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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2015년 11월 2일 오늘의 책

읽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 | 위즈덤하우스 | 2015.07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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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읽는다는 것! 명시부터 고전까지 거장의 인생을 완성한 ‘치열한 책 읽기’의 기록 오에 겐자부로는 《읽는 인간》을 통해 명시,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그가 접한 수많은 책들을 보여주면서, 독서로 만들어간 50년 작가 인생을 고백한다. 번역서의 글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구분하여 각각 다른 색연필로 줄 그어가며 공부하듯 읽고, 가장 정확한 문체를 찾아 원서와 사전을 파헤치며 비교했던 그의 지독한 독서스타일은 ‘나만의 문체’를 만들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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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읽기 시작합니다


나는 읽지 못한다. 올해 들어 내가 읽지 못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읽는 것이 아니라 보기만 하고, 찾고만 있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을 종종 하고 있었다. 나의 읽기에 대한 의심과 회의는 최근 몇 개월 동안 더욱 짙어졌다. 나의 의심은 ‘읽는 인간’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
 
‘소설의 스타일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며, ’grief’라는 작은 단어 하나에서 문장으로, 이어서 작품 전체로 전개됩니다. 나아가 한 사람의 소설가가 지닌 인간을 바라보는 견해, 사고방식, 소설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세와도 이어지는 것이죠. 그것이 ‘문체’이며, 결국 우리는 이것을 읽어내기 위해 소설을 읽고 소설로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82쪽)
 
오에 겐자부로는 인간에 대한 견해와 사고방식, 인간 본연의 자세 등을 읽어 내기 위해 소설을 읽고 쓴다고 한다. 소설뿐이겠는가. 모든 글이 결국은 작가가 가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시선,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글자를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글 속에 담긴 세계관이나 문제의식 따위는 따라가지 못했다. 아니,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나의 시선에 부합하는 문장들, 나의 주장을 강화시켜줄 사례들만을 찾기 위해 책을 본 듯하다.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어도,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확증편향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만 기억에 남을 텐데... ... 나는 의식적으로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었다.

최
초에 나의 생각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을 뿐이다. 처음 접하는 분야일수록 작가의 시선과 호흡에 맞추어 글을 읽기 위해 노력한다. 문장과 단어의 의미까지 궁리했던 오에 겐자부로의 읽기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작가의 발자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걷는다. 그러다 보면 작가의 시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기 시작하면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서로 다른 작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머리가 달린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게 된다. 비교를 통해 차이를 발견하는 지점에서, 나의 시선이 생겨난다. 이런 시선들이 모여서 생각이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크게 새롭지도 않고, 창의적이지도 않으며 딱 나를 납득시킬만한 정도의 프레임이 생겨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 것 같다. 주입된 프레임보다 고민과 노력에 의해 형성된 ‘나의 프레임’이 더 단단하다. 나 스스로 이 프레임에 균열을 주는 것은 정말 어렵다. 대단하지도 않은, 알량한 고민 끝에 만든 프레임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고, 글자를 보고 있다는 건 조금 많이 창피한 일이다. 내가 읽으면 얼마나 읽고, 고민하면 얼마나 많이 고민했겠는가.
 
오에 겐자부로가 그토록 많은 책과 글 속에 살면서 ‘보는 인간’이 아닌 ‘읽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냥 오에 겐자부로와 나의 인성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왠지 일생을 함께했던 고전들이 그를 읽는 인간으로 남게 했을 것 같다.
 
‘이렇듯 고전은 다양한 형태로 몇 번이고 우리에게 새롭고 심오한 감정을 불러일키는 측면이 있어요.’ (154쪽)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고전을 접하다 보면, 내가 지닌 생각과 프레임들의 얄팍함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을 주는 고전을 접하다 보면, 내가 가진 생각의 구조물들이 얼마나 깊이가 없는지 깨달을 것이다. 평생을 함께하는 고전을 가진다는 것은 껄끄러운 친구를 만드는 일 같다. 평생을 두고 만나왔기에 익숙하지만, 다시 만나면 반갑고, 그렇지만 나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아서 약간은 불편한 친구 말이다. ‘보는 인간’이 아닌 ‘읽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껄끄러운 친구를 가져야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따오싱'님은?

잘 읽고 열심히 쓰고 싶은 따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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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1 ]

  • 블랙마스크

    이렇듯 고전은 다양한 형태로 몇 번이고 우리에게 새롭고 심오한 감정을 불러일키는 측면이 있어요[ 2015.11.02 10:42:40 ]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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