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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의 예술사

2020년 11월 2일 오늘의 책

포즈의 예술사

데즈먼드 모리스 | 을유문화사 | 2020.09

분류 : 예술/대중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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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점의 작품을 통해 발견하는 몸짓 언어의 기원과 인류 문화사의 결정적 순간들 미술 작품 속 인간의 포즈를 환영, 모욕, 위협, 자기 보호 등 아홉 가지의 의사전달 형태로 분류한 뒤 그 포즈가 지닌 사회적 기능과 보편적 의미를 분석해 나가는 방식은 과학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하나의 ‘몸짓’이 일으킨 역사적 사건들의 면면을 따라가다 보면, 사소한 행위 하나가 빚어낸 결과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서기 1세기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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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에 담긴 의미

 

현대인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을 주제로 리스트를 쭉 세운다면,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는 적어도 10위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읽고, 쓰고, 나르고,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기를 반복하면서 목과 어깨가 그 자세 그대로 굳어졌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세 교정에 성공한 연예인의 전후 사진을 비교하며 의지를 불태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교정해야 하는 이유’에 통증 개선만큼이나 인상의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세가 꼿꼿한 이를 보면 올바르고 자신감 있어 보인다고 느끼는 반면, 구부정한 이를 보면 어딘가 위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혀를 쏙 내밀면 자연스레 조롱으로 받아들이고, 중지를 들어 보이면 욕설로 인식한다. 행동 해석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동일하게 해석하는 걸까? 과연 이 의미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포즈의 예술사』는 예술 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포즈를 살피며 역사 속에서 그 지표를 찾는다.

 

사실 현재의 홍콩은 영국 사절단이 청나라 황제에게 ‘큰절하기’를 거부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아인슈타인의 그 익살스러운 표정은 아무런 생각 없이 지은 것이다. 42km를 달린 직후 사망한 병사가 마라톤의 기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에는 사실 근거가 없다. “진짜?”가 절로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상이한 시대의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복식을 차려입고 유사한 자세를 취한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포즈는 엘리트에게 오히려 제한적이었던 만큼, 일부 귀족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닐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등장인물이 얼마나 다양한지, 심지어는 〈스타 트랙〉 시리즈에 등장하는 벌칸인의 축복까지 등장한다! 큼직큼직한 도판과 짤막한 설명으로 조화롭게 구성된 『포즈의 예술사』는 예술과 역사, 그 교차로의 초입에서 손짓한다. 따라가 보면 후회 없을 여정이다. 깊거나 어렵지 않아 2학점짜리 세미나처럼 읽는 시간 자체를 순수히 즐길 수 있다.

 

데즈먼드 모리스는 왜 우리가 특정 포즈를 관습적인 의미와 연결 짓는지 역사의 한 지점으로 설명할 뿐, 결국 기원에 대한 정답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대신 질문의 여지를 남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포즈들은 후대에 어떻게 연구될까’라는 물음이다. 예컨대 후손들은 손가락 하트를 두고 ‘분석해 보니 별다른 의미는 없고 그냥 유행이었다’라는 결과를 낼지도 모른다. 성적 희롱의 의미가 담긴 포즈를 현대에서 접하고 여전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현대에서 혐오감을 주는 것으로 통용되는 포즈는 후대에도 혐의를 일으킬지 모른다. 너무나도 쉽게 존재가 지워져 버리는 세상에서, 이렇듯 스스로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언제든 새삼스럽다. 더불어 깨닫게 된다. “왜?”라는 질문이 얼마나 애틋한지. 포즈의 종류와 의미를 밝히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인생 전반의 과제까지 던지고야 마는 이 책을 어찌 추천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11기 필연'님은?
제 글에 시간과 기억이 묻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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