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0일 오늘의 책
부운주 | 동녘 | 2020.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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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심리사회적 고통을 주는 질병이다 탈모 치료는 지금까지 주로 개인의 미용과 관련된 문제로 간주되어왔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기는 하나 사회적 질병의 성격이 강하다. 단순히 한 개인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탈모인들은 탈모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고 말한다. 탈모로 인한 안면 변형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자존감, 사회적 지위에까지 영향을 미...
“흰 거품이 뒤섞인 머리카락들이 대야에 축 늘어져 있었는데, 어림잡아 백 올은 더 될 것 같았다. 충격적이었다. 난생처음 맞닥뜨린 광경에 가슴 언저리에서 섬뜩한 기운을 느꼈고, 나는 시체처럼 늘어진 머리카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하릴없이 머리카락만 바라보았다.” (18쪽)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정말 특별한 에세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일정한 루틴에 맞춰 살아가면서 집과 가게를 오가는 나에게 에세이는 세상과 소통하는 비상구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소설은 허구로 이루어진 이야기지만, 에세이는 누군가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자신이 살아온 일대기를 이야기할 수도, 성공담을 이야기할 수도 있는 장르이기에 내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탈모 심리 픽션 에세이’라니.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이 아닌 이상 별 관심이 없다. 내 주변의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을 보며 적어도 나는 내가 탈모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으며 감정이 너울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했다. 심지어 저자가 남자인 줄만 알았는데 여성이라니 그 고통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웬걸, 이 책 의외로 재미난다. 저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낸다. 탈모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치유를 통한 위로와 용기를 안겨주고, 비탈모인에게는 탈모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라고 하는데……. 그저 관심 밖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하지만 누구나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습인 탈모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창 멋을 부려야 할 나이였다.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긴 머리를 찰랑이며 친구들과 재잘재잘 멋을 부리고 그럴 나이! 하지만 저자는 그 나이에 병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엔 50원짜리 동전만 한 원형탈모증으로 시작했다. 금방 나을 거라고, 다들 별일 아닐 거라고 말해주었지만 처음부터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던 건 어린 나이의 중학생인 저자뿐이었을까. 50원짜리 동전이었던 원형탈모증은 500원짜리가 되었고, 시간이 흘러 음료수 캔 밑바닥만 한 크기로 증세가 심해져 결국엔 전신탈모증으로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몸에 털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삶을 꿈꿔본 적이 있는가. 몸의 힘듦을 떠나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사람을 만나기가 두려웠으며 모든 상황에 소극적으로 되어버렸다.
저자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원형탈모증이라는 현상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시선에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탈모증’이라는 건 그저 머리카락이 줄어들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기에 병을 앓고 있는 저자와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마음의 상처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 속에 살아야 할까, 수없이 질문해 보아도 어떤 해답도 나오지 않았다, 대학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해보기도 하지만 몇 가닥 나던 머리카락마저 샤프심처럼 뚝뚝 끊어져 빠져버리기 일쑤였다. 다음으로 시도해본 바르는 약 역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탈모를 그저 웃음거리로 삼거나 아니면 그저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저자는 이런 일들이 탈모를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모습을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묘사하며 이 책을 쓸 수 있었다고도.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 역시 누군가를 그런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저자는 아직도 여전히 원형탈모증을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일상일 머리를 감고 헹구는 행위가 부럽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적어도 탈모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니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를 빌어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와우우웅'님은?
반디앤루니스 월간 서평 이벤트 “7월의 리뷰어”에서 ‘참 좋은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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