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8일 오늘의 책
백웅재 | 창비 | 2020.09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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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나가는 전통, ‘K-술’ 한주 ‘먹방’과 ‘맛집 탐방’이 온 국민의 여가생활인 시대다. 음주가무로 호가 난 한국인들에게 누가 뭐라 해도 미식의 정수는 술이다. 한주(韓酒)는 글자 그대로 ‘한국 술’이라는 의미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술은 새로운 소비층을 만나 각지에서 독창적인 맛과 향을 지닌 술로 태어나고 있으며, 이를 향유하는 문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흔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녹색 병에 든 소주나 막걸리는 물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정작 술맛은 잘 모른다. 막입이라 비싼 술을 먹어도 별 감흥이 없고, 막걸리에 약해서 전통주 쪽으로는 좋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 소주는 쓰고 맥주는 금세 배부르게 되니 결국 남는 선택지는 소맥 아니면 와인뿐이었다.
술 쪽으로는 문외한인 내가 갑자기 술, 그것도 우리 술에 대한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출판사 창비 인스타그램에서 신간 『우리 술 한주 기행』을 소개하는 피드를 보면서부터다. 덜컥 책을 받고 보니 ‘술알못’인 내가 책 내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겁이 났는데, 나 같은 사람을 이해시키는 책이라면 어느 독자에게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무엇보다 제목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복, 한식, 한류 등 우리의 정체성을 담아 ‘한’자를 붙이는 분야들이 있지만 ‘한주’라니, 사실 한주는 생소하다. 저자 백웅재 씨는 지금껏 전통주로 불린 우리 술에게 전통주 대신 ‘한주’라는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마다 전통을 지니지 않은 나라가 없는데 ‘전통주’라 하면 마치 우리만 전통이 있는 것처럼 외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술의 지향점이 과거의 술을 그대로 복제 및 재현하는 일에 있지 않고 변화를 모색하여 발전해 가는 일에 있기에 이제는 전통주 대신 ‘한주’라 부름이 맞을 것이다.
저자는 홍천, 충주, 문경, 남해 그리고 부산을 오가며 장인들의 양조장을 소개한다. 지역마다 자연환경과 인문적 특색이 다르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술 빚는 사람에 따라 고유의 내러티브가 만들어지는데, 이게 참 다채로우면서 흥미롭다. 그래서 어릴 적 문방구 앞 뽑기 기계에 쪼그려 앉아 ‘이번에는 어떤 맛 사탕이 나올까’하고 설레던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넘겨 나갔다.
비밀병기 같은 저자의 한주 테이스팅 노트도 공개되는데 이를 참고삼아 나도 맛보고 싶은 한주를 두어 병 주문했다. 커피나 와인 테이스팅 노트는 많이 보았지만 한주 테이스팅 노트는 역시 내겐 생소하다. 탁주의 경우에는 산미, 감미, 탁도, 탄산, 도수를, 청주의 경우에는 산미, 감미, 감칠맛, 점도, 도수를 지표로 삼았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술의 발효보다도 숙성을 매우 강조하는데, 테이스팅 노트에서도 ‘이 술이 좀더 숙성된다면 어떤 맛을 낼지 기대된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사실 술 빚는 장인이 아무리 뛰어난 솜씨를 지녔어도 어쩌지 못하는 단 한 가지가 바로 시간이다. 저자는 몇 년의 시간을 들일만 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데 나 역시 그저 애국심이 샘솟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한주만의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위스키처럼, 이제는 훌륭한 한주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한주의 맛 그 자체에 관한 정보도 훌륭하지만 페어링할 수 있는 한식 추천에 관한 부분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한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 페어링할 수 있는 한식을 궁리해 보는 일도 재미있다. 그러니까 이건 술을 위한 술이 아니라,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인 것이다.
각 지역의 대표적인 양조장을 여행상품으로 만들자는 저자의 주장이 정말로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내게도 여행지에서 만난 술은 뭔가 달랐다. 어떤 여행지가 음식의 맛, 특별한 향기 그리고 그곳에서 들었던 음악 등으로 사람들 마음에 남기도 하는데 내겐 특별히 술맛으로 각인된 도시들이 있다. 몬테풀치아노의 와인, 바르셀로나의 샹그리아, 뉴욕의 브루클린 맥주, 뮌헨 호프브로이 맥주, 프라하의 코젤, 포르투의 와인, 돌로미티에서 마신 바이젠 등. 만약 우리나라 각 지역의 한주 투어를 개발하게 된다면 그 지역들 역시 특별한 맛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겠지.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은주'님은?
일주일에 한 권 읽고 한 편 쓰는 일에서 비롯된 기쁨을 먹고 삽니다. 블로그 〈1인분의 독서〉를 운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