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8일 오늘의 책
김운하 | 필로소픽 | 2016.09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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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나’를 묻는 퍼즐조각 맞추기 “인간 영혼의 한평생은 고작 그림자 속 움직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의식의 여명 속에 살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혹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소설가이자 인문학 연구가인 김운하의 ‘나와 삶’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전작인 《카프카의 서재》가 책을 통해 삶에 관한 사고를 전개한 것이었다면,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는 ‘나’라는 자아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한층 더...
블로그를 시작할 때 처음 했던 일 중 하나가 작가와 사진가의 블로그를 이웃 추가해 그들의 글과 사진을 찬찬히 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그들의 글과 사진을 보아왔고 내면을 조금이라도 엿보고 있던 누군가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김없이 찾아보았다.
평소 이런 생각을 하고 저런 글을 쓰며 요런 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런 근사한 책을 만드는구나. 누구보다 책이 술술 익힌다. 김운하 작가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운하의 느린 북카페’ 벨레누스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쓰고 읽고 때론 강연하며, 정처 없이 쏘다니길 좋아하는 수컷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그의 책 『새벽2시, 페소아를 만나다』가 도착하자마자 정말 단숨에 읽어 내렸다. 책이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14권의 소설 속 주인공의 사연이 등장하고 그의 관점을 보여주는데, 전을 펼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주인공을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에 빗대 나 스스로 누구인지 처절히 분투해보니 이런 사람인 것 같다. 그럼 당신은?
“나는 단단하게 침묵하는 바위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다. 무심한 듯 서 있는 한 그루 떡갈나무이고, 봄날 낮잠 속으로 찾아드는 흐린 한 조각 꿈이다. 부서지기 쉬운 육신이며 또한 기억과 의미, 논리와 착각으로 고뇌하는 흔들리는 영혼이다.”
“소설은 세상의 모든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이 선택한 소설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소설에 등장하는 결핍된 주인공의 모습은 김운하 작가의 모습일수도 있고, 어쩌면 현대인들의 감춰져 있는 은밀한 뒷모습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개츠비』, 『인생의 베일』, 『지하생활자의 수기』,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불안의 서』, 『외로운 남자』, 『면도날』, 『인간의 굴레』, 『삶의 격』, 『삶의 의미를 찾아서』, 『무의미의 축제』, 『늙음에 관하여』, 『에브리맨』, 『댈러웨이 부인』, 『올 댓 이즈』 등 다시 읽고 싶은 책과 작가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져 나온다. 책 한 권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신, 미래의 모습까지 예측하게 하는 건 쉽지 않다.
“인간의 경험이 그저 순간순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몸의 지각들로만 한정된다면, 과연 영혼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영혼과 삶의 진실, 존재의 의미는 어떤 경험들과 어떤 내면의 탐색을 통해 발견되어야 하는가? 이런 물음이야말로 파스칼 메르시어가, 페르난두 페소아가 우리에게 던지는 아픈 질문들이다. 영혼을 가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깊은 영혼을 가진 이를 만나는 일이란, 더더욱 어렵고 드문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자아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과 함께 그 영혼의 향기를 이해할 깊은 영혼을 가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다. 또한 저자에 의하면 그 만남은 존재론적인 사랑을 바탕에 둔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소유하거나 지배하거나 나에게 동화시키려 하지 않고 상대의 환원 불가능한 타자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상대의 발전과 성숙, 행복을 위해 배려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영혼을 가진 또 다른 이를 만날 때까지 우린 치열하게 스스로의 본성과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 조절되지 않는 열정과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아, 넘치는 자존심과 조작된 기억, 알 수 없는 불안의 정체, 인생의 허무함, 사소한 인생과 삶의 격, 그리고 모두의 화두인 늙음과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길, 그 방황도 고민도 모두 우리 인생의 한 페이지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자아’를 찾아가는 우리의 여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책을 다 읽어도 ‘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그저 여러 개의 자아를 가진 스스로의 충동을 다독이며 한 인간이 자아를 성찰하는 길은 죽을 때까지 밀어 올려야 할 시시포스의 바위 같은 것인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오늘 밤에도 굴려야 할 바위들이 너무 많은 게 죄라면 죄다. 나와 당신의 자아성찰이 멈추지 않길 바랄 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제이'님은?
네이버 블로그 '시간여행자의 기록' 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