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일 오늘의 책
조해진 | 문예중앙 | 2015.08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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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세계는 거듭 폐허이며, 그들에게는 작은 피난처가 필요하다!” 고독과 몰락의 청춘을 살아가는 세 남녀, 곧 폐허가 될 피난처에서 보내는 뜨겁고 아픈 여름의 시간… 저 찬연한 자본의 진열장 너머에는 우리를 위한 것이 없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오로지 철거와 파장이 진행 중인 폐허뿐이다. 흔적 없이 사라질 폐허에서 조해진만큼 예민하게 빛과 온기를 탐지해내는 작가도 없다. ―권여선(소설가) 소외되고 버려지고 혼자 남은 타인들의 ...
가을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면 여름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내 여름은 어땠었나. 과중하다고 느꼈던 일들을 뿌리치고 다녀온 여행의 뒷감당을 해내기 바빴고, 비슷한 메일을 보내며 비슷한 통화를 하며 휴가를 미뤘다. 봄에 다녀왔던 여행은 준비하던 시기와 어울려 겨울의 것에 가까웠다. 결코 여름의 휴식은 아니었던 그 여정에 기대어 여름을 버텼다. 매일 바삐 끓었지만 무뎌져가던 나의 마음이, 나의 여름이 이제 다 지나는 모양이다. 한 계절을 지나는 것이, 한 시절을 통과하는 것 같다. 허전해지는 마음의 다른 편엔 어떻게든 잘 버텼다는 씁쓸한 안도감이 있다. 나는 이번 여름도, 이 계절도 이렇게나마 살아냈구나.
여기 하나의 계절을 지나가는 일을, 한 생애를 사는 것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있다. 민은 결혼 목전에서 연인과 헤어졌고 우연히 마주한 공인중개사에 들어가 보조원으로 일한다. 비어 있는 집들에 짧은 시간을 머무르며 그 집 주인의 삶을 상상한다. 잠깐의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이 되어 보며 타인의 삶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는 민.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던 옛 연인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그녀가 머무는 곳 중 하나인 문 닫은 가구점은 수의 공간이기도 하다. 본래 가구점의 주인이었던 목수의 아들이지만, 급격히 악화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가정환경 덕에 신용과 함께 생의 의지도 잃고 말았다. 수 역시 타인이 되어 살기를 시도한다. 신분을 속이고 현실을 피하는 그는, 그만큼이나 미래를 보장 받지 못하는 연주와 함께 여름을 견뎌낸다. 타인이 되어 보려 할수록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한 해를 보내고 맞으며 사람들은 그간의 일을 기억하려 하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걸곤 한다. 시절이라 말하기엔 너무 짧게 느껴지는 하나의 계절. 눈에 보이고 손에 의해 쓰이는 숫자가 아니라면, 공기의 감촉과 마음의 온도가 피부로 와닿는 계절이야말로 그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실로 시절이라 부르기엔 짧을지언정, 어느 한 때라 말하며 생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계절만한 것이 없다. 민과 수, 그리고 연주는 모두 외롭고 처량한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완전히 외면하지 않은 덕에 그들의 여름 한 철을 살아낼 수 있었다. 늘 한 계절을 살아내고 나면 늘 크고 작은 증거들이 남는다. 그리고 그 증거들은 다음 계절을 살게 하는 이유가 되곤 한다. 지치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내 지난 여름도 수많은 고민을 남겼고, 그 고민을 풀어나가기 위해 나는 이 가을을 살 것이다. 이어지는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될 것이고, 점점 더 나다운 내가 되어 가는 거라고 믿고 싶다.
삶이란 결국, 집과 집을 떠도는 과정이 아닐까. (43쪽)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없는 선의는 결국 모두에게 고통이 될 뿐이었다. (72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깐'님은?
문장과 장면을 모으며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