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일 오늘의 책
캐럴 실즈 | 비채 | 2015.08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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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캐나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캐럴 실즈 엄정한 지성과 풍요로운 상상력이 빛나는 1995년 퓰리처상 수상작! “내가 소설을 쓰려는 까닭은 소설 읽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의 인생 혹은 내가 알 법한 여성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소설을 읽고 싶었으나 그런 소설을 찾지 못한 채 1970년대를 보냈고, 끝내 찾지 못한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 _ 캐럴 실즈 캐나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성작가 캐럴 실즈의 ...
내 손은 예뻤다. 비록 피부가 까매서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가늘고 긴 손가락과 부드러운 감촉, 분홍빛의 손톱 빛과 하얀색 반달이 선명했다. 손톱도 부드럽고 말랑했다. 손톱을 깎아도 손톱이 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엊그제 손톱을 깎는데 손톱이 부러지면서 저 멀리 튀었다.
책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웬 손톱 이야기인가 황당하겠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손톱이 튀자 조금 서글퍼졌다.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주름이 늘고 거칠어진 손에 손톱도 딱딱해졌다. 손은 세월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겨우 서른여덟이지만, 마음은 이십 대와 다를 바 없기에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간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스톤 다이어리』는 한 여자의 일대기다. 그것도 한 여자가 나이를 들어가는 이야기다. 여자는 데이지 굿윌이라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이야기는 다른 여인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데이지 굿윌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춘다. 이 시대 여자들의 삶은 이랬구나, 생각할 수 있고, 여자로서 내 삶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나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마흔에 가까워져 가면서, 나 또한 삶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궁금하다.
엊그제 보았던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의 '엄마'에게도 날씬하고 예쁜 여자로서의 모습이 있었다. 데이지에게도 사랑스러운 모습과 삶이 있었을 텐데, 자녀들은 엄마가 젊은 시절 논문을 썼다는 것도, 어떤 작가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도, 엄마가 수를 놓을 줄 알았었다는 것도, 그리고 첫 번째 결혼의 신혼여행에서 남편을 잃었다는 것도 모두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데이지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고독하고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고 그녀의 내면 세계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 (비록 좋은 친구들은 많이 있었을지라도 말이다.)
데이지를 낳다 죽은 데이지의 엄마, 클래런틴 플랫 아주머니의 손에 의해 자라던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재회와 첫 번째 결혼, 두 번째 결혼과 출산, 안정적인 가정, 남편의 죽음, 일, 그리고 자녀들의 출가, 손자 손녀의 탄생과 병, 그리고 죽음.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시금 생각해본다. 데이지는 행복의 순간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데이지가 할머니가 되어 손녀와 오크만 제도에 가서야 기쁨과 행복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던 것을 보면. 삶이란 하루하루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감사와 행복의 순간을 발견하고 그것에 기쁨을 표시하며 살아갈 때 의미 있는 것 아닐까?
무엇보다, 시간은 너무 빠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도 마음껏 누리기.
사랑은 이런 것일까? 두 사람 사이에 굳게 밀착되어 있는 이 실체감, 무색이면서도 너무나 분명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것이 사랑일까? 또는 사랑은 그보다 덜한 것, 좀 더 미끄럽고 냄새도 없는 어떤 것, 미풍을 타고 온 세상을 도는 투명한 가스 같은 것, 그리고 다른 낱말을 기억하기 위해 떠올리는 낱말 같은 것은 아닐까?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그렇다고 믿고 있다.) (230쪽)
우리 인생에서 보다 큰 외로움은 흥분과 동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속의 기상을 억누르고, 유예와 예행연습이 주는 안락함에 몸을 내맡긴다. (397쪽)
그녀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 투명하리만큼 단순한 생각, 자신이 늘 알고 있었던 생각, 그러나 결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던 생각.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인생은 그 최후의 어둠을 향해 곧장 전진한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떡 부딪치는 극단적인 상황, 그 둘은 숨결로도, 한 번의 눈 깜박임으로도 구분할 수 없다. 인간은 오로지 그 최후의 순간까지 음식과 일과 날씨와 대화의 일상적인 음악에 맞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잃지 않기 위하여. (455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햇살'님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세 아이의 엄마, 햇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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