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일 오늘의 책
김희림 | 자음과모음 | 2018.01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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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과 유쾌함의 발칙한 크로스 팔로워 2만 명의 인기 페이스북 를 책으로 만나다! 인문학의 위기, 철학의 무용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식상한 말이 되었다. 돈과 명예, 성공과 화려한 것을 추구하고 그것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특히 보다 많이 상상하고 다양하게 관심을 갖고 삶을 들여다보아야 할 20대 청춘들에게 인문학/철학은 어떤 매력도 없는 학문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수많은 미디어 공간에서 보이는 ...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교무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마주앉아 입시상담을 했다. 선생님은 나의 성적으로 갈 만한 학교를 짚어 주시며 철학과를 권하셨다. ‘철학’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다. “철학과 졸업하면 뭐 하는데요?”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대답하셨다.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이 철학과 나왔어.” 나는 결국 국문과에 지원했다.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던 그날의 교무실을 불현듯 떠올린 것은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덕분이다. 저자는 ‘철학 개그’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철학과 현실을 버무린 유쾌한 문장을 적어내려간 젊은 철학과 학부생이다. 동서양의 무수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달달 외워 오지선다형 시험을 보며 자란 대개의 사람들에게 철학은 다소 모호하고 난해한 학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오늘날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을 가져와 철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겨울비가 내리던 2015년 11월의 마지막 주말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칼럼 <간장 두 종지>. 중국집에서 간장을 못 받아 환청이 들리고 눈앞에 아우슈비츠가 그려지는 신비적 체험을 담은 이 짧은 판타지 소설은 순식간에 전국의 문학도들을 사로잡았죠. … 해체주의 문학의 교과서와 같은 칼럼, <간장 두 종지>. 감성과 비주류, 개별에 집중하며 그동안 세상을 지배했던 이성 중심의 세상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43-45쪽)
신문에 싣기에 다소 부적절한 내용으로 비난을 받았던 일간지의 한 칼럼에 대해 ‘판타지 소설’, ‘노벨문학상’ 등을 운운하며 능청스레 희화화하기도 하고, 철학자 라이프니츠를 현대의 한복판에 던져놓고 ‘그 역시 최저시급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그에게 ‘막장드라마’는 인간학 교과서가 된다. 이렇듯 저자는 독자에게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시대에 즐겁게 ‘철학하기’를 제안한다.
철학자와 논쟁하는 것은 돼지와 진흙탕 속에서 레슬링을 하는 것에 견줄 만합니다. 몇 시간 지나면, 돼지가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92쪽)
SNS에 연재되던 글이라 작성 시점에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룬 글이 많다. 거침없이 정치가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비꼬기도 하며 시의적절하게 간지러울 만한 곳을 긁어준다. 본문을 읽다가 어떤 사건을 향한 일침이 엿보일 때, 그런데 그것이 분명히 무엇이었는지 감이 오지 않을 때,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힌트처럼 작은 글씨로 쓰인 해시태그를 참고해보시라.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퀴즈를 푸는 기분이 든다.
‘이 글은 철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철학과 학부생의 글입니다’ (248쪽)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철학과에 다니고 있거나 철학과 진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편지에서 그는 사람들이 철학과에 품을 수 있는 환상을 깨며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인문학에 발을 딛고 싶은 독자, 철학과를 다니고 있거나 철학과 진학을 꿈꾸는 청소년들. 그들에게 나 역시 이 책을 권한다. 우선 이 책으로 철학을 즐겁게 시작하길 바라며.
과연 나의 선생님은 아직도 열아홉 살 아이에게 철학과를 권하며 대통령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 Editor_박태연
ssogum@bn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