 없게 되었던 순간을 경험한 뒤 자기 몸을 극복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그의 일기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다시는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그는 어머니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한 아버지를 되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세상에 태어났으나 아버지는 그와 그리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한 뒤 죽음을 맞는다. 그는 그 순간 자신이 그토록 닮고 싶었던 몸, 아버지를 잃으면서 스스로 몸을 잃은 채로 생활한다. 식욕도 없었고, 거울에 몸을 비출 땐 공포를 느꼈지만, 어머니는 그에게 다정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똑바로 자신을 보라고 말한다. 그를 ‘수단’으로 대했던 어머니는 어머니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빈자리는 일하는 아주머니인 ‘비올레트’에게 갔다. 따뜻한 어머니의 품,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의 영양분은 그의 몸을 보살폈다. 그렇지만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두 번째의 죽음은 바로 비올레트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의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처럼 또 다른 세계의 파멸을 의미했다. 몸의 모양만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일기장의 한 지면은 온통 하나의 문장으로 채워진다.
‘비올레트 아줌마가 죽었다.’
그가 겪는 몇 번의 죽음이 실제의 그것처럼 아주 충격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 소설이 일기 형식을 띄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언제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다른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소설을 읽고 있다는 것을 항상 자각했다. 어떤 한 시절이 있는 한 권의 소설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 않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일생이 담겨있는 만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당연한 법칙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비올레트 아주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집을 떠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기숙학교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인체 해부도에 그려진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다. 성에도 눈을 뜨는데, 나는 여자의 몸으로 살면서 가장 궁금했던 남자의 몸의 변화를 이쯤에 이르러 두 눈으로 목격했다. 또한 그가 여자의 몸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도 읽으면서 웃거나 신기해했다.
여자 몸의 그토록 아름다운 기관이 기능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그 신기한 것이 아기들을 먹이는 데 쓰이다니. 아기들은 젖꼭지를 게걸스럽게 잡아당기고 주변에 침을 묻히면서 신성모독을 저지르고 있다! 한마디로 난 여인의 젖가슴을 숭배한다. 우리 125명의 여자 친구의 젖가슴, 다시 말해 모든 여인의 모든 젖가슴을 숭배한다. 크기가, 형태가, 무게가, 밀도가, 혈색이 어떻든 간에. 내 손바닥은 여자들의 젖가슴을 안기 위해 존재하고, 내 손바닥의 살갗은 여자들의 부드러운 살갗을 어루만지기 위해 그토록 부드럽다. 내가 진짜로 그걸 확인해보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99쪽)
아니, 여자의 가슴에 대해 이런 찬사를 보내다니. 사춘기의 남자가 여자의 몸에 관해 갖게 되는 호기심과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정말 우스우면서도 신기한 부분이었다. 마침내 남자의 생일에 잠자리로 파고들어 온 ‘팡슈’라는 여자와 함께 밤을 보내고 환희에 대해 열거 할 때는 엄청난 비밀을 몰래 훔쳐보는 양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는 마침내 몸이 주는 쾌락에 관해서 알게 되고, 그를 통해 두려움이 아니라 행복한 마음으로 자신의 신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생의 사랑 ‘모나’를 만나고 그가 그녀와 세상을 온전히 함께할 때는 누구라도 일기를 보며 함께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모나의 사랑의 구두점. 이 쉼표를 내게 맡기면 느낌표로 만들어줄게. (177쪽)
신생아 앞에서의 내 첫 반응은 누굴 닮았을까 하는 수수께끼를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새 얼굴에서 어떤 기질의 표시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내 딸 리종, 아빠는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네게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역할을 떠맡겼단다. 이런 아빠를 조심하거라. (190쪽)
아들, 딸이 각자 온전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도 늙어갔다. 영원할 것 같은 세상에서 결코 무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없음을 문득 자각하는 그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내 마음속 한구석도 오그라졌다.
어린 시절, 내 손안에 잡혀있던 물고기는 생명이 넘쳐났었는데, 배수구 위의 이 비둘기는 죽어도 너무 죽어있다. 철두철미하게 죽어있다. (205쪽)
나는 아직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주인공의 표현을 빌리자면 빛이 나고 있다. 죽음에 관해서는 자주 생각한다. 아니 죽음과 늙음을 자주 생각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자세히 묘사된 ‘늙음’은 내 생각과 다르다. 늙으면 다시 아이의 상태로 돌아가지만 아이였던 시절에 받았던 사랑과 보살핌은 바라지도 않고 누구도 제공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시 서서히 아무것도 스스로 해낼 수 없는 상태로 되돌아간다.
아주 자주, 난 어린아이가 된다. 내 안의 아이는 내 힘을 과대평가한다. 우린 모두 이 어린 시절의 충동에 꼼짝 못하고 딸려간다. 나이를 잔뜩 먹어서까지도. 아이는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무장을 풀지 않은 채로 있다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달려드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에 내가 쓰는 에너지는 이미 지나간 시절의 것이다. (325쪽)
그의 일생은,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사건들이 모여 이다지도 흥미로운 결과물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 사람의 죽음은 한 문화의 소멸이라는 그의 말처럼, 모든 사람의 일생은 엄청난 놀라운 이야기의 연속이라는 걸 깨달았다. 매일 내 몸과 마음이 겪는 변화와 굴곡에 대하여 좀 더 집중해야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매이니'님은?
쓸데없는 짓들이 모여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신다. 그런 식으로 "계속해보겠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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