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9일 오늘의 책
이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06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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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책 소개 동시대의 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중앙장편문학상이 일곱 번째 수상작을 내놓는다.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담배를 든 루스》는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보편성의 세계에서 이 시대 청춘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려내고 그게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방식이 독특하다(이순원)”, “무엇도 기대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청춘이 내...
『담배를 든 루스』는 ‘날씨 연구소’라는 칵테일 주점에서 캐스터 리즈라는 이름표를 달고 근무하는 20대 여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소설 내내 등장하지 않고, 사람들은 리즈, 아리, 유키, 네코 등 손님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 이렇듯 주인공은 스스로의 정체성보다는 주변에 의해 명명되고 결정되는 인물이다. 마치 오늘날 청년들의 불안한 현실과, 취업의 여부 또는 직업에 따라 한 사람의 삶이 판단되는 세태를 은유하는 듯하다.
날씨 연구소라는 공간도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날씨 연구소는 주인공이 첫 면접을 치를 때 밝혔듯이 "말은 통하지만 입이 없는 사람"을 고용하며, 단순히 날씨를 연구하고 예보하는 일이 아닌 손님들 마음의 날씨를 예측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곳이다. 팔고 있는 메뉴 역시 대개 이상한 이름의 칵테일과 사장이 직접 만든 요리다. 이곳에는 자신을 과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오는 단골손님 감독과 문어, 요키라는 아저씨들이 찾아온다.
재미있고 독특한 점은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정식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문어, 요키, 감독, 웨더맨 사장, 사모, 라푼젤, 노란잠바, 순수언니, 예비감독, 다다 등 정식 이름이라기보다 그 사람을 묘사하는 별명으로 불린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군상들이다. 자세히 그들을 바라보면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거짓의 가면을 쓰고 세상을 향하고 있지만, 가면 속 그들은 아픔과 상처, 부끄러움을 숨기고 있다. 날씨 연구소에 와서 위로받기를 원하지만 그들 모두 행복해지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외적으로 성공한 경우인 감독조차도 주인공과 나의 눈에는 그냥 찌질이일 뿐이다.
솔직히 주변을 둘러보면 대개의 사람들 모두 자신이 찌질이인 것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고 자신의 치욕과 부당함을 감추기 위해서, 상처와 아픈 기억을 감추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있다. 주인공도 죽은 오빠와 엄마에게서 받은 상처를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듯 가면을 쓰고 잘 지내지만 밤이면 악몽에 시달린다.
그래서 주인공의 오래된 베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베개를 사는 것은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이다. 머리 밑에 순종적으로 놓여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베개가 사라지면서, 주인공은 똑바로 설 수도 없는 반지하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마치 스투피의 라이너스의 담요처럼 베개는 주인공에게 위안을 주는 도피처였지만, 언젠가 벗어나야 할 존재이기도 했다. 그 베개가 스스로 사라진 것은 주인공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였고, 날씨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세상을 바라볼 용기를 갖게 된 출발점이었다.
주인공은 세상으로 나왔다. 날씨 연구소, 씨밀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은 주로 말하지 않았고), 같이 호흡하고 생활하고 부딪치면서 주인공은 성장한다. 그리고 마침내 새 베개를 장만해 꿀 같은 잠을 잔다. 주인공이 만난 세상은 아름답지도 녹녹하지도 않았다. 성추행, 가난, 사기까지 온갖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주인공의 진정한 ‘힐링’은 사랑도, 사람도 아니었으며 그녀의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 치유의 과정에 이르렀다.
소설의 한 장면처럼 만약 내 삶을 영화로 만들어 지켜본다면 무엇을 느낄까?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될까? 지금의 고민과 방황, 어려움이 조금은 홀가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가볍게 시작한 소설이었는데 『담배를 든 루스』를 읽고 나니 참 많은 생각과 어떤 이정표를 마주하게 됐다.
줄리안 오피의 『담배를 든 루스』도 찾아 봤다. 이 소설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양한 인간상과 천태만상의 세상에서 좀더 단순하게 본질에 집중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을 거라는 위로를 받았다. 이지의 소설 『담배를 든 루스』는 제 7회 중앙 장편 문학상 수상작답게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볍게 그리고, 아프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돌이'님은?
지구별 여행자의 자세로 살려하나, 세상속에서 좌충우돌 중인 돌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