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9일 오늘의 책
헨리 마시 | 더퀘스트 | 2016.05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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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떤 의사도 털어놓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색다른 고백 “정말 오랜만에 밤을 새워가며 읽은 훌륭한 책이다.” -김대식(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과 교수) 2015년 가을, 뇌과학자로 유명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조선일보 칼럼에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을 소개하여 화제가 됐다. (칼럼 링크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5/2015091502323.html) 영국의 저...
요즘, 집안의 많은 것을 정리하는 중이다. 오래된 집의 정리라고 해봤자 버리는 게 대부분이지만, 살펴보고 버려야 하는지라 틈나는 대로 하는데도 아직도 정리할 게 많이 남았다. 그중에서도 장독대는 오롯이 엄마가 다 손대고 있다. 거의 30여 개에 달하는 장독을 지금은 다섯 개만 사용한다. 나머지 빈 장독을 주변 사람들은 서로 달라고 했고, 엄마는 깨끗하게 씻어 놓을 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장독을 하나씩 비우고 씻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정리하려니 힘이 드시나 보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손댄 김에 하겠다며 굳이 계속하는 걸 보니 내 마음이 불편했다. 말려도 계속할 것 같아서 쉬어가면서 하시라고 했더니 엄마가 하는 말, “죽으면 푹 쉴 텐데, 뭘.”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어느 정도 인생 살아온 엄마가 생각하는 쉼은 죽음 이후의 시간일 수도 있구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휴식이나 쉼을 떠올리면, 여행이나 늘어짐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여름에 주어지는 며칠간의 휴가는 어딘가로 떠나기 좋은 시간이고, 평소에 여유가 생긴다면 한없이 게으름 피우며 뒹굴고 싶어진다. 쉰다는 건 짧게 든 길게 든 보너스 같은 시간에 부리는 마음의 여유. 그때 가장 먼저여야 할 조건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게 여행이든, 책 쌓아놓고 방바닥 뒹굴며 읽는 것이든, 며칠 동안 밀린 잠을 자든, 그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좋아해 선택한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바로 쉰다는 거로 여겼다. 그런데 엄마의 한마디에 내가 생각하는 ‘쉼’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죽음이라는 건, 또 다른 의미의 쉼이었다. 우리 인생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생각하면 시작점부터 열심히 달리다가 끝점에서야 겨우 쉬는 걸까. 그 끝점이라는 건, 어쩌면 우리 눈 감은 후에 이뤄지는 안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쉬기 위한 죽음을, 제대로 된 휴식을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여행용 가방에 필요한 것을 싸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여행이 시작되듯,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가 긴 휴식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곰곰 생각해보면 사실, 그 준비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뻔한 답이지만, 죽음의 순간에 이를 때까지 후회 없이 살아가는 시간, 과정을 이루는 것이 제대로 된 준비가 아닐까. 요즘 부쩍 다른 이의 죽음이나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지켜보면서 그 의미를 더 깊게 고민하게 된다.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도 그런 고민을 더 한다. 신경외과 의사인 저자의 경험과 의사로의 삶, 여러 환자의 모습을 다양하게 비춘다. 환자와 함께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다. 때로는 환자를 살리고 때로는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보다 나은 다음을 위한 고민이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당황하기도 하고,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전달해야 하는 불편함도 그대로 쏟아낸다. 그런 그가 찾아낸 괜찮은 죽음의 조건이 고요히 스며든다.
가끔, 누군가 “우린 아직 이 사람을 보낼 준비가 안 됐어요…….”(88쪽)라고 말하는 순간을 상상했다. 괜찮은 죽음이란, 죽은 이를 떠나보내며 아쉬워하는, 그 죽음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올 때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서 떠난다면 참 멋지게 살고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아쉬운 이별의 목소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25가지 일화에 생과 사의 온갖 생생함을 보면서 끝도 없는 생각이 이어진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어떨까,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죽음을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준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죽음이 다시 보인다. 그냥 숨이 끊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슬픈 이별일 수 있는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이제야 비로소 편히 쉬는 시간임을 보게 된다. 그 순간을 만드는 과정부터, 그 후의 시간까지 모두 죽음이었다.
순간적으로 소멸하는 죽음을 끝내 이루지 못한다면 내 삶을 돌아보며 한마디는 남기고 싶다. 그 한마디가 고운 말이 되었으면 하기에,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 의식을 차렸다 잃었다 하는 동안 모국어인 독일어로 이렇게 되뇌셨다.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 (275쪽)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 모두 최선을 다할 때 괜찮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를 곱씹고 있다. 치료를 중단하는 게 최선일 수 있고, 가망이 없더라도 마지막 희망으로 수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 죽음을 염두에 두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건 환자 자신의 결정이어야 하고, 자기 마음속 바람을 말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건 그 끝에 있는 죽음으로 가는 길, 영원한 휴식을 위한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는 선택이다. 참, 어렵다. 마음도 무거워진다. 인생의 끝에서 마주할 그 쉼을 위해, 우리가 오늘을 채우는 삶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다.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굳이 자기 손으로 장독을 정리하는 일도 그 과정일까. 오랜 시간 자기 곁에 머물며 일상을 채웠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는 엄마의 모습이 새삼 너무 진지하고 중요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설픈 손이지만 엄마의 그 정리를 돕는 일인 것 같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이 될 시간을 준비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엄마의 편안한 쉼을 위한 준비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 펜벗 인터뷰
1. 펜벗 큐레이션 주제 ‘휴’를 두고 책 『참 괜찮은 죽음』을 리뷰해 주셨습니다. 캔맥주 님이 생각하는 ‘참 괜찮은 죽음(삶)’은 무엇인가요?
언젠가부터 장례식장에 갈 일이 자꾸 생겨요. 죽음의 이유는 다르지만 죽음 이후의 장면은 비슷하더군요. 산 사람은 죽은 사람에 대해 말합니다. 그(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대개 둘 중 하나였어요. 죽은 이를 그리워하거나, 그 반대이거나. 제가 생각하는 괜찮은 죽음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한 가지, 이 책의 구절처럼, 남겨진 사람들에게 “우린 아직 이 사람을 보낼 준비가 안 됐어요…….”라는 슬픔과 그리움을 듣고 싶어요. 떠나는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서로가 함께했던 시간이 행복했다는, 더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뜻일 테니까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2. 에디터도 캔맥주를 참 좋아하는데요. 닉네임이 ‘캔맥주’인 까닭이 궁금합니다.
하하하. 정말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말 그대로 ‘캔맥주’입니다. 저 캔맥주 좋아하거든요. 술을 잘하지는 못해요.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주량이 맥주 1~2병이 전부인데요. 병맥주보다는 캔맥주를 좋아하고요. 캔맥주 딱 한 개 마시는 정도가 저에게는 맞아요. 더운 여름에는 캔맥주 한 개로 저녁을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3.펜벗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큐레이션 주제가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주인공이 특이한 능력이 있어요. 그런데 그 능력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남들에게는 없는 게 자기에게만 있다면 근사할 것 같은데 마냥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이 주인공에게서 느꼈어요. 만약 나에게 남들이 가지지 못한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을까 궁금해졌어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캔맥주.'님은?
가끔씩 책 속 구절이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책을 좋아하고 싶은 독자.
[캔맥주 님의 테마북 ? 영원한 휴식을 위한 준비]
| 펜벗 큐레이션 Vol.15 '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