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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2014년 3월 19일 오늘의 책

줄리언

너새니얼 호손, 폴 오스터 | 마음산책 | 2014.03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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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폴 오스터가 발견 편집하다, 백오십여 년 전 기록 치명적일 정도로 우울한 너새니얼 호손의 명랑 쾌활한 육아 일기 1851년 7월 말, 호손의 아내 소피아 호손은 두 딸(큰딸 우나는 일곱 살, 막내 로즈버드는 한 살도 안 된 갓난아기였다.)을 데리고 삼 주 동안 친정집에서 지내다 왔다. 그사이 집에는 너새니얼 호손과 다섯 살 난 둘째 아이 줄리언, 집에서 기르는 토끼 ‘뒷다리’만이 남았다. 아이와 단둘이 지내는 일이 처음이던 호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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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사람

 

아기들은 은연중에 자라난다. 옹알이밖에 못 하던 아기도 금방 한 ‘단어’를 말한다. 새롭게 알게 된 단어들을 포동포동한 팔뚝과 종아리에 저장해놓고, 이따금 저장한 단어들을 재잘재잘 꺼낸다. 단어를 엮어 문장을 만들고, 문장과 문장을 이어 글을 짓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곧장 사랑스러운 시 한 편을 짓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타블로의 딸 하루가 대뜸 “거짓말이 아니라 아빠는 안 무서운 친구야. 가족은 정말 예쁜 거야. 가족은 예쁜 사람이야. 예쁜 사람이 가족을 좋아해.” 라고 말했던 것처럼, 열두 살 준우가 구슬같이 둥근 눈을 반짝거리며, “가족은 퍼즐 조각 같아서, 누구 한 사람만 없어도 완성이 안 돼.”라고 말하는 것처럼. 다섯 살 줄리언도 자신의 곱슬머리처럼 입술을 구부리며, 어엿한 문장과 구절을 만든다. 마흔두 살의 아버지 호손은 “할 수만 있다면 줄리언이 말한 모든 것을 다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을 빌어 세상에 처음 등장한 ‘말’, 모든 것들을. 《줄리언》은 그렇게 시작된 ‘아빠 퍼즐’의 육아일기다. 흩어진 ‘가족 퍼즐 조각’에게 전하는 3주 동안의 일기.

 

평소에 비해 요즘 내 인내심이 줄었거나 아니면 이 악동이 요구하는 게 더 많아졌거나 둘 중 하나다. 분명한 것은 보통 아빠가 감내해야 하는 것보다 질문을 많이 던져서 평상시보다 더 찾아보게 하고 더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내가 독서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모든 문장과 구절마다 끼어들어 한마디라도 던졌고 생각할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정신없게 했다. (‘1851년 8월 3일 일요일’, 47~48쪽)

 

“이제 노래하는 것도 지겹고 해서 하느님께 귀의하려고요.” (114쪽)

 

“아빠,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
“응.”
줄리언이 대꾸를 한다.
“하지만 나는 아빠 대신 안방 문을 닫을 줄도 아는데.”
(비록 한 번뿐일지라도) 줄리언이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실용적인 지혜를 얻어 무척 기뻤다. 아무튼 적절한 시기가 되면 줄리언의 내면에 있는 뭔가가 그 아이를 현명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오는 것을 하늘이 막고 있을 뿐이다. (‘1851년 8월 10일 일요일’, 81쪽)

 

나는 호손의 육아일기를 읽으며, 언젠가 마주하게 될 나의 ‘아이’를 생각해 본다. 아이와 내가 ‘너랑 나’, 남남이 아니라 함께 ‘우리’가 될 수 있을까, 호손과 줄리언처럼 나는 그 아이와 함께 엉겅퀴를 공룡으로 여기고 가짜 전투 놀이를 하면서 즐겁다고 깔깔거릴 수 있을까. 아이의 리듬에 엉키다가 호손이 말했듯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이 녀석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23쪽)"

 

호손은 줄리언과 단둘이 있다가도 가끔 아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자연에서 선명한 인상과 감동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속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사색에 잠기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의 풍광에 빨려 들어갈 것이며,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연이 그 모습을 바꾸기 전에 참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우리가 알아채자마자 한순간도 지나지 않아서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그 순간이 바로 현실이다. 마치 나무와 나무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이해해서 베일에 가려진 비밀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 비밀은 숨을 한 번, 두 번 쉬는 동안 드러났다가 바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숨어버린다. (‘1851년 8월 16일’, 106쪽)

 

나는 다시, 호손이 말한 ‘자연’을 ‘자녀’로 바꿔 읽는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녀’를 받아들이고 ‘자녀’가 그 모습을 바꾸기 전에 참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효과는 우리가 알아채자마자 한순간도 지나지 않아서 사라질 것이고, 그래도 그 순간이 바로 현실이다.” 줄리언에게 안 무서운 친구가 돼 주었던 호손도 그렇게 ‘아버지’가 될 것이다. 완성된 그림이 되고자 하는 퍼즐 조각들, 가족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렇게 ‘예쁜 사람’이 되어 간다.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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