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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2013년 11월 18일 오늘의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6.10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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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결정판《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릴케의 이 편지들은 그간 여러 번역본들을 통해 소개되어 왔다. 때로는 준엄하면서도 편지들 전체에 흐르는 따뜻한 어조는 이 편지들을 친근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지만, ‘고독’, ‘사랑’, ‘성’, ‘인간 존재’ 등 이 편지들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주제들은 시인으로서의 릴케의 시세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자칫 피상적인 인식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국내 릴케 연구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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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 편지를 받는다는 것

 

지나고 나서야 알아지는 것들이 있다. 지금은 알게 되었지만 스무 살에는 알지 못했던 것, 스무 살에는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오해하고 있었던 것. 자기에게 갇혀 자기다운 생각만을 반복하고 자기스런 마음만을 고집하며 자기 아닌 것들에 마음 열지 않았던 때가 있었고, 그런 자기가 세계의 전부인 양 오만하게 보지도 듣지도 않고 밀쳐낸 것들이 참 많았다. 이제는 조금씩 그때 그것들이 보이고 들린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는 좀처럼 되지 않았을 거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십여 년 전만 해도 허투루 들어 넘겼던 그 말, ‘너도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거야’의 심정을, 필연적인 그 말의 쓰임까지도 지금은 제법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지나기 전에 알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자기에 대한 원망과 후회를 줄이고, 자기 안의 타인을 그 만큼의 이해를 늘려 가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이해를 구하고 싶은 건 그래서이다. “누군가에게서 이해를 구하고 싶어서 《나의 축제를 위하여Mir zur Feier》를 쓴 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편지를 보낸 시인 지망생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처럼. 릴케에게서 편지를 받은 그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소개하는 10통의 편지들이다. 이 편지들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삶과 창작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또한 무럭무럭 자라나 성숙해 가는 오늘과 내일의 많은 젊은이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이 위대한 시인의 이야기를 우리의 젊은이들은 조용히 귀담아 들어야 하리라.” (7-8쪽)

 

  당신은 당신이 쓴 시들이 좋은 시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당신은 이번에는 나한테 묻고 있습니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을 물었겠지요. 당신은 그 시들을 잡지사에 보내겠지요. 당신은 당신의 시를 남의 시와 비교해보기도 하고, 잡지의 편집인들이 당신의 노력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하겠죠. (당신이 내게 충고를 부탁했으므로 감히 말씀드리건대) 나는 이제 당신에게 그 모든 것을 제발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눈길을 외부로만 향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것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하고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신에겐 단 한 가지 길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 속으로 들어가십시오. (14쪽)

 

그에게서 이해를 구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자기에게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다. 외부로만 향하고 있는 눈길을 거두고 내면으로 전향轉向 하여 고독을 더욱 넓히라 한다. 많은 이들이 실은 제대로 고독해본 적 없고, 그러므로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진짜 자기와도 대면한 일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일 테다. 요컨대, 자기 아닌 것들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자기라고 생각해온 것들이 아닌, 자기만 알 수 있는 진짜 자기를 똑똑히 들여다보라는 의미인 것이다. 시를 향한 물음이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에게서만 그 답을 찾을 수 있듯이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 또한 각자가 걸어온 시간 안에서만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서 편지를 받는다는 건 자신이 구하고자 했던 개별적인 이해 자체가 아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보편적 방법, “고독한 개인만이 하나의 사물처럼 심오한 법칙 아래 놓여 있” (59쪽)을 수 있음을 “조용히 귀담아 듣”는 일이 될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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