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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015년 3월 20일 오늘의 책

그 후

나쓰메 소세키 | 현암사 | 2014.09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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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갱부”, 강상중이 아낀 “산시로”, 김경주가 옮겨 적은 “그 후”, 너무나 사랑받은 “우미인초”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해답이 없는 물음을 던지고 고민하는 청춘의 ‘창백한 고뇌’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차분, 그 난처한 주인공들을 만나다 “그 우울한 청춘의 시대, 옆에서 늘 속삭이듯 말을 걸어준 것은 나쓰메 소세키였습니다” 자유를 구가하고 독립을 주장하며 자아를 내세우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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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한 남자


지금까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사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대했던 것 같다. 문장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읽도록 하는 필력이야 두 말하면 입 아플 일이지만, 내용상 너무 무겁지도 아니 오히려 조금은 가벼운 듯한 느낌이 책을 편히 읽게 만드는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데 『산시로』와 『그 후』를 읽으면서는 살짝 멈칫했다. 주인공들의 진지한 고민과 그에 따른 행동 때문에 작가의 심중에 변화가 있나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 본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은 소위 ‘일을 하는가?’였다. 즉 ‘밥벌이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는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는 유유자적 살아왔다. 단순히 노동을 위한 노동은 하고 싶지 않다며 나이 서른이 되도록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만 해 왔고 결혼에 대해서 추궁을 받을 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단, 애국심 강한 아버지의 시선에는 나라가 안팎으로 분주한 이 때 유유자적한 아들이 마냥 못마땅하다. 이것은 다이스케와 아버지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다이스케와 시라오카는 오랜 친구 사이다. 둘은 가지고 있는 배경이 다르다. 조건 없이 마냥 친하다고도 할 수 없는 사이. 도쿄로 다시 돌아온 시라오카에게 다이스케는 예전과 다름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심경의 변화가 생긴다. 예전에 자신이 중매를 섰고 이제는 시라오카의 아내가 된 미치요에 대한 마음이다. 그는 번민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읽으면, 이야기엔 분명 불륜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불륜만 가지고 얘기할 순 없다. 그의 태도 때문인데,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불륜이라고 말할만한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을 조심하면서도 그는 그것을 피해가려고 하지 않고 좀 더 당당히 맞서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 다이스케는 이제 자신이 피했던 노동 자체가 목적인 삶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논리와 철학으로 똘똘 뭉친 다이스케의 마음도 결국엔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 생겼다. 이어져 있는 많은 관계 중에서 사랑이라는 관계를 선택함으로써.

당장 생존 경쟁 속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는 남자의 게으른 행보라고 해야 할까? 당시 삼십 세는 한창 사회생활에 노련해질 나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으며 유유자적하는 남자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비싼 물건을 사 모아야만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다이스케가 누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권리 또한 사치다.

태양은 너무 뜨겁고 다이스케는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전차를 타고 움직이지만 전차의 거침없는 달림이 세상의 움직임 같다. 전차의 속도와 같이 다이스케는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곧 완전히 타버릴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빨간색이 그의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가는 듯하다. 다이스케는 머릿속이 다 타버릴 때까지 계속 전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그 시대나 이 시대에도 세상은 평탄하지 않은 고행의 길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파랑'님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고, 3학년 때 처음으로 교과서 이외의 책을 접하다.(신세계잡지 '바다로 가는 합창들') 5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써 보고 2012년부터 블로그에 소위 리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읽지는 않더라도 항시 책을 지니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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