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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안드레아

2017년 2월 20일 오늘의 책

사랑하는 안드레아

룰잉타이, 안드레아 발터 | 양철북 | 2015.11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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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소개] 8년 연속 중화권 문학 베스트셀러! 2008년 중국 국가도서관 도서상 수상작! 부모와 자식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세상으로 떠나는 아들과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가? 나눈 3년 동안의 인생 편지 - 한번 생각해보라, 스무 살의 아들과 밤늦도록 대화한 적이 언제였는지. 열여덟 살 딸은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만 들여다볼 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부모를 마냥 슬프게 한다. - 왜 엄마 아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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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의 엄마가 알려준 겨울


엄마는 해변의 어촌에 살았어. 어촌에는 찻길이 하나밖에 없었어. 그마저도 좁아터졌지.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버스, 오토바이, 자전거, 채소를 팔러 가는 손수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꼼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꽉 막혔어. 그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한산해지면, 늙은 누렁이가 길 한복판에 나와 널브러져 자고, 어디선가 암퇘지가 새끼돼지들을 올망졸망 데리고 나와 어슬렁거렸어.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야자수의 넓은 잎이 바스락대는 소리를 냈지. 흙에 바닷물의 염분이 섞여 있어서 야자수의 줄기 밑동은 하얀 소금에 묻혀 있었어. (27쪽)

책을 여럿 사서 한 권, 한 권 포장해두었다가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든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걸 선물할 계절은 겨울이 좋겠다. 몸 녹일 수 있는 집에서 최대한 몸 기울여 읽었으면. 타이완의 지성 룽잉타이와 그녀의 아들 안드레아가 나눈 편지다.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알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편지를 나눈다. 내가 낳았고, 내가 길렀으며, 그런 나의 사랑이 변할 리 없건만 나의 아이는 이미 그만의 삶의 방식을 정립한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단순히 더 사랑하기 위해 엄마가 아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통해 자신 이후의 세대를 배우려고 한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부모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사람'임을 이해하고 나누는 태도가 따뜻한 겨울 같다.

책에는 단순히 엄마와 아들의 편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가장 편한 언어가 달라 '영어'로 정해서 썼기 때문에 상대가 의도한 단어가, 내가 풀어낸 의미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홍콩'과 '독일'의 시차에 걸린 메신저 내용도 있고, 연재되는 당시 독자들에게 받은 편지들도 수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독자와 나눈 간단한 문답까지도 함께다. 편지라는 개념이 너무나 변했지만 이 모두를 책이라는 고리타분한 물질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나를 이들의 대화 옆에서 떠나지 않도록 돕는다.

매력적인 것은 안드레아가 '연재'에 임하는 ‘쿨(cool)’한 태도인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최소한으로 걸러서 편지를 쓴다. 이 편지가 모두 공개되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듯이 18살의 감정에 충실하다. 글? 연재? 그게 뭐가 대단해? 라는 식의 태도가 아주 좋다. 글이란 자기를 포장하기에 얼마나 좋은 도구인가. 그러나 안드레아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아무리 타이완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도 안드레아에게는 자신의 엄마다. 구시대적인 사고로 체면을 차리려 하거나 자신을 구속하질 않나, 이해할 수 없는 말로 가르치려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짜증난다, 구리다 는 식의 말을 가감없이 하는게 새롭다. 타이완은 유교의 영향력이 있지만 그는 실질적으로 독일에서 자랐으니, ‘효’와 같은 유교적 요소로부터 다소 배제된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룽잉타이는 안드레아에게 자신이 살아온 세대를 전하며 더 깊은 물을 보여준다. 사유가 흘러가며 보여주는 풍경은 감정을 일렁이게 하지만 그에 묶여서 한없이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수필은 여기에서 멈춘다. 감정을 움직이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말하며 다음으로 이끈다. ‘이런 감정의 사태에서 너는 어떤 이성을 보여줄 수 있니?’라고 말하는 듯이.

첫 번째 편지가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18살을 회상한다. 가난했고, 무지했다. 그 후에는 유학을 하며 공부를 했지만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나라를 되돌아보고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편지의 말미에서 간쑤에서 온 피곤에 절은 아이의 얼굴을 기억하게 하면서 울컥하게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그 소녀와 연결되어 있니?’라는 질문에서는 일렁인 목울대를 머쓱하게 한다. 그래서 너는 네가 속한 세대로, 타인과 함께 사는 세상에서 어떤 책임감을 생각하는지? 너는 혹시 그런 것들을 모르거나 또는 모른 척 하며, 그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의로운 척 세태에 대한 토론을 하지만 결국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간쑤에서 온 그 여자아이의 삶은 세대가 아무리 변해도 남아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얼 위한 진보이며, 이런 것을 보지 못한 세대의 진전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지? 내가 살아온 그 미개하고 무식했던 나날과,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삶과는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 말해봐, 너의 그런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지? 아픈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탄핵 정국 이후, 관성처럼 좁고도 좋지 못한 뉴스가 떠돈다. 조금 '더' 힘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안다. 지금의 최선이란 더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지금을 유지하기 위함이란 것도. 오늘도 눈이 왔다. 뉴스는 이 깊은 눈과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이런 소식도 보았다. 키 작은 식물에게는 이 눈이 대기의 차가운 공기를 막아주어서 얼어죽지 않게 도와준다고. 이건 사람의 뉴스는 아니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일반적인 가치 외에 다른 것으로 환유해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발 묶인 도로와 산에 내려 잘 보이지도 않는 식물을 데우는 눈. 엄마와 아들이 나눈 아주 사적인 편지는 나로 하여금 단순히 내 앞의 일들에만 머물지 않게 했다. 가슴을 내밀고 멀리 눈을 두면,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건 이렇게 모두에게 내리는 눈에도 나타난다. 단순히 따뜻해진다는 이유만으로 희망에 빗대는 봄을 기다리기 전에, 이 겨울에도 내리는 한 줌의 빛을 본다. 책 한 권을 읽고, 그 한 권에 대해 다시 쓰는 작은 일이 작은 일이 되지 않기를.


| 펜벗 인터뷰

1. 『사랑하는 안드레아』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오간 편지를 담고 있습니다. 클렌징크림 님은 손편지를 주고받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계절의 냄새가 바뀌는 것, 오늘로 넘어온 어제의 우울, 지금도 팽창한다는 우주의 크기에 대해서. 좀처럼 제 자신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지만 이런 일도 있다며 별 쓸모 없는 이야기를 한바닥 쓰고, 그게 내년 지구의 전망인 듯 진지하게 읽어줄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요.

2. ‘책 한 권을 읽고, 그 한 권에 대해 다시 쓰는 작은 일이 작은 일이 되지 않기를.’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먼지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주 작고, 자기들끼리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도 하고 그래서 거대해지기도 하지만 별로 쓸모는 없죠. 그런데 행성도 먼지로 만들어졌다고 하던데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도 들었어요. 외로워지거나, 깊어지기 어려운 세상의 속도에서 힘껏 브레이크를 밟고 여기에 없던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일이 아닐까요. 힘껏 직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3. 텍스트가 원활하게 소비되지 않는 오늘날에도, ‘글’이라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글자를 갖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거의 끝자락 시대의 인간이고, 그렇다면 이렇게 더 놀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무한한 것은 아닐까요? 그걸 힘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싶어요. 앞으로 오게 될 사람들에게 ‘글’은 낯설고 알 수 없는 것일 테니까요.

4.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겨울의 빛’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겨울의 순간이 있다면요?
이번 겨울은 모르는 사람의 등을 아주 많이 스쳤습니다. 나의 옆 사람과 크게 이야기를 해야 했어요. 모두의 소리가 되어 울리는 도로를 걸었습니다. 따뜻함을 넘어서 ‘더웠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광장의 겨울, 겨울도 데울 수 있는 광장의 빛이 남아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클렌징크림'님은?
"시 읽는 가지씨" 매니저. 초원의 얼룩말을 동경합니다.


| [클렌징크림 님의 테마북 – 겨울에 기다릴 수 있는 것]

| 펜벗 큐레이션 Vol.19 '겨울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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