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오늘의 책
권산 | 반비 | 2013.05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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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위기(?)에 빠진 시골 마을을 구하고자 시작된 ‘맨땅에 펀드’ 농사짓는 바보들과 농사도 모르는 바보들의 좌충우돌 해피엔딩 스토리! “마을 모임에 소용될 음식을 인근 식당에서 시켜 먹어야 하는 상황은,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겐 ‘끔찍한 일’이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마을에, 농촌에 돈으로 인력을 부리는 관행이 정착하면서 생겨났다. 더 이상 울력이나 품앗이는 힘들다. 공동체의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문화가 붕괴되어 가는 것이다. ‘맨...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맨땅에 펀드》를 설명하는 일이 그렇다. 그러나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은 분명하다. 맨땅이 일구어낼 수 있는 먹거리의 수만큼, 그 먹거리로 삶을 일구어내는 사람들의 수만큼 이 책은 그 안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은 일단 자연 안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는 또한 ‘맨땅에 펀드’가 진행된 현재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도시인의 상상처럼 그다지 여유롭거나 평화롭지는 않는 농촌 현실에 뿌리를 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도시를 제외한 지자체의 생존 방법은 어떻게 하면 도시 사람들을 많이 유인해서 이곳에서 돈을 쓰고 가게 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 바야흐로 농촌은 농사가 아닌 관광으로 생명연장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눈 밝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어떤 예산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마을로 그런 예산을 유치한다. (…) 예산은 ‘집중화’되는 특징이 있다. ‘돈을 뿌린 모양’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 소형・중형・대형 자치단체장들은 업적의 시각화를 선호한다. 예산이 투입된 전국의 모든 마을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와 연관된 두 마을의 경우 4년 동안 각각 2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시골 정서, 마을 공동체 같은 개념은 붕괴되었다. (15-16쪽)
이 여행의 안내자는 권산, 2006년 서울에서 전남 구례로 거처를 옮긴 프리랜서 디자이너다. ‘맨땅에 펀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의‘이장’이자 이 정체불명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록한 장본인이다. 펀드와 관련된 그의 캐릭터를 좀 더 설명하자면 “유기농을 지향하여 비닐멀칭도 거부하는 원칙주의자이지만 직접 김을 매야 하는 시점이 되면 3초의 망설임도 없이 포클레인의 힘을 빌리는 입농사의 대가. 몸 쓰는 일을 정말로 싫어하면서도, 늘 스스로 그런 일들을 벌여 피학적 쾌락을 만끽하는 어리석은 스타일이다. 외모와 다르게 섬세한 성격으로 인간관계에 능하고 그런 능력으로 마을의 복잡한 파벌 속에서도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해 마을 유지나 동네 깡패 수준의 완장질을 하기에 이르렀다.” (389쪽)
이런 그가 위트와 재치, 풍자와 해학을 탑재한 입담으로 ‘맨땅에 펀드’, 그 첫걸음부터 마지막까지를 꼼꼼히 갈무리한다. 농촌과 도시, 맨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좌충우돌하고 고군분투하며 박장대소하고 간혹은 촌철살인하기도 하며 결국은 지긋이 읽는 이의 입꼬리를 올려놓고야 마는 인정사정으로 가득한 펀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것은 그러니까 ‘농사짓는 바보들’과 ‘농사를 모르는 바보’를 주인공으로 한 잡종 스펙터클 리얼 드라마다. “일상적으로 거의 변희봉, 거의 오달수, 거의 윤여정 ‘끕’ 연기력과 아우라를 갖춘 배우들이 등장”해 “컬트와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마카로니웨스턴에서 판타지까지”를 펼쳐내는 세상천지에 듣도 보도 못한 신종 영화다. 이럴 테면 이런 건데, 다음은 ‘맨땅에 펀드’에서 수석펀드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는 마을 엄미 대평댁이 첫 파종날 고급 인력으로 동원돼 나오며 내뱉는 첫 대사다.
“9시에 보자더만 오지게 서둘러 샀네. 고랑 내는 꼬라지 하고는……. 호랭이 똥구녕을 씹어불것네.”
친절한 예고는 여기까지. 이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소개를 생략한다. 어쩔 수 없이 읽는 분들을 감질나게 한 점은 너그러이 양해해주길.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